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이유미 교수

만성적인 저인산혈증으로 뼈가 엿가락처럼 물러지면서 뚝뚝 부러지고 두드러진 근육병으로 팔다리를 잘 쓰지 못하는데 인산보충제만 복용하고 있다면, '저인산혈증'을 초래한 원인 질환이 있는지 유전자검사로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이유미 교수는 유튜브 채널 '의대도서관'에서 "저인산혈증 환자의 사망률은 3.3배, 입원하는 횟수도 2.5배로 만성적인 저인산혈증이 주는 임팩트가 적지 않다"며 "이같은 환자가 국내 많지 않지만 잘 찾아내서 (유전자검사를 통해) 어떤 질환 때문인지 알아봐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인산혈증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그 이유가 있다. 우리 몸의 구성성분 상당수가 인산(phosphate)인 까닭이다. 

이유미 교수는 "뼈의 무기질인 수산인회석(Hydroxyapatite)이 칼슘, 인산, 물 등으로 이뤄져있어 뼈의 주요 구성 요소이다. 또 모든 세포는 세포막으로 돼 있는데, 이 중 인지질(phospholipid) 세포막이 다 인산으로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아주 중요한 게 아데노신3인산(adenosine triphosphate, ATP)인데, 이것은 우리 몸의 모든 에너지원의 근원이다. 근육을 움직이고 에너지를 내는데 너무 중요하다"며 여기에 더해 모든 생명체에 필수적인 생체고분자 물질인 핵산(Nucleic acids)에도 인산이 구성 성분이라는 점을 짚었다. 

이것만이 아니다. 인산은 우리 몸에 모든 시그널을 전달하는데도 영향을 미치며, 체내 산염기(pH) 조절에도 일정 역할을 한다. 또한 인산은 체내 혈액학적 변화에도 관여한다. 인산이 부족하면 용혈 반응이나 혈소판감소증 등도 올 수 있는 것이다. 

이 교수는 "우리 몸에 모든 시그널이 갈 때 어떤 단백질에 phosphoration이 되냐, dephosphoration이 되냐에 따라 시그널이 더 가기도 하고, 안 가기도 한다. 우리 몸에서 pH 변화의 중요한 범퍼 역할을 하는 것에도 인산이 들어있다. 또 헤모글로빈의 2,3-디포스포글리세린산(2, 3-Diphosphoglycerate)에도 인산이 붙어 있다"고 설명했다.

혈액 내 정상 인산 수치는 2.5~4.5mg/dL이며, 경증 저인산혈증은 2.0~2.5mg/dL, 중등증 저인산혈증은 1.0~2.0mg/dL, 중증은 1.0mg/dL 이하로, 중증 저인상혈증일 땐 심각한 문제가 초래된다. 이유미 교수는 "1.0mg/dL 밑은 응급"이라며 "호흡 근육이 ATP를 쓰는데, (ATP가 부족해져) 호흡근육이 안 움직여 호흡마비가 올 수 있다"고 짚었다. 

현재 저인산혈증을 초래하는 유전성희귀질환은 여러가지가 밝혀져 있는데, 그 가운데 치료제가 개발돼있는 극희귀질환의 하나가 'X염색체 연관 저인산혈증(X-linked hypo-phosphatemia, XLH)'이다. X염색체 연관 저인산혈증의 대표 유전자 변이는 PHEX이다. 

X염색체 연관 저인산혈증 환자가 제대로 병명을 찾아 치료하는 것은 환자의 삶의 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들 환자에게 기존의 약인 인산보충제를 준다고 해도 인산 수치를 장기적으로 조절하는 것조차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초기에 약을 주면 인산 수치가 올라가는데, 자꾸 약을 주면 부갑상선호르몬이 올라가서 다시 인산 수치가 떨어진다"며 "인산을 궁극적으로 오래 쓰면 부갑상선호르몬 입장에서는 칼슘을 보존해야 되기 때문에, 부갑상선호르몬이 올라가 인산 수치가 떨어진다"고 짚었다.

X염색체 연관 저인산혈증일 때는 환자들에게는 생체 내 올라가있는 호르몬 중 하나인 'FGF23'를 억제해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우리 몸에서 인산 농도를 조절하는 기관은 '신장'과 '장'인데, 신장에서 인산을 재흡수하는 메인 플레이어가 FGF23인 까닭이다. 

이유미 교수는 "FGF23은 우리 몸에 인산이 너무 많은 것을 대비해 많을 때 나와서 억제해주는 역할을 하며, 보통은 인산을 내보내는 쪽으로 활동한다"고 설명했다. X염색체 연관 저인산혈증 환자는 'FGF23'이 올라가 있기 때문에 환자의 몸에 필요한 인산을 많이 내보내면서 저인산혈증을 초래하는 것이다.

X염색체 연관 저인산혈증의 원인인 FGF23을 타깃한 치료제가 바로 부로수맙(제품명 크리스비타)이다. 이 교수는 "FGF23을 항체(antibody)로 블로킹을 해주는 게 부로수맙"이라며 "부로수맙을 쓰면 FGF23이 올라간 게 다 없어지면서 그 뒷단에 오는 문제를 다 해결해줘 인산을 줄 필요가 없게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X염색체 연관 저인산혈증 환자가 유전자검사를 하면 그 원인을 찾을 가능성이 높을까? 또 어떤 유형의 저인산혈증 환자에게 차세대염기서열분석(Next Generation Sequencing NGS) 검사를 권하는 게 좋을까?

이유미 교수는 세브란스병원의 X염색체 연관 저인산혈증 환자 13명 중 11명에게 PHEX 유전자 변이가 있었다는 점을 짚으며 "혈액검사에서 인산 수치가 낮아져있고 ALP(Alkaline Phosphatase)가 올라가 있으며 TRP(Tryptophan)가 낮아져 있는 전형적인 인산 결핍(phosphate wasting)을 보여줄 때" 유전자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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