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는 혼자 있고 싶지만 자신을 이해해줄 동지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장소다. 노아의 방주와도 같다.
누구라도 들어올 수 있고, 어떤 인종이든 들어올 수 있는 곳. 하루 종일, 아니 밤이 새도록 다양한 사람들 사이에 앉아 있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카페의 매력이다.
<파리카페, 노엘 라일리 피치>

이런 점에서 볼 때 자신의 나약한 곳을 드러내야 하는, 혹은 드러낼 수밖에 없는 목적을 가진 '병원'이라는 공간은 카페와는 양립할 수 없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여기 홍대 골목 한켠에는 카페와 병원이 공존하는 공간이 있다.
나의 예과 생활과 함께 시작해 벌써  다섯 살이 된 동네 병원 '제너럴 닥터'




+ 셋째 날, 작은 간판 위의 창문에 걸터앉아 나의 출근길을 맞이해준 서열 2위, 나비


의대생 5년차로서, 혹은 의사선생님 D-365 정도일지 모르는 내게 주어진 목적지 없는 여행 티켓과 같았던 클럭쉽. 늘 익숙하게 돌아가는 대학 병원의 팍팍하고 치열한 일상을 벗어나고 싶었던 나는 약간의 게으른 마음과 또 다른 의미의 '의료'를 경험해보고 싶은 호기심으로 이곳의 문을 두드렸다.

4 년 전쯤 처음 찾았던 '홍대 앞의 고양이가 있고 커피도 파는 병원'은 두 층으로 규모도 커지고 냐옹이들도 넷으로 늘어있었다. 여기에 패스트푸드 (라고 쓰고 정크 푸드라고 읽는다)를 사랑해 마지않으신다는 김제닥선생님과, 이웃집 언니 같은 포근한 인상의 정제닥선생님과 간호사선생님, 플로리스트님과 디자이너 분들, 주방 식구들과 알바 식구들까지 합치면 모르긴 몰라도 제닥 가족들도 처음보다는 참 많이 늘어났을 것 같다.

사람의 인연이 참 신기한지라 인도 의료봉사에서 처음 만나 알게 된 이수익 선생님도 제닥의 핵심인물(!) 이셔서 중요한 회의나 스터디 때마다 종종 뵙기도 하고, 여수에 계시느라 홍대까지 오지 못하실 때에는 진료 사이사이에 '붕어빵을 드시며' 회의를 함께 하시기도 한다.

"그럼, 제닥에 가면 넌 뭘 해?" 라고 묻는 이들이 참 많다. 사실 나도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상들도 많다. 궁금한 이들을 위해 잠시 나의 일주일을 되돌아보자면, 제너럴 닥터가 의료생활협동조합으로 넘어가는데 필요한 아이디어 회의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의학 드라마를 쓰시는 작가님들과 모여 의대생의 일상에 대한 수다를 떨기도 하고, 정제닥 선생님과 장을 보러 다녀오기도 했다. 의료 관련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만들기도 하셨다는 (분명 이건 안드로이드 버전은 없을 거야ㅜ 쌤들은 맥홀릭이시니깐 잉잉) 다재다능한 쌤들 덕에 Nano-IT 융합의학 학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 드라마 작가님들, 정제닥 선생님, 형주쌤과 함께 하는 시나리오 회의(?) 혹은 학교생활에 대한 수다





+ 나노 아이티 융함의학 학회 인증샷, 나는 이수익선생님 명함으로 대신 참석 ;)


그러나 무엇을 하든 중요한 건, 제너럴 닥터 안에서 진행되는 모든 회의나 대화 안에는 '소통'이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리마인드 하는 것이 있다(고 선생님이 말하셨다.) 아직 제닥 1주 차인 나에게 제너럴 닥터 식의 '소통'은 우는 아이에게 안겨주었던 TED 영상 속 하늘색 곰돌이 청진기 정도로 단편적일 뿐인데 (실제로 이 업그레이드 버전인 토끼 청진기는 진료실 안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ㅎ), 다음 주가 되면 제너럴 닥터 식의 '소통'이라는 것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러나 저러나, 하루마다 조금씩 냐옹이들과 친해지기를 시도하고 있는데, 드디어 어제는 나비의 말랑말랑한 발바닥을 만져보는데 성공했다. 분명 이것도 '제닥식의 소통'을 기반으로 이루어낸 성과이리라ㅋㅋ

18일에 끄적이고 22일에 올림, by ser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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