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강승철 교수에게 듣는 'LCP병'
소아 무릎통증엔 고관절검사도 꼭 같이 해야
아이가 무릎이 아프다고 하면 병원에 가서 무릎검사만 하기도 하는데, 소아일 때는 엉덩이관절인 '고관절'까지 꼭 검사를 같이 해야 한다. 알 수 없는 원인으로 피가 잘 가지 못해 대퇴골두를 이루는 뼈가 죽는 '소아기 특발성대퇴골두무혈성괴사(레그 깔베 페데스병, Legg-Calve-Perthes Disease)', 즉 LCP병일 가능성이 있는 까닭이다.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강승철 교수는 유튜브 채널 '서울아산병원'에서 "간혹 LCP병 초기에는 고관절이 아닌 무릎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무릎에 대한 검사만 받다가 결국 늦게 진단되는 경우도 있다"며 "소아는 무릎 통증을 호소할 때 고관절도 꼭 검사를 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LCP병의 초기 증상은 무릎에만 있을 수 있지만, 병이 더 진행돼도 통증 없이 다리를 절뚝이기만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소아에게는 고관절까지 검사가 필요하다.
강승철 교수는 "LCP병일 때 고관절이나 사타구니 부위를 아프다고 표현하기도 하고, 아프다고는 안 하는데 다리를 절뚝이며 걷기도 한다"며 "세 살에서 열 살 정도 되는 아이가 다리를 절 때 가장 흔한 원인은 다리를 다쳤거나 고관절 일과성 활액막염이라고 고관절에 감기처럼 염증이 생겼다 사라지는 병이지만 절뚝이는 원인 중에 빈도는 드물지만 소아 고관절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병들이 있는데, LCP병이 이 중 하나"라고 짚었다.
LCP병은 혈류장애로 대퇴골두를 이루는 뼈의 일부가 죽는 병인데, 소아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막힌 혈류가 다시 개통되고 흡수된 조직도 서서히 다시 뼈로 채워진다. 다시 뼈가 자라니 LCP병은 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강 교수는 "성인에게 대퇴골두무혈성괴사가 와 대퇴골두가 무너지면 재생되지 않지만 아이들은 대퇴골두가 재생된다. '재생되니 아무 치료를 안 받아도 문제가 없는 게 아니냐' 하지만, 그렇지 않다. 병의 경과가 다 지나고 난 후 아무 이상이 없는 경우부터 대퇴골두가 동그랗긴 하지만 커져있는 경우, 타원형으로 커진 경우, 완전히 편평해지거나 울퉁불퉁해져 있는 경우까지 매우 다양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그 까닭을 설명했다.
이때 대퇴골두 변형이 심할수록 관절운동 범위가 많이 제한되고 고관절을 덮고 있는 주변의 뼈와 충돌해서 통증을 일으킬 위험이 커지며, 심지어 퇴행성관절염까지 빨리 오게 된다. 때문에 LCP병 치료의 일차적 목표는 작고 동그란 대퇴골두를 유지하는 것이다.
강승철 교수는 "일시적으로 대퇴골두가 매우 약한 시기가 존재하는데, 그 시기에 대퇴골두에 무리한 압력이 가해지면 대퇴골두가 무너지고 납작해지게 된다"며 "나중에 혈류가 다시 개통되면서 뼈가 다시 생기는데, 이때 주변 환경을 잘 만들어주지 않으면 납작하고 큰 대퇴골두로 재생된다"고 말했다.
현재 LCP병의 치료 방법은 고관절이 벌어지는 각도, 병 발생 시기, MRI 상 저혈류 부위 정도 등 여러가지를 종합해 결정한다.
강 교수는 "크게 봤을 때 대퇴골두가 아직 가소성이 있는 시기, 즉 비교적 병의 초기에는 대퇴골두의 모양이 치료 방법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가능한 대퇴골두를 비구 안으로 안정적으로 넣어주는 치료나 수술을 하게 된다"며 "이 시기에는 반복되는 체중부하로 인해 대퇴골두가 납작해질 수 있기 때문에 병이 있는 쪽 다리를 못 짚고 다니게도 한다"고 설명했다.
대퇴골두가 가소성을 잃어버린 시기, 즉 병의 후기로 가서는 치료 접근이 조금 달라진다. 강승철 교수는 "이때는 비구와 대퇴골두의 관절면 접촉을 많게 해서 안정적인 체중 부하를 도와주는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며 "나이가 어리고 고관절 외전이 잘 되는 경우, 경과를 주기적으로 보면서 보존적으로 치료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고관절이 잘 움직이지 못할 때는 주변 근육을 절단한 다음 캐스트를 할 수도 있다. 또 나이가 많은 LCP병 아이의 경우, 특히 뼈나이가 많은 경우에는 조금 더 수술적 치료 쪽으로 고려하게 된다. 강 교수는 "MRI 상에서 저혈류 범위 정도가 어떤지 등 여러가지 검사 결과를 봐서 종합적으로 치료방법을 결정하게 된다"고 조언했다.
LCP병의 '치료 결과'는 이 병의 발병 시 나이, 질환의 심한 정도, 성별이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강승철 교수는 "일반적으로 발병 시 나이가 많을수록 예후가 좋지 않다. 만으로 6세 이전에 발생하는 경우에 결과가 좋은 경우가 대부분이고, 간혹 11살이나 12살 이후에 상당히 늦은 나이에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결과가 더 안 좋다"고 짚었다.
또 만 나이를 보통 역연령이라고 하는데, LCP병에서는 역연령보다는 골연령, 즉 '뼈나이'가 예후에 더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MRI에서 대퇴골두에 혈류가 떨어진 부위가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하는데, 혈류가 떨어진 부위가 크면 클수록 예후가 좋지 않다.
LCP병의 장기적 문제는 아이의 키성장이다. 강 교수는 "LCP병이 대퇴골두 부위 성장판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그 부분이 잘 자라지 못하면서도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LCP병은 대부분 잔여 성장이 한창 남아 있을 때 발병하고 성장 과정에서 대퇴골두나 비구, 다리 길이 차이 등이 계속 변하기 때문에 최소 성장이 완료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추시를 받고 그 과정 중에서 보이는 소견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LCP병을 앓는 아이에게 특정 음식 등이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까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다만 과체중인 아이는 체중조절을 하는 것이 병관리에 도움이 된다.
강승철 교수는 "LCP병에 대한 특효약이 있거나 음식을 가려먹어야 하는 건 아니다"며 "다만 종종 과체중이나 비만인 아이들이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체중을 좀 조절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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