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그렇듯 처음 시작은 두렵고 설레는 일이다. 지난주 내게는 첫 시작이 참 많았다. 전공의 휴가 시즌을 맞이하여 허리 수술, 뇌생검 수술, 뇌실복강 단락술 등 다양한 수술의 first assist를 서볼 기회를 얻었다. 물론 병동일과 수술방을 모두 책임져야만 했던 힘든 한주였지만 나름 보람있는 시간을 보냈다. 마이크로 현미경을 보면서 허리의 디스크를 떼내고, 복강부터 머리 정수리를 잇는 기다란 단락관을 거치시키는 일을 해볼 수 있었으며, 수술 후 근육과 지방, 피부를 닫는 일도 전부 도맡아 해냈다. 디스크까지 도달하려면 꽤나 깊숙히 허리를 절개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션트 수술을 위한 준비와 도관 삽입을 위한 절개 부위를 어느 곳에 넣어야 하는지 배울 수 있었다.

 물론 션트 수술 중 도관 삽입을 위한 두개골 구멍을 드릴로 뚫으면서 기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공연히 옆에 서있던 내가 한 소리 들어야 했지만, 그 마저도 즐거웠다. 수술 절개부위를 닫으면서 내 환자라는 심정으로 한땀 한땀 정성을 다해서 봉합했다. 갑작스런 동맥 출혈에 당황키도 했지만, 침착하게 말리스로 지져가면서 지혈시켰다. 다행스럽게도 초짜의 어리버리함을 이해해준 마취과 교수님 덕분에 여유를 갖고 수술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2~3 케이스 경험한 후에는 간호사들과 가벼운 농담도 주고 받을 수 있을 정도의 여유도 생겼고, 다양한 봉합방법을 실제 필드에서 적용해보기도 했다.

 수술방 밖으로 나와서도 수술은 잘 되었는지, 환자 상태는 안정적인지, 상처는 잘 붙어서 아무는지, 기타 다른 문제는 없는지 한참동안 걱정했다. 회복실에서 나와 x-ray나 CT를 찍으로 가면서도, 병동에 누워서 수술 후 케어를 하면서도, 수술에 참여했던 환자가 별다른 문제없이 회복되기만을 간절히 기도했다. 하루에도 수번 그 환자를 찾아가 상태는 괜찮은지, 밥은 잘 먹는지, 상처는 꼬들꼬들한지 확인하며 조마조마한 가슴을 달랬다. 하루 왠종일 서있느라 목부터 허리까지 온몸이 부서질 것만 같았지만 수술방에 투입되었다는 기쁨은 그 모든 고통을 감수하게끔 만들었다.

 지난 일주간, 다음날 참여할 수술에 대해서 밤새도록 책을 보며 고민하고 연구했지만 실제 필드에선 제대로 할 수 있는게 아무 것도 없었다. 그래도 이런 미흡한 전공의라도 이해해주고 성심성의껏 가르쳐주었던 교수님들께 고마웠다. 보비에 피하 조직들이 타는 냄새가 좋아 수술하는 과를 선택했고, 신체 장기 중에서도 가장 으뜸인 뇌를 다루는 신경외과를 선택한 것은 참 탁월했다. 수술하는 일 너무나 재밌고 설렌다. 앞으로 뇌종양을 포함한 더욱 많은 수술에 참여하여 멋진 써젼으로 거듭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나, 잘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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