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창자는 세 부분으로 구분하는데, 한자식 용어로 맹장, 결장, 직장이라고 합니다. 이 명칭들은 질병을 이야기할 때 들어본 익숙한 이름일 것입니다.

오늘은 막창자, 즉 맹장 얘기부터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위치상 작은창자를 지나자마자 나오는 부위가 막창자입니다. “맹장염(정확히는 막창자꼬리염 또는 충수돌기염)은 사람의 몸에 별 도움이 안 되는 부위가 몸에 붙어 있어서 쓸데없이 생긴 병”이란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요, 사실 막창자라 하는 것은 해부학적으로 생긴 모양을 보고 붙인 이름이구요, 막창자꼬리만의 고유한 기능은 특별히 알려진 게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막창자꼬리염(충수돌기염)은 사람에 따라서 평생 생기지 않고 지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생긴다 해도 병원에 가기만 하면 수술해서 떼어내고 며칠 후에 툴툴 털며 일어나는 병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 막창자꼬리염도 응급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혹시 “맹장이 터졌다”거나 “맹장이 터져 복막염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지 모르겠는데 보통 충수돌기에 염증이 생기면 대부분은 통증만 있을 뿐이고, 수술해서 떼어내면 아무 일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맹장이 터지게 되었을 때 맹장에 들어있던 내용물이 뱃속에 쏟아지게 되면 주변에도 문제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복막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복막염이라 하는데 이 경우에는 생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빨리 병원에 가서 응급처치를 받아야 합니다.


이미지 출처 : flickr.com / 아이디 Thomas Roche님


갑자기 배가 아파오기 시작할 때 일반인이 충수돌기염(흔히 부르는 맹장염)인지 아닌지 구별하기가 쉽진 않으실 겁니다. 하지만 의사에게 진찰을 받을 때 어떻게 아픈 지만 설명을 잘 해도 진단에 크게 도움이 됩니다.

아픈 것에는 종류가 많지요. 맞은 듯이 아프다. 찌르듯이 아프다. 땅기듯이 아프다. 넓은 부위가 욱신욱신 아프다 등 종류가 아주 다양합니다. 맹장에 염증이 생기면 처음에는 거의 배 전체에 해당할 만큼 넓은 부위가 견딜 만 하게 아픕니다. 이게 여러 시간 진행되면서 서서히 아픈 부위가 한 곳으로 집중을 합니다. 그래서 아픈 정도가 조금 약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배꼽과 오른쪽 엉덩이 뼈의 윗부분, 즉 허리 바로 아래에 해당하는 엉덩이 뼈를 잇는 선을 그어서 배꼽으로부터 2/3에 해당하는 지점을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손가락이 닿는 부위에 통증이 느껴지면 충수돌기염 가능성이 높으니 통증이 견디실 만 하더라도 병원으로 가셔야 합니다.

시간에 따라서 또 기타 여러 원인에 의해 (임신 등) 통증이 심한 부위가 다를 수 있습니다. 때문에 압통이 있는 위치만 가지고 충수돌기염을 진단하는 것은 사실 무리가 있습니다. 때문에 평소와 다른 복통이 있을 경우에는 의사의 진찰을 받는 것이 좋겠습니다. 때로는 너무 참기만 해서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맹장 수술은 환자들이 쉽게 감당할 수 있는 수술입니다. 복막염으로 발전하지 않은 충수돌기 절제술(맹장수술)은 잠 한 번 주무시고 나오시면 끝나 있을 정도로 아주 쉬운 수술 중 하나입니다. 저도 약 20년 전에 수술 받은 후에 오른쪽에 칼자국이 생겼습니다만 지금은 흉터를 거의 남기지 않고 수술하는 방법도 개발되어 있습니다. 그냥 두면 복막염과 같은 골치 아픈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지만 간단히 수술로 해결할 수 있는 질병이 바로 맹장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