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희귀자가면역질환 '항-모그항체 연관질환' 가능성 존재
증상 전형적이지 않은 다발성경화증 환자도 모그항체검사 권고
'자가면역뇌염' 진단 환자 중에도 항-모그항체 연관질환자 나와
최근 충추신경계를 침범하는 희귀자가면역질환 중 미지(未知)의 영역에서 기지(旣知)의 영역으로 넘어온 질환이 있다. 바로 '항-모그항체 연관질환(MOGAD, Anti-MOG antibody associated disorders)'이 그것이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김준순 교수는 유튜브 채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희귀질환센터'에서 "예전에는 다른 질환으로 알고 있다가 최근 들어 새롭게 진단되는 영역이 '항-모그항체 연관질환'"이라고 짚었다.
항-모그항체 연관질환이라는 병명에서 '모그항체'는 모그(MOG)라는 이름의 단백질에 달라붙은 항체를 말하며, 굳이 병명에 연관질환이라고 한 이유는 하나의 형태가 아니라 굉장히 다양한 형태로 병이 나타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김준순 교수는 "왜 생겼는지 모르는 자가항체(내 몸을 공격하는 항체)가 어느 순간 내 몸에서 생겨났고, 그 존재가 발병에 필요한 역할을 한다"며 항-모그항체 연관질환이 '자가면역질환'의 하나라고 말했다.
항-모그항체 연관질환은 말초신경계가 아닌 뇌, 척수, 시신경으로 구성된 '중추신경계'에만 영향을 미치는데 그 이유가 있다. 바로 모그 단백질이 중추신경계에서만 발현되는 단백질 종류인 까닭이다.
김 교수는 "항-모그 항체가 뇌, 척수, 시신경에 있는 모그 단백질을 공격하면서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며 "공격하는 타깃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어떤 증상들이 생길 수 있는지 2차적으로 유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추신경계의 하나인 '시신경'에 있는 모그 단백질을 항-모그 항체가 공격하게 되면 시신경염이 생긴다. 김준순 교수는 "시신경염이 생기면 대표적으로 안구의 통증이나 시력의 직접적 저하, 색각이상, 시야장애 등 관련 여러가지 시각 증상들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항-모그 항체가 척수에 있는 모그 단백질을 공격하면 척수염이 초래된다. 김 교수는 "척수는 목에서부터 등을 거쳐 허리까지 굉장히 긴 구조물이기 때문에 어디를 침범하느냐에 따라서 증상의 레벨은 또 달라질 수 있다. 상하지의 전체나 일부 근육의 위약이 올 수 있고, 감각이 떨어지거나 대소변장애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항-모그항체 연관질환에서 가장 큰 문제는 뇌가 공격당할 때다. 뇌병변은 경련, 의식 저하, 인지·기억 저하, 구음·연하장애, 두통 등을 비롯해 사물이 갈라져 보이는 복시현상, 뱅글뱅글 돌아가듯이 어지러운 현훈 현상, 팔다리를 움직이는데 조절 능력이 떨어져서 생기는 실조 증상을 초래할 수 있다.
김준순 교수는 "항-모그항체 연관질환에서 단순히 두통만 있는 경우도 아주 드물지만 있다. 시간이 지나면 두통에 더해 다른 신경학적 증상이 생기지만, 초기 증상으로는 두통도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항-모그항체 연관질환처럼 중추신경계를 침범하는 희귀자가면역질환 중 모그항체검사가 권고되는 3가지 질환이 있다. 시신경척수염이라고 흔히 불리는 시신경척수염 범주질환이나 자가면역뇌염, 다발성경화증을 앓는 환자 중 모그항체검사가 필요한 환자가 일부 있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항-모그항체 연관질환은 시신경염과 척수염이 상대적으로 뇌병변보다 흔하다. 아무래도 시신경염으로 처음 발현하거나 척수염으로 발현하는 환자들이 많다보니 시신경척수염이라는 질환으로 과거에는 진단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은 항-모그 항체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엄밀하게 구분된다"고 짚었다.
이어 "시신경척수염는 환자 중 검사를 해봤더니 아쿠아포린4라는 단백질에 대한 항체가 있다고 진단을 받았었다고 하면 현시점 기준으로 정밀하게 시신경척수염 범주질환이라고 진단할 수 있지만, 시신경척수염이라고 들었는데 아쿠아포린4항체가 음성이었고 모그항체검사를 만약 안 한 단계라면 모그항체검사를 해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과거 자가면역뇌염이라고 진단받은 환자 중 모그항체검사를 해보는 것이 권고되는 환자도 있다.
김준순 교수는 "과거에 소위 정체불명의 뇌염이라고 진단 받는 환자가 있었는데, 그 중 자가면역뇌염이라고 진단된 환자 중 추적관찰을 하다가 모그항체검사가 가능해지면서 항-모그 항체 연관질환이라고 뒤늦게 진단되는 경우도 있다"며 "환자 중 뇌염으로 알고 지냈는데, 증상이 계속 반복되거나 경련이 지속되면서 MRI를 찍어보면 하얗게 보이면서 원인을 모르겠다고 한다면 모그항체검사를 꼭 해보라"고 권했다.
중추신경계를 침범하는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인 '다발성경화증' 환자 중에서도 모그항체검사가 필요한 환자가 있다.
김 교수는 "과거 다발성경화증은 소아, 성인을 가리지 않고 특정 신경학적 결손 증상이 반복되는데, MRI를 찍어봤더니 하얀 점들이 여기저기 보인다고 하면 사실 거의 다발성경화증으로 진단을 많이 내렸다"며 "그 중에서도 최근 모그항체검사를 해봤더니 일부 환자한테서 모그 항체 양성이 나온다"고 현실을 짚었다.
이어 "환자의 과거 임상 양상이나 뇌 MRI 변화 등이 전형적인 다발성경화증과 맞지 않았던 면들이 종종 있다. 최근에 다발성경화증으로 진단 받는 환자는 진단 당시부터 모그항체검사를 해서 감별진단을 1차적으로 다 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안 되는데, 진단받은 지 10년 이상 된 경우는 사실상 소수지만 일부 환자는 항-모그 항체 연관질환 환자가 섞여 있을 수 있다"며 "그런 경우라면 의료진과 상의해 모그항체검사를 한 번쯤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고 권했다.
시신경척수염, 자가면역뇌염, 다발성경화증과 '항-모그항체 연관질환'을 구분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김준순 교수는 "(4개 질환) 모두 급성기에 써야 하는 약의 종류는 거의 비슷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써야 하는 치료제의 종류나 각각의 치료 약물에 대한 반응도, 증상 발현의 형태, 장기적 예후 등에 있어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며 "때문에 되도록이면 초반에 정확하게 감별진단을 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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