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상의 좌우 비대칭 점차 심해지면 의심을
두개골조기유합증은 말 그대로 머리뼈(두개골)를 이루는 뼈들의 유합 과정이 너무 일찍 일어나 비정상적인 머리 모양이 초래되는 희귀질환으로, 아기의 뇌는 앞으로 계속 자라야 하기 때문에 빨리 수술을 해주는 게 답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머리뼈가 완전히 자리 잡지 않은 생후 1년 전후 아기의 두상이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부모가 어떻게 알아챌 수 있을까?
서울대병원 소아신경외과 피지훈 교수는 유튜브 채널 '서울대병원tv'에서 "흔히 주변에서 보는 아이들의 두상하고 많이 다른 경우에는 일단 의심을 해볼 수 있다"면서도 "그런데 신생아기 한 달 정도까지는 두상이 많이 눌려 있다가 서서히 펴지는 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아주 많다. 그래서 두상이 조금 이상하다고 무조건 두개골조기유합증인 것은 아니다. 두상 모양이 돌아오지 않거나, 특히 좌우 비대칭이 점점 심해지는 경우에는 충분히 의심해볼만 하다"고 조언했다.
두개골조기유합증이 왜 생기는지 아직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지만, 약 10%의 환자에게는 특정 유전자 변이가 발견된다. 피 교수는 "사실 두개골조기유합증이 정확히 왜 생기는지 잘 모른다. 다만 환자의 10%에서 유전자 변이가 명확하게 발견되고 그것과 동반돼 손가락, 발가락, 척추뼈, 머리뼈에 문제가 동반되는 걸 볼 때 유전적 원인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믿지만 그 외 나머지 환자들은 정확한 이유를 모른다"고 설명했다.
두개골조기유합증이 의심될 때는 빨리 병원에 방문해 정확히 진단받는 것이 좋다. 피지훈 교수는 "두개골조기유합증은 보고 만져보면 어느 정도 진단이 가능하다. 확증을 위해 영상검사가 필요하고 우선적으로는 X-ray를 보면 한 80~90%는 진단이 가능하다"며 "병원은 빨리 올수록 사실 좋다. 6개월 안에 진단이 된다면 모든 (치료) 옵션을 다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가 두개골조기유합증이 있다면 '머리에 특별한 건강이상이 초래되거나 두뇌 기능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할 수 있는데, 정말 그럴까? 피 교수는 "두통 같은 머리에서 생기는 여러 증상은 사실 대부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약 10%의 환자에서는 기능적 문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기능적 문제는 머리의 용적 감소로 인한 두개내압 상승, 두뇌 형성저하, 물뇌증, 지능저하, 시신경압박 등이다.
두개골조기유합증이 있다면 모두 치료해야 할까? 반드시 그렇지 않다. 피지훈 교수는 "경미한 경우엔 수술하지 않고 지켜보는 경우도 있다. (진단이 늦어) 수술해 교정을 하더라도 큰 이득이 없기 때문에 그냥 지켜보는 경우도 있다"며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 특히 1세 이전 진단받은 경우에는 대부분 수술적 치료를 필요로 한다. 뇌가 앞으로 많이 자라야 하기 때문에 사실 빨리 수술을 해주는 게 대부분 답이다"라고 조언했다.
일찍 두개골조기유합증을 진단하면 작은 수술로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지만, 진단이 늦으면 수술이 조금 커지고, 그보다 더 늦으면 수술을 했을 때의 이득이 크지 않아 지켜봐야만 할 수도 있다. 피 교수는 "최근에는 작은 '내시경수술'로 치료하는 경향이 강하다. 어린 나이에는 내시경수술로 많이 치료하고, 나이가 좀 들어서 8~9개월이 지난 환자에서는 좀 더 큰 수술로 조금씩 옮겨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어린 나이에 두개골조기유합증으로 뇌수술을 하면 아이의 두뇌에 문제가 초래되지 않을까 흔히 걱정하지만, 사실 큰 걱정을 하지는 않아도 된다. 피지훈 교수는 " 두개골조기유합증수술은 뇌수술이 아니고 머리뼈수술"이라며 "이론적으로 뇌에 수술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뇌가 다치고 오히려 뇌발달이 나빠질까' 하는 면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또 아이가 자라면 두개골조기유합증 수술이 추가로 더 필요하지 않을까 흔히 생각하는데, 모든 두개골조기유합증 환아에게 추가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피 교수는 "단순하게 (머리뼈들의) 봉합선이 붙은 경우는 대부분 한 번의 수술로 해결이 된다. 90% 이상이 어릴 때 수술받은 것으로 모양이 잘 교정되고 발달 상황에 큰 문제가 없어서 재수술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봉합선이 붙거나 유전자 변이가 있는 환자는 뼈 하나의 문제가 아니고 머리뼈 전체가 문제인 경우가 많다. 한 군데를 수술해도 좀 지나면 다른 부분에 문제가 생기고 심지어 수술한 부분이 금방 다시 붙어 문제가 되기도 한다. 그런 경우엔 나이가 들면서 다시 넓혀주고 앞쪽을 수술했다, 뒤를 넓혀주는 수술을 여러 번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환자는 10명에 1명 정도이고, 이것은 조금 다른 질환이라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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