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보건의사는 군대 대신에 36개월간 의사들이 병역을 대신해서 근무하는 제도입니다. 의료 취약지역에 보건소나 공공병원에 배치되어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중요한 업무를 합니다. 하지만 모두가 공공병원이나 보건소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인구협회와 같은 단체에 배치하기도 하고 민간의료기관에 배치되기도 합니다.

과거 공중보건의사가 많았을 때엔 사실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전문의 출신 공중보건의사들은 보건소 대신 병원에 배치되는 것을 더 선호했습니다. 외과 계열은 수술도 할 수 있고, 자신이 배운 능력을 발휘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니까 말입니다. 물론 월급도 보건소 공보의 보다는 더 받았죠.

이렇게 민간병원 배치에도 공중보건의를 배치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지역 주민을 위하는 취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서울이나 광역시에는 의료기관도 많고, 의사를 구하기도 쉽지만 중소 도시에는 병원도 잘 없는데다가 있는 병원도 의사를 구하지 못해 제대로 운영이 안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중소 도시의 의료가 취약한 지역에는 공공 병원뿐 아니라 민간 병원에도 공보의를 배치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변했습니다. 공중보건의사 수가 급감하고 있습니다. 의과대학이 의학전문대학원으로 변경되면서 남학생의 대다수는 군대를 이미 다녀온 사람들로 채워졌습니다. 여학생의 의과대학 진학률도 높아져 한 학년의 절반이 군대와 관계 없는 여자들 입니다. 이미 변화들이 시작될 때부터 공중보건의사 급감은 예견되었던 것이죠. 현재 일부 보건지소에 공중보건의사를 배치 할 수 없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게다가 농어촌 지역의 의료 환경도 많이 변했습니다. 시내에는 수 많은 의원들이 경쟁하고 있습니다. 도로 여건도 좋아져서 대도시와 생활권으로 묶이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조금 큰 병이다 싶으면 차를 타고 도시로 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 민간병원에 공중보건의 배치가 지역 주민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을까요? 아마 경영이 어려운 지방 병원의 경영난에는 도움이 되겠습니다만, 공중보건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긴 어려울 겁니다.

이런 식의 배치가 문제 있다고 지적이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의 미온적 대처는 아쉽기만 합니다. 중앙에서 큰 틀에서 배치를 하고 나면 지자체에서 세부적으로 인력을 할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업무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이해합니다. 그러나 의료기관이 없는 농어촌 보건지소에 먼저 배치되야하는 원칙이 지켜지는지 관리 감독해야할 의무는 여전히 보건복지부에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또 하나 눈 여겨 봐야할 사항이 있습니다. 공중보건의사 수의 감소가 명확하게 예견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보건지소를 새로 짓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말 낡고 문제가 있는 경우 보다는 민심 잡기 행정이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재정 자립이 어렵다는 지자체에서도 보건지소 개축은 늘 우선 순위에 들어갑니다. 불과 1-2년 후면 공중보건의사 수가 급감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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