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무슨 일이 터지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요즘, 중환자실은 초긴장 상태다. 먼저 오늘 새벽 사망한 환자의 보호자가 중환자실을 뒤집어 놓는 그 난리를 겪고도 다시 출근하여 일하고 있는 나이트뻔 차지와 간호사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바다. 중환자실 베드는 토탈 16개, 언젠가부터 그 중 세자리를 코마 환자가 그리고 나머지 두자리를 세미코마 환자가 자리잡고 있는 명실상부한 진짜 중환자실이 되버렸다. 일년차 혼자서 그 많은 중환자를 모두 챙기는 일이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만, 그래도 문제가 터지지 않는 것을 보면 어찌어찌 잘 방어하고 있는 것일런지도 모른다.

그중 3일전 뇌농양 진단 하에 응급실 경유 입원한 환자가 가장 살 떨리는 환자인데, 의식은 동공반사와 자가호흡이 없는 완전한 혼수 상태며, 인공호흡기와 승압제로 겨우 가느다란 목숨줄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저녁 8시경 일년차 방에서 나와 중환자실을 둘러보면서, '곧 난리나겠네' 라며 담당 간호사와 설레발 치는 와중 모니터상 심박동이 VT 리듬을 보이다 70회에서 50회로 줄어들더니 급기야 30초만에 30대까지 늘어져버렸다. 혈압은 70대를 가리켰고, 곧바로 epi와 atro를 투여함과 동시에 앰부를 짜면서 심폐소생술(CPR)을 시행했고, DC기를 준비시켰다. 전해질 불균형이 의심되어 피검사 결과를 확인하기 전에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몇가지 약물을 응급으로 투여했고, 다행이 CPR 1분만에 리듬은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피검사 결과를 확인하는 순간 덜덜덜;



 간밤에 PSVT 리듬이 관찰되어 cordarone을 달고 내과 전공의들을 불러 협진을 보았는데, 전해질 수치가 널 뛰는 것을 보고 내과에서도 두손 두발 다 놓은채 GG 때리고 돌아간 상태였다. 의학에 몸 담은지 어언 8년, 의사 인생 2년, 신경외과 전공의 인생 1년만에 칼륨수치가 2.1 에서 10.7까지 단 10시간만에 상승하는 기묘한 일은 처음봤다. 혹시나 검체오류나 용혈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4~5차례 재검을 했지만 결과는 역시나 same.

다리가 후들거려서 오줌을 지릴뻔 했다. 뇌가 완전히 맛이 가버린 경우 염분수치가 10이상 들뚝날쭉하는 것은 몇번 경험했었지만 칼륨이 널을 뛰다니, 지금 당장 심장이 멈춰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보호자가 한사코 거절한 투석 치료를 제외한 고칼륨혈증에 대한 몇가지 의학적 조치를 시행하였지만 모두 허사로 돌아갔다. 현재 바이탈은 괜찮지만 새벽녘 한번 더 문제가 터질 것만 같다. 이 환자 말고도 주의게 모니터링 해야 할 환자가 한두명이 아닌데 걱정이 태산이다. 혹여나 양쪽에서 CPR이라도 터지면 정말 대책없을 것 같다. 널 뛰는 칼륨 때문에 정말 살 떨려서 잠조차 오지 않는 밤이다. 헌데 5분전 119에서 코마 환자 한명 데리고 오는 중이라는 응급실에서의 비보. 젠장, 오늘도 잠자기는 글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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