얼마전 블로그를 통해 소개했던 '오빠는 배용준'의 주인공 뿡양의 조촐한 생일 파티가 엊그제 중환자실에서 열렸다. 지난날, 초등학교 6학년 꼬마에게 배용준 소리 한번 들어보려 백방으로 뛰어다녔던 피땀어린 내 노력의 결실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바쁜 시간을 쪼개서 몰래몰래 요즘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핑크색 키티 케익을 준비하고, 생일 선물로 준비했던 쵸콜렛을 곱게 포장했다. 열세살을 상징하는 큰 초 하나와 작은 초 세개를 군데군데 박아놓고, 성냥으로 스치듯 점화한 후 콩글레츄레이션과 함께 돌진!

 내가 그 아이에게 건네는 첫마디는 당연히, '생일 축하해 뿡양아, 근데 오빠 배용준 닮았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거나 귀찮다는 표정을 지었던 과거와 달리 물량공세 덕분인지 조금은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이윽고 본인은 배용준이 누군지 모른다며 뒤늦은 간증을 하는 것이 아닌가. 잠깐의 충격을 마음 속 깊숙히 접어두고 생일 축하해 전념하면서 곰곰히 생각했다. 그리고 이 꼬마 숙녀의 연령대와 취향 등을 고려해 보았을 때, 물음의 핵심은 배용준이 아닌 샤이니의 태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밤 열두시가 넘어가는 시간, 자정을 울리는 종소리와 함께 케익을 들고 돌진할 생각이었으나 시행 전날 문득 자정 무렵은 시기와 장소가 원하는 대답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여 꼬마 숙녀의 정신상태가 가장 맑고, 객과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아침 시간을 노린 것은 꽤나 좋은 선택이었다. 생일 축하 노래소리와 케익이 안겨주는 오디오와 비쥬얼의 화려함 때문이었을까, 아이는 내가 샤이니의 태민을 닮았다는 망발을 내뱉고야 말았다. 자본주의와 물질 만능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물질이 마음 따위는 가볍게 넉다운 시킬 수 있다는 명제를 입증 할만한 좋은 예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생일 파티 종료 후 20분 뒤, 뿡양에게 같은 물음을 던졌건만 돌아오는 대답은 '짜증나 혼자 있을래'. 그리고 수분을 멍하니 선채로 창문 너머 세상을 보던 중 깨닫음을 얻을 수 있었다. 그래, 역시 중요한 것은 마음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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