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박상형 교수에게 듣는 '염증성장질환과 비만'

국내 증가세를 보이는 희귀난치질환 '크론병'과 희귀난치질환에서 희귀를 뗀 '궤양성대장염'은 염증성장질환으로 묶인다. 염증성장질환은 잦은 설사와 복통, 혈변 같은 문제를 초래하기 때문에 흔히 환자들이 저체중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박상형 교수는 유튜브 채널 '서울아산병원'에서 "염증성장질환 환자의 약 15~40%는 비만하고, 약 20~40%는 과체중으로 알려져 있다"며 "저체중은 궤양성대장염에서는 약 0.5%, 크론병에서는 약 3%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염증성장질환 환자 중에는 과체중이나 비만인 환자가 많은 셈이다. 그렇다면 과체중이나 비만이 염증성장질환에도 영향을 미칠까? 사실 비만은 염증을 유발하는 사이토카인을 활성화한다고 볼 수 있는 까닭에, 염증성장질환에 영향을 미친다.

박상형 교수는 "궤양성대장염은 아니지만 (비만이) 크론병의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보고도 있다"며 "또 비만을 조절했을 경우에는 염증성장질환으로의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연구도 있다"며 염증성장질환에게 체중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짚었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
사진 출처=게티이미지

염증성장질환 환자에게 체중관리가 중요한 또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염증성장질환 환자는 비만과 깊숙하게 관련된 대사질환 지방간의 위험도 높고, 이 경우에는 염증성장질환의 경과도 더 악화될 수 있는 까닭이다.

박 교수는 "체중이나 고지혈증, 당뇨, 고혈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상관없이 (염증성장질환 환자들은) 대사질환 지방간의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경과를 더 악화시킬 수가 있다"고 짚었다. 

염증성장질환 환자에게 체중관리가 중요한 또다른 이유도 있다. 염증성장질환 환자는 비만과 관련된 2형 당뇨병 위험도 높은 까닭이다.

박상형 교수는 "염증성장질환에서 2형 당뇨병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염증성장질환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잘 모르지만 장내 세균 이상으로 알려져 있고, 2형 당뇨병 역시 장내 세균 이상이 하나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두 질환 사이에 어떤 공통점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당뇨병이 있는 염증성장질환 환자들은 질환 관리조차 쉽지 않다. 박 교수는 "당뇨가 없는 환자에 비해서 염증 수치가 올라가거나 알부민이 떨어지고 입원율이 올라가고 항생제 사용률도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염증성장질환 환자들은 생활관리를 통해 적정 체중을 유지하며 질환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런 차원에서 염증성장질환 환자들이 식습관 중에 피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단순 탄수화물을 과다 섭취하는 것이 그것이다.

박상형 교수는 "단순 탄수화물 과다 섭취는 장에 염증을 유발한다"며 "지금까지 알려진 역학 연구에 따르면 특히 패스트푸드 섭취가 증가하거나 식단이 서구화되는 경우에 염증성장질환의 발생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며 이같은 식습관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염증성장질환 환자는 활발히 신체활동을 하는 것이 추천된다. 박 교수는 "신체활동과 염증성장질환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에 의하면 크론병 환자에서 신체활동이 활발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질병의 중증도가 악화되는 것이 유의하게 낮았다"고 말했다. 

또한 정기적 운동을 통해 나이가 들수록 떨어지는 근육량을 보존하는 것도 염증성장질환 관리에 아주 도움된다. 박상형 교수는 "근감소증을 보인 크론병 환자에서 장절제술의 위험이 증가하고 수술 합병증 발생이 유의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짚었다.

이어 "또한 염증성장질환의 주요 치료 약제인 항종양괴사인자와 같은 약제에 대한 반응률이 (근감소증 환자에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따라서 근감소 즉, 근육의 위축을 막는 것이 (염증성장질환 환자에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해서 염증성장질환 환자에게 격한 운동을 권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걷기 같은 가벼운 운동이 염증성장질환 환자에게 추천된다. 

박 교수는 "염증성장질환 환자에게 고강도의 운동은 소화기 계통의 혈류도 감소시킬 수 있고 장기간 운동을 통해 탈수로 인한 저혈량증이 진행될 수도 있으므로 고강도운동보다는 가벼운 운동이 추천된다"고 조언했다. 

걷기 같은 가벼운 운동도 무조건 많이 하는 것을 염증성장질환 환자에게 추천하지는 않는다.

박상형 교수는 "운동의 정도도 다 개인차가 있을 수 있겠지만 보통 하루에 7,000보 이상 정도 걸으면서 숨이 약간 차는 정도로 운동하는 것을 추천한다"며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7,000보 이상이 필요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4,000보 정도만 해도 충분할 수 있으므로 개인의 컨디션에 맞춰 잘 조절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