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신경외과 의사인 polycle님이 블로그에
목이 아파서 내원한 환자가 경추 4번에 신경초종(신경 종양)을 진단받고 수술을 받았는데 나중에 다시 찍은 MRI를 가지고 여러 과와 컨퍼런스를 하던 중에 뇌에 있는 종양이 발견된 겁니다.

문제는 이 종양이 외부에서 촬영한 MRI에서도 있었고, polycle님이 근무하는 병원에서 찍은 MRI에서도 보였지만 컨퍼런스를 하기 전까지 발견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이 목이였기 때문에 목에 집중해서 검사 결과를 본 것이고 증상과 맞아 떨어지는 자리에 종양이 있었기에 다른 부위를 자세히 살피지 않아 생긴 일이라고 하네요.



여러 의사들이 참석하는 컨퍼런스에서 이 사실이 밝혀졌으니.... 어떤 분위기였을지 상상이 갑니다. (아마 적지 않은 질책이 있지는 않았을까요?) 여러 사람이 모여 사례를 검토하는 컨퍼런스의 좋은 기능 중 하나가 이런 검증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보면 다행스럽습니다.

저도 유사한 경험을 해봤습니다. 아마 병원에 근무하는 많은 분들이 비슷한 경험을 알고 있을 겁니다. 중환자실에서 매일 같이 찍는 폐사진에서 폐에 찬 물만 보고 중심정맥선(Central line)을 넣으면서 두고 나온 가이드 철사(guide wire)를 보지 못하는 일도 거짓말처럼 벌어집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요? 그 힌트는 아래 동영상에서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화면을 보시고 흰색 티셔츠를 입은 사람이 농구공을 패스하는 숫자를 잘 세어보세요! (귀찮더라도 한 번 해보세요)


동영상 끝까지 보셨나요?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이 영상을 보면서 공에 집중하느라 화면 중간에 나온 고릴라를 보지 못합니다. 굉장히 유명한 실험인데요, 사람이 어떤 것에 집중하게 될 경우 터널시야(tunnel vision)이 된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죠. 혹시 동영상을 안보시고 이 글을 읽고 계신가요? 아쉬운 분들을 위해 다른 동영상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위의 동영상과 마찬가지로 흰 색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공을 몇 번 패스하는지 잘 세어보세요.


이번에는 고릴라 보셨나요? 실험에서 알 수 있듯, 우리가 무엇에 집중을 하게 되면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는 일'이 생기게 됩니다. 병원으로 바꿔 생각하면 진료 과정에서 선입견으로 숨겨진 질병, 아니 드러난 문제도 놓칠 수도 있고 환자 안전에 중요한 사고도 생길 수 있다는 말입니다. 병원에 뛰어다니는 고릴라가 있는지 한번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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