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에서는 비처방 의약품(Over The Counter drugs, OTC)을 진열해 놓고 판매합니다.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하지 않으며, 약사가 근무하지도 않습니다. 24시간 문을 여는 곳도 많습니다. 소비자의 접근성과 자율성이 높습니다.

미국 FDA는 위험성보다 이점이 크고, 남용 및 악용될 위험성이 적으며, 정확한 라벨이 되어있어 소비자가 전문 의료인의 도움 없이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자가처방에 사용할 수 있는 약품들을 비처방 의약품(OTC)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소비자의 편익을 증진시키고, 소비자 및 의료보험의 비용 지출도 줄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비처방 의약품 협회(CHPA)에 따르면 비처방 의약품에 1달러가 소비될 때마다 의료보험의 부담이 2.47달러만큼 감소한다고 하는데, 2009년 기준으로 미국의 비처방 의약품 시장의 규모가 약 169억 달러에 달한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그 규모는 어마어마합니다.

최근 의료개혁의 영향으로 비처방 의약품의 급여가 줄어들면서 시장 규모가 약간 감소하긴 했지만 그 폭은 그리 크지 않고, 세계적인 비율로 볼 때 여전히 OTC 시장은 확대되고 있습니다. 

[caption id="" align="aligncenter" width="500" caption="2009년 세계 비처방 약품 판매규모, Source : Nielsen research
http://blog.nielsen.com/nielsenwire/consumer/self-help-and-the-rise-of-otc-medications"]

대형 마켓에서는 80여종 이상의 비처방 약품들을 찾을 수 있고, 비교적 소규모의 편의점 등에서는 20~40종 정도를 팝니다. 대표적인 품목들은 감기약(수도에페드린 성분이 포함된 것만 제외), 소염/해열진통제, 소화제, 하제/지사제, 응급약품 등으로서 2009년 한 해 감기약이 42억 달러, 소염/해열진통제가 25억 달러, 소화제가 13억 달러, 하제가 8억 달러, 응급약품이 6억 달러의 판매고를 올리며 전체 비처방 약품 판매량의 60% 가량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OTC라고 해서 모든 약품들이 다 자유롭게 판매되는 것은 아닙니다. 몇 가지의 예외가 존재하지요.

최근 수도에페드린(pseudoephedrine)이 필로폰 생산에 악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서, 신분증 제시 등 판매에 제한이 생겼습니다. 그리하여 이 약들은 비처방약 지위를 유지하면서도 ‘카운터 안쪽으로’ 옮겨졌습니다. 약사가 없는 편의점에서는 못 파는 것이지요. 대신 편의점에서는 약효는 떨어지지만 필로폰 생산에 악용될 위험성이 없는 페닐에프린(Phenylephrine)을 사용한 감기약들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오레곤 주에서는 수도에페드린이 포함된 감기약 구입에는 처방전이 필요하도록 2006년에 법안을 바꾸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주에서는 모두 법적으로는 OTC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응급피임약들의 경우는 감기약과 같은 위험성 보다는 미성년자들의 무분별한 사용을 막기 위해 간단한 교육과 확인을 하는 절차가 필요하므로, 편의점에서는 판매할 수 없습니다.

이웃 일본에서도 2009년 6월부터 약사법이 개정되어 일반의약품의 슈퍼판매가 가능해졌습니다. 일본에서는 일반의약품을 3가지 분류로 나누어서 2종 및 3종 의약품은 편의점 등에서 판매할 수 있게 했는데요, 전체 일반의약품의 약 90%가 편의점에서 판매 가능합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수도에페드린이 들어간 감기약 등은 슈퍼판매가 금지되어 있습니다.

본지 객원기자/해외통신원 ghestal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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