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 자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초저녁부터 응급 수술이 필요한 경막하 출혈 환자만 3case째. 세 환자 모두 하나같이 술에 떡이 되어서 실려 왔고, 하나같이 이전에는 술이라고는 입에도 대지 않았던 사람들이었고, 하나같이 혼미 상태로 실려 와서 혹시나 모를 의식저하 혹은 호흡부전에 대비하기 위하여 기도 삽관을 시행해야만 했다. 3월초라 응급의학과 일 년차 선생들이 미숙한 탓인지 아니면 환자가 밀어닥쳐 바쁜 탓인지 기도 삽관을 모두 내가 해야만 했고, 그중 마지막 case의 삽관을 하다가 환자가 갑작스레 뿜어대는 토사물을 얼굴과 머리에 흠뻑 뒤집어써야만 했다. 그동안 숱한 환자들의 삽관을 해왔지만 토사물을 뒤집어 써보기는 처음이었기에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다행히 삽관과 동시에 벌어진 이벤트라 흡인성 폐렴의 발생 가능성은 적어보이지만, 내 얼굴에 다이렉트로 토사물을 뿜어냈던 그 아주머니를 아마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진짜 이런 험한 꼴 당하면서 병원 생활하는걸 알면, 고향에 계신 어머니는 당장 병원을 관두라고 하시지 않을까. 곧바로 올라와 간단히 머리를 감으며, 떠오르는 고향생각에 참으로 눈물 나는 밤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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