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헬스로그에서 발행된 <독자로부터 온 편지 - 안전한 예방접종을 위한 사이트 고발> 포스트를 읽으면서 최근에 경험했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30대 후반의 여성이었습니다. 요즘같이 아기를 잘 낳지 않는 세태에서 다산을 하신, 그래서 참 대단한 분들이다...라는 생각을 들게하는 아주 평범한 분이셨습니다. 그런데 이 분이 그만 활동성결핵에 걸린 것이었습니다. 제가 진단을 했고 결핵약을 투여하면서 증상도 좋아지고 있었지요.

이런 경우, 면역력이 약한 아기들도 점검을 해야하고..그래서 아기들을 소아과에 데려가서 진찰을 받으시라고 권유해 드렸습니다. 소아과 선생님께 따로 물어봤더니 이런 경우는 예방약으로 결핵약의 일부인 INH라는 약을 아기에게 먹여야 한다고 하시더군요.

처음 몇 번의 방문때 아기에게 예방약을 먹여야 한다고 하니까...자신들은 아기에게 다른 예방접종도 하지 않았다고, 또 하지 않기로 했다고 하더군요. 답답한 마음에 그 이후 여러번 채근을 했고 제 앞에서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도 했습니다.

결핵약을 투여한 지 서너달이나 지났을까요...아기들을 소아과에 데려가셨느냐고 물어봤더니 저희 병원의 모 선생님께 데려갔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말이지요..소아과 선생님 모두에게 물어봐도 최근에 그런 엄마와 아기를 본 적이 없다고 하시더군요. 그 환자분은 저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었습니다.

다음에 오시면 따져 물어야겠다...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만 그 엄마는 저한테도 안 오시는 것입니다. 결핵약도 겨우 4개월밖에 복용하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아마도 자신의 신념(?) 어긋나는 치료나 예방을 강조하는 저에게 라뽀(의사 환자의 신뢰 관계)가 깨졌거나 아니면 거짓말을 한 것이 찜찜해서 다시 오시지 않은 것이겠지요. 이제 걱정은 아기도 아기이지만 환자 본인에게 결핵이 재발될까 봐 또 걱정입니다.

검증된 치료방법이나 예방법에 대해 "자연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거부감을 갖고 아기에게 해를 입히고 본인 자신마저도 치료를 하지 않는 그 분이 그저 안타까울 뿐입니다. 강제적으로 어떻게 할 수도 없고 말이지요.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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