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나는, 우리는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헬스로그에서 한 선생님의 글을 읽고

http://www.koreahealthlog.com/3480

정말 나는, 우리는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의사가 냉정하다며 불만을 얘기하는 환자들이 많다. 물론 나에 대한 불만을 직접 들은 바는 별로 없다. 당연히 어디선가 나에 대한 불만을 얘기하는 이들은 분명 있겠지. 주로 들은 불만들은 전공의나 펠로우 때 교수님 대신 들어야했던 싫은 소리들이고, 나는 그걸 너무 바쁘셔서 그러신 거라고, 이해해달라고 변명하고...

이제 내 이름을 걸고 환자를 보게 되니, 즉 교수는 아니지만 그 비슷한 위치에 서게 되니 얼마나 교수님들이 바빴는가를 간접적으로나마 알게 된다. 그건 사실 상상 이상이었다. 잡일들은 다 펠로우 시키고 얼마나 좋아... 속으론 이렇게 생각했었지만 막상 진료 말고도 병원행정과 연구와 관련된 여러 중요한 결정들을 해야 하고 연구비도 따와야 하고 아래로 들어온 새끼의사들 수련시키랴 논문거리 만들어주랴 고쳐주랴 취직시키랴... 사실 따라가는 게 차라리 편하지 이끌어나가는 건 절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병원이 파견전공의는 나오지만 수련의 주책임을 맡은 대학병원이 아닌 게 한편 천만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어쩌면 환자 하나하나를 꼼꼼히 살피고 그들의 고통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대학병원의 교수라는 직책에는 사치스러울 수도 있는 일일는지도 모른다. 환자 한 명에게 신경 쓸 시간에 더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임상연구나 임상시험을 계획하고 수행하며 논문을 쓰는 것이 오히려 그에게 부합된 사명에 가까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교수이기 전에 의사이고 환자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의사의 소명은 환자와의 1:1 관계라는 본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교수 한 명이 많은 환자를 보고 큰 방향의 치료 결정을 하는 대신 펠로우와 전공의들이 자잘한 것들을 챙기면 어떻게든 병원은 돌아가게 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러한 분업체계로 모든 것이 다 해결될 수는 없다. 결국 외래에서는 의사와 환자 1:1의 관계로 되돌아가게 마련이고, 환자는 외래에서 만나는 그 의사에게 자신을 맡긴 것이니까.

좀 더 많은 책임감을 가지고 제대로 환자를 보아야겠다는 생각, 항상 같은 마음이기 쉽지 않지만 어제나 스스로를 채찍질해야겠다. 그런다고 어느 누구도 사회적 금전적인 보상을 해주지는 않는다는 게 자꾸 회의감에 빠지게 하는 원인임을 솔직하게 고백할 수밖에 없겠다. 하지만 의사로서의 소명을 다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면 우선은 내 마음이 괴롭고 부끄럽기 때문에, 그 누군가가 내려다보고 있다는 생각을 항상 해야겠다.

오늘도... 두 분의 말기 암 환자가 병실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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