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지현 교수

아이가 컨디션이 나쁠 때마다 콜라색 소변을 본다면 의심해봐야 하는 유전성희귀질환이 있다. 바로 '알포트증후군'이다.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
아이가 컨디션이 나쁠 때마다 콜라색 소변을 본다면 의심해봐야 하는 유전성희귀질환이 있다. 바로 '알포트증후군'이다.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

아이가 컨디션이 나쁠 때마다 콜라색 소변을 본다면 의심해봐야 하는 유전성희귀질환이 있다. 바로 '알포트증후군'이다. 알포트증후군은 신장, 귀, 눈 등에 주요한 구성성분인 4형 콜라겐 관련 유전자에 문제가 생겨 4형 콜라겐 합성이 일어나지 않는 병이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지현 교수는 유튜브 채널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알포트증후군을 방치하면 신장, 귀, 눈이 망가지기 시작한다"며 "혈뇨를 시작으로 단백뇨를 거쳐 신장 기능 저하가 생기고, 청력이 떨어지고, 각막이나 수정체에 이상이 생기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80% 이상 부모 유전…유전 방식 따라 발병률·질병 경과 달라

알포트증후군은 80% 이상이 부모로부터 질병을 물려받는데, 유전 방식이 성염색체 유전인 'X염색체 유전'과 '상염색체 유전'으로 나뉘며 유전 방식에 따라 발병률과 질병 경과 등이 다르다. 

김지현 교수는 "X염색체 유전인 경우 발병률은 2,300명 중 1명 정도"라며 "남자 아이에게 발병했을 때 예후가 좋지 않아서 평균적으로 20대 중반에 말기신부전이 온다고 알려져 있다. 여자 아이에게 발병했을 때는 비교적 증상이 경하다"고 말했다.

이어 "상염색체 유전인 경우 과거에는 성염색체 유전보다 발병률이 훨씬 낮다고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100명 중 1명 정도로 오히려 흔하다는 연구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며 "상염색체 두 개 중 하나만 이상이 생겨도 발생하는 우성유전일 경우 성별에 관계없이 증상이 비교적 약하지만 상염색체 두 개 모두 이상이 생겨야 발생하는 열성유전일 경우 성별에 관계없이 예후가 좋지 않다. 이 경우 X염색체 유전 남자 아이와 비슷하게 20대 초반에 말기신부전이 온다"고 짚었다.  

발병 빈도 높은 'X염색체 유전 여성'·'상염색체 우성유전' 증상 덜해

이처럼 발병 빈도가 높고 20대에 말기신부전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질환인 '알포트증후군'이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김 교수는 "상대적으로 비율이 높은 X염색체 유전 여성 환자와 상염색체 우성유전 환자들에게서 비교적 증상이 덜하기 때문"이라며 "환자 본인이 병에 걸린 줄 모르고 그냥 지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렇다면 환자가 모를 만큼 증상이 약한 알포트증후군은 평생 신경 안 쓰고 지내도 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김지현 교수는 "본인에게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천만다행이지만 문제는 알포트증후군이 자녀에게 유전되는 질환이란 사실"이라며 "실제로 일선 진료현장에서 아이가 알포트증후군이라고 진단된 후 본인이 환자임을 몰랐다고 말하는 부모들이 상당히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X염색체가 하나인 남성이 X염색체가 둘인, 즉 둘 중 하나는 정상 염색체를 갖는 여성의 증상보다 훨씬 심하다. 여성은 결혼식까지도 증상이 거의 없어 몰랐다가 임신해서 남자 아이를 출산하고 그 아이가 기저귀에 콜라색 소변을 보는 등의 증상을 보여 병원에 온다"고 현실을 짚었다.  

X염색체 유전 한국 여성 환자, 외국 환자보다 경과 나빠

이 경우 아이는 어떤 경과를 보일까? 김 교수는 "아이는 보통 학교 들어가기도 전에 단백뇨가 발생하고 학생 때 신장기능이 나빠지기 시작한다"며 "X염색체 유전 여성 환자의 경우 유전 문제뿐만 아니라 병의 위험도 자체 또한 기존에 알려진 것에 비해 더 크다는 사실들이 외국과 한국 모두에서 속속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X염색체 유전 알포트증후군 여성 환자가 말기신부전에 도달하는 연령도 외국보다 낮은 것으로 최근 보고되고 있다. 

김지현 교수는 "기존의 외국 보고에서 65세로 알려져 있었던 X염색체 유전 여성 환자의 말기신부전 발생 평균 연령이 우리나라에서는 50세로 보고됐고 심한 유전적 변이가 있는 경우에는 여성일지라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더 일찍, 40세 이전에도 말기신부전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상염색체 우성유전의 경우에도 증상이 없거나 약하게 발현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70세 정도에 말기신부전에 이르고, 단백뇨가 있는 경우에는 더 일찍인 50대에 말기신부전에 이를 수 있어 반드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알포트증후군 첫 증상, 혈뇨…신장 기능 떨어지고 귀 어두워지기도

알포트증후군의 증상 정도는 매우 다양해서 거의 증상이 없는 경우부터 아주 심한 증상을 보이는 경우까지 있는데, 제일 먼저 나타나는 증상은 혈뇨이다.

김 교수는 "증상이 심하고 진행이 빠른 X염색체 유전 남자아이나 상염색체 열성유전 아이들인 경우에는 빨간색 또는 콜라색 소변이 특히 감기에 걸리거나 컨디션이 안 좋을 때 반복적으로 보이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며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 단백뇨가 나오고 점점 신장 기능이 저하되고 귀도 어두워지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X염색체 유전 남자아이 또는 상염색체 열성유전 아이들이라고 모두 동일한 정도로 나쁜 것은 아니고 유전자변이 종류에 따라 심한 정도가 달라진다. 또한 신장, 귀, 눈의 경우 심한 정도가 서로 관련있어 신장 증상이 심하면 귀도 빨리 나빠지고 눈의 이상이 동반되는 경우도 흔하다.

김지현 교수는 "하지만 눈의 이상은 어린 나이에는 잘 동반되지 않으며 시력까지 나빠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며 "눈이 먼저 나빠지고 귀나 신장이 나빠지는 경우는 눈의 증상을 알포트증후군이 아닌 다른 질환 때문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지하는 못하는 혈뇨도 있어…학교 정기검진 결과 간과 말아야

또 다른 주의점이 있다. 김 교수는 "혈뇨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오고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이라며 "눈으로 보기에는 소변색이 정상이어도 현미경으로 봐야만 알 수 있는 미세한 혈뇨가 나올 때가 있다. 그렇기에 본인 혹은 자녀가 직장이나 학교에서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건강검진에서 소변검사 이상소견이 소견이 나왔다면 또 이러다 말겠지 하지 말고 반드시 병원에 가서 다시 소변검사를 확인해보고, 혈뇨가 반복된다면 추가적인 검사가 가능한 상급병원에 내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건강검진에서 이상소견이 있다고 해도 많은 경우에 실제 문제가 없지만, 그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김지현 교수는 "반복해서 문제가 있는 경우, 특히 가족력이 있다면 더욱이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혈뇨가 나왔다고 무조건 신장에 이상이 있거나 알포트증후군이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정말로 신장에 문제가 있는 것이 맞다면 빠른 진단을 통해 치료를 일찍 시작하는 것이 신장을 오래 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신장은 만성신부전으로 가게 되면 이전의 건강했던 신장 상태로 돌이킬 수 없다"며 "상급병원에 오면 소변검사 결과 및 가족력 등을 고려해 알포트증후군이 의심되는 경우 유전자검사 또는 신장조직검사를 통해 확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전자검사는 피검사 또는 입 안의 점막을 면봉으로 긁어서 시행하고 조직검사는 신장에 얇은 연필심 굵기 정도의 바늘을 넣어 신장조직을 채취하는 검사이다. 

알포트증후군, 약물치료 통해 신장기능 악화 늦출 수 있어

현재 알포트증후군을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병을 오랫동안 지연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약들이 있다. 대표적인 약물이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ACEi)와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s)이다.

김 교수는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약물치료를 빨리 시작하면 투석까지 가는 기간을 수년에서 수십년까지도 늦출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심한 증상을 보이고 빠르게 신장기능이 나빠져 20대 초중반에 투석이 예상되는 X염색체 연관 남성 환자와 상염색체 열성 환자인 경우라고 해도 기존에는 100% 투석을 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조기 치료 시 평생 투석을 받지 않고 살 수 있는 확률이 무려 50%나 된다"며 조기 진단·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ACEi)와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s) 치료 시작 시기는 유전 방식에 따라 달라 담당 의사와의 상의가 필요하다. 또 신장기능이 나빠져 투석하게 될 경우에도 좌절하지 말고 치료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김지현 교수는 "알포트증후군의 치료제로 새로운 약들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기 떄문에 머지않아 더욱 신장기능을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을 때가 곧 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며 "소아인 경우 1~2년 이내에 신장 공여자가 나타나 이식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식받은 신장의 수명은 약 30년이고 어린 나이에 이식을 받았다면 한 번 정도 더 이식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성분 모르는 약·생약성분·약초 섭취 주의를

알포트증후군 환자는 약 복용 혹은 투석 등의 치료와 함께 신장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신장이 더 나빠지지 않게 신장독성이 있는 약제나 성분을 잘 알지 못하는 약이나 생약성분, 약초 등을 섭취하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열이 났을 때는 부루펜 성분의 해열제 대신 신독성이 덜한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해열제'를 복용하는 것이 추천되며, 몸에 탈수가 오지 않게 하고, 음식을 싱겁게 먹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알포트증후군 환자의 건강관리에 좋다.

김 교수는 "특히 여름이나 땀이 나는 운동을 한 이후에 물을 충분히 마시고 음식을 싱겁게 먹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면 신장건강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보통 신장병은 칼륨 섭취를 제한하는 식이를 권하지만, 모든 알포트증후군 환자에게 칼륨 제한 식이가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김지현 교수는 "신장병이라고 하면 신장기능이 정상이거나 약간만 떨어져 있어도 덜컥 겁이 나서 만성신부전 식이를 보고 칼륨 섭취를 제한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신장기능이 정상이거나 만성 신부전 초기 단계의 경우에는 칼륨 섭취는 오히려 득이 많을 수 있다"며 "칼륨 섭취가 염분 배출에 도움을 줘서 신장의 부담을 줄여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단백질 섭취도 마찬가지다. 김 교수는 "성장이 끝난 성인이 단백뇨가 나오는 경우에는 신장 관리를 위해 단백질 섭취량을 제한하는데, 성장기 아이들은 단백질을 제한하면 영양불균형이 생겨 성장과 발달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며 너무 겁먹지 말고 동일 연령의 건강한 아이들에게 적절한 권장량만큼 섭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김지현 교수는 "알포트증후군은 방치하면 무서운 병이지만 일찍 발견해 관리하면 충분히 신장 기능을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다. 이전에는 불치병, 난치병으로 알려졌다면 최근에는 예방 가능한 병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며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빨리 병을 발견하고 의료진의 치료 가이드라인을 잘 따라 건강한 삶을 누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알포트증후군 환자가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나?

알포트증후군이 있는데 아이에게 유전될까봐 임신을 주저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이에게 유전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김지현 교수는 "최근에는 시험관시술로 착상 전 유전자진단을 통해 건강한 배아만 착상시키는 방법이 있다"며 "알포트증후군이 있다고 해서 자포자기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조언했다.

다만 알포트증후군 환자는 임신 준비 중인 경우엔 치료약으로 복용하는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와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를 중단해야 한다. 이들 약제가 태아에게 기형을 유발할 수 있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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