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의 특성상, 가상의 병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리고 있지만, 단순히 ‘가상의 이야기’로 치부하기엔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일반인들은 그 가상의 이야기를 실제로 믿을 수 있으니까 말이죠.
한 연구에 따르면 그레이 아나토미의 첫 50회중에서 의료윤리문제가 될 수 있는 사건들이 총 179회나 있었다고 합니다. 단순히 환자의 동의를 제대로 구하지 못하는 비교적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사적인 감정을 가진 환자의 심장 이식 순위를 올리기 위해 고의적으로 심장보조기를 망가트린다던가 죽어가는 남편의 아내에게 남편이 사망하면 그의 장기를 기증해 달라고 종용한다던가 하는 심각한 의료윤리 해이까지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이런 사건들은 큰 처벌없이 넘어가고 ‘결과가 좋으면 다 좋다’ 식의 결말들로 끝나고 있다는 게 더 문제라는 의견들도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 대한 의료계의 반응은 당연히 좋지 않을 수 밖에 없습니다. 재미와 흥미를 끌기 위해 환자(사람)보다 사건에 집중하는 드라마는 병원과 의사들에 대한 편향되고 과장된 이미지로 안 그래도 점점 얇아지는 신뢰와 권위를 낮춰서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기 쉬우니까요. 최근 미국에서 병원의 응급실(ER)을 축소하고 예산을 감축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배경에는 이런 드라마들이 만든 병원의 이미지가 일정부분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다른 의견도 있습니다. 많은 일들의 경우, 윤리적으로 옳고 그름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 문제들이 많습니다. 드라마에 나오는 여러 사례들을 모아서 윤리교육을 가르치는 시청각 자료로 사용하는 움직임들도 있습니다. 환자와 의사를 떠나 보통 사람들까지도 공감할 수 있는 어려운 상황들을 대리 경험해보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로 사용하는 것이지요.
세명이 길을 같이 걸어가고 있으면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라는 옛말처럼 좋은 것은 따르고 나쁜 것은 고쳐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단순히 미드라고 하더라도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