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media.daum.net/society/welfare/view.html?cateid=1066&newsid=20110618070213662&p=newsis

주말동안 일제히 이 책에 대한 서평이 중앙일보, 세계일보 등 여러 중앙일간지에 실리는 바람에 트위터에 "암환자의 80%는 항암제와 방사선치료의 후유증으로 사망한다더라."는 내용이 인구에 회자되었다.

저자인 '후나세 스케'는 일본의 소비자문제 및 환경문제 평론가라고 한다.
http://www.yes24.com/2.0/AuthorFile/AuthorFileD.aspx?authno=114937&CategoryNumber=001

저서 목록에는 "항암제로 살해당하다." 라는 비슷한 맥락의 책들도 몇 권 있다. 분명한 것은 저자가 의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전문가가 아니어서 관련된 저술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한계는 분명히 있을 것이며, 그 내용을 받아들일 때 참고할 필요는 있다.

적어도 암환자를 매일 대하고 암의 치료와 돌봄이 주 관심사인 종양내과의사의 입장에서 볼 때, 분명한 것은 암환자의 대부분이 항암제와 방사선치료의 후유증으로 사망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치료와 관련된 사망은 없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5% 미만이다. 한주에 약 100-140건의 외래진료를 보는 나는 일 년에 한두 명 정도의 항암제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을 목격한다. 그러한 비극을 없도록 하려면? 치료를 안 하면 된다. 그러나 치료를 하여 더 좋아질 수 있는 더 많은 환자들을 놓칠 수는 없는 일이다.

의사들이 정작 본인들은 화학치료나 방사선치료를 받지 않고 자연요법으로 암을 치료한다는 얘기 또한 사실이 아니다. 아마도 내 생각엔, 와전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암에 걸려도 항암화학치료나 방사선치료를 받지 않는 의사들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건 다른 보완대체요법으로 하면 더 나아지기 때문이 아니다.

알면 병이라고, 의사들은 사실 환자들보다 더 치료과정에 대해 많이 알기 때문에 겁이 많다. 내 주변의 의사 동료들 가운데서도 본인이 만약 진행암이 걸리면 치료를 안 받겠다고 하는 이들은 심심치 않게 있다. 그러나 그게 보완대체요법이나 소위 자연요법이 더 좋아서 그렇다기보다는, 그냥 화학치료로서 가능한 수명연장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치료를 안 받으면 수명이 단축된다는 것은 알고 있거니와, 어차피 완치가 되지 않을 진행암이라면 고식적 화학요법이나 방사선치료에 따르는 부작용을 견디는 것보다는 짧더라도 본인에게 주어진 시간을 최대로 누리고 가고 싶다는 뜻인 것이다. 내게 진료를 받은, 본인이 의사이신 몇 명의 말기암환자들은 화학치료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나 그렇다고 다른 "비법"을 동원하여 완치되신 분은 없다.

화학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것은 자기결정권에 의한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에 존중해드렸고, 그분들 또한 사람인지라 대체요법, 자연요법에 조금씩 기대고 싶어 하는 경향이 없지는 않았으나 큰 기대를 걸지는 않으셨다. 결국 본인의 상황을 이해한 상태에서 증상완화를 위한 대증치료만을 선택하셨고 결국은 다가오는 죽음을 받아들이셨다.

분명한 것은 완치가 가능한 조기 암에 대해 치료를 안 받겠다고 하는 의사들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 방법이 수술이건 화학방사선치료이건 완치가능성이 있다면 의사들 또한 기꺼이 현대의학에 몸을 맡기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긴다. 완치가능성이 몇 %냐에 따라 개인차가 있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일본의 의사가 없어서 문의를 해보기 어렵지만 혹시 학회에 가서 알게 되면 '후나세 스케'라는 사람과 그 주장이 도대체 일본에선 어떤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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