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을 다닐 때 이야기다.
 
당시 지도 교수제도가 있어 무작위로 추첨되어 교수 1인에 학생 3~4인이 지도학생으로 묶여 있었다. 취지는 학업 등의 문제를 상담하는 멘토의 역활이었지만 서로 바쁘고 관심도 적어서 인지, 1년에 2~3회 간단히 저녁이나 점심을 먹는 관계가 대부분이었다. 각학년의 시험기간을 비껴서 지도 교수모임을 하려면 대부분 같은 주에 몰려서 대부분의 학생과 교수가 만나야했다. 그래서 오늘은 A,B,C팀, 내일은 D,E,F팀... 이렇게 회식을 하다보니, 다음날이면 어제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소문이 확 돌았다.
 
학생들의 호기심은 일단 시험문제나 성적이 가장 컸고, 교수들의 말실수로라도 연애 등의 사적인 이야기를 '캐어 오면' 쉬는 시간은 흥분의 도가니가 되기도 했다. 어디나 의과대학은 고등학교와 마찬가지로 아침 9시부터 오후 5~6시까지 점심시간 한시간을 빼고는 교실에 학생들이 앉아 있고 강의하는 강사/교수만 바뀌는 시스템이라 고등학교 쉬는 시간/점심 시간과 마찬가지라 더욱 그렇다. 여담이지만 이런 시스템이라 철이 늦게 드는지도 모르겠다.

3학년 여름의 동아리모임에서 한 후배가 전날 있었던 지도교수모임에 들은 충격적인 이야기가 화제가 되었다. 그 지도 교수모임에는 1~3학년 학생 각각 1인과 지도교수 1인, 총 4인이 식사 중이였고 그 지도 교수님은 좋은 대학을 나와 지방에 있는 우리 의과대학에 발령받은 분이었다.

이야기를 전한 후배는 평소 공부를 상당히 잘하는 친구로 우리 의과대학의 교수를 하면서 후배들을 가르키는 것이 꿈이라고 늘 이야기해왔던 친구였다. 그래서 지도 교수모임에서 저녁을 먹으며 어떻게 하면 이 꿈이 가능할지 새로오신 교수님에게 물어봤다고 한다. 그랬더니 그 교수님 답이 황당했단다.
 

지도 교수: 지방대 나와서 교수 할 생각을 해요?
 
후배들 : .....

 
물론 우리나라 최고의 명문대를 입학하시고 졸업하신 분들이 머리 좋고 다방면에 뛰어난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중학교에서 공부를 못하던 아이가 고등학교에서는 열심히 하여 더 잘하는 경우도 있고, 대학 또는 대학원에서 자신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을 우리는 익히 보아왔다.

대학으로 인간의 평생을 결정 짓는 진입장벽을 만들거나, 공무원/공기업의 철밥통, 또한 능력없는 전문면허자의 퇴출을 막는 것이 여러가지 문제를 만드는 것처럼, 패자부활전으로 후발주자들이 더 높은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해택을 획득하도록 해야 사회의 생명력이 유지 발전 할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는 있다. 그런데, 자기 밥그릇이 걸리면 너무도 '잘 지켜서' 문제이지.

이 이야기는 십수년 전 에피소드지만 안타깝게도 여전히 큰 변화가 없는 것 같다. 최근에는 '지방 대학'을 낮춰서 '지잡대'라고까지 부른다고 하니 앞에 나온 지도 교수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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