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통계에 따르면 국내 뇌종양 환자 수가 2만 명을 넘어갔다고 하는데, 사실 2만 명이면 5천만 대한민국 국민의 0.04% 밖에 되지 않는 미미한 수치건만 우리 병원을 찾는 환자 수는 왜 그렇게 넘쳐나는지 도무지 이유를 알 수가 없다. 그래도 단순 외상 환자보다는 치료 경과가 드라마틱한 점과 더불어 공부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뇌종양 환자들이 싫지만은 않다. 특히나 악성 신경교종 환자들의 내원 빈도가 잦은 병원 특성상 비전형적인 위치의 종양을 다양한 테크닉을 활용하여 수술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있다. 일례로 글리올란이라는 희귀약품은 뇌종양 조직에 선택적으로 축적되어 특수한 푸른 조명 아래에서 형광색을 띄게 되며 (활성물질인 protoporphyrin xl가 종양조직에 축적됨), 이는 수술 필드에서 정상 뇌조직과 구분을 용이토록 돕는다. 따라서 이전과 비교하여 종양의 완전 절제 비율을 2배 이상 높일 수 있고, 그에 따라 환자들의 예후 및 생존율 향상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글리올란을 섭취한 환자의 수술 필드 소견]


물론 글리올란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건강보험관리공단의 정식 인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약물을 구하는 절차가 까다롭고,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환자나 보호자들에게 전가되는 비용부담도 만만치 않다. 한국의귀약품센터를 통하여 구매할 수 있는데 재고분이 없는 경우 약품 수령까지 2~3주의 기간이 소요되며, 담당의의 처방전, 진단서와 함께 200~250만 원 정도의 약값은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약물 발현 시간을 고려하여 마취 4~6시간 전에 약물을 복용해야 효과적이기 때문에 수술 바로 전날 새벽에 환자를 깨워서 섭취토록 해야 한다. 약물 복용 시 환자는 구역, 구토감 등의 증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는 약물 복용을 지시하는 신경외과 전공의나 수술을 준비해야 하는 환자 모두에게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다. 또한 광과민성 때문에 약물 복용 직후 24~48시간 정도는 환자로부터 빛을 완전히 차단시켜야 한다. 차광 때문에 환자는 약물 복용 직후부터 수술 후까지 이불 등을 뒤집어 쓴 채 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무척이나 불편하다. 더불어 악성 신경교종 외 종양에서는 아직까지 그 효과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약물 활용의 한계점도 분명 존재한다.



[글리올란을 이용해 수술한 악성 뇌종양 (전, 후)]

 
허나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글리올란을 이용하여 악성 뇌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이 각광받는 이유는 위 MRI에서도 볼 수 있듯이 종양의 완전 절제가 가능하다는 점과 그로 인한 환자 생존율의 향상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는 맨 처음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수술 시에 육안만으로는 구분이 어려운 정상 뇌조직과 악성 뇌종양 조직의 경계를 분명히 해주는 글리올란의 특성 때문일 것이다. 특히나 악성 뇌종양은 주변으로 퍼져나가는 속도가 빠른데다 정상적인 뇌와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아 수술로 전부 적출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많은 도움을 줄 수가 있다.
 
물론 뇌종양 수술은 기본적으로 5~6시간 이상은 소요되기 때문에, 신경외과 전공의 입장에서는 악성 뇌종양 환자 수가 늘어나는 것이 그리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허나 악성 뇌종양 환자들이 수술로서 재발의 가능성을 줄이고, 종양으로 인한 증상이 완화되어 질 좋은 삶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힘든 삶에 충분한 보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최근에는 글리올란 이외에도 각성 상태에서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기법이나 내비게이션 및 수술 중 실시간으로 CT를 촬영하여 종양의 전 절제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intra op CT 등의 기기 등이 구축되어 여느 병원 신경외과보다도 막강한 전력을 구축하고 있으며, 뇌종양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 이러한 최신 기법이나 설비들이 더욱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나저나 이 글을 우연찮게 접하고 우리 병원을 찾는 환자가 발생하는 불상사(?)는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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