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5월 마지막 날이 지났습니다. 5월 1일 개원을 한 지 꼭 한달이 되었군요. 한달간의 병원 운영을 마치고 난 뒤의 소감이라면....흔히 하는 말로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까요?

개원 전 불안하기만 했던 시스템이 조금씩 정착이 되어가고 낯설기만 했던 진료실과 새 내시경기계와 전자챠트 시스템도 이제 어느 정도 눈에 익습니다. 더불어서 환자를 보는 속도도 조금씩 빨라지고 있구요. 개원을 하고 난 뒤에도 여러가지 시스템의 변동이 있었습니다. 토요일과 오늘에 걸쳐 내시경실의 영상과 초음파실의 영상을 받아서 보는 miniPACS도 설치를 했고 용종을 떼어내는 데 쓰이는 전기수술기도 큰 돈을 들여 새로 장만했습니다.

개원을 준비하면서 너무 큰 비용이 드는 것이라 망설였지만 결국은 이렇게 지르고야 말았습니다. mini-PACS로 받아 본 영상은 속이 시원할 정도로 잘 보이고 전기수술기도 들여놓으니 마음이 편안하고 넉넉한 걸 보니 당장은 어렵더라도 지르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달이 지난 지금...이제 청구를 시작해야하는 때입니다. 즉, 환자를 보고 검사를 한 내역을 심사평가원에 제출하고 심사를 받아 보험공단에 진료비를 청구해야 하는 것이지요. 제가 절반의 성공이라고 한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청구"입니다. 환자를 제대로 보고 양심껏 진료를 봤다고 생각하지만 심평원에서 보는 눈은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닙니다. 제가 검사한 것, 그리고 처방한 약들 중에는 그 쪽에서 보자면 "쓸데없는 검사"와 "필요없는 약 처방"이 있을 가능성이 있거든요.

당장 걱정되는 것은 미즈메디병원에서 봤던 환자들 중에 최근에 위내시경검사를 하고 약을 먹던 환자들입니다. 저도 그 분들을 알고 그 분들이 봐도 제가 처방했던 약이었으므로 당연히 보험급여로 약을 처방 받으셨지만 심평원에서 그 근거를 내 놓으라고 하면 대략 난감입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그 분들에게 그동안의 챠트와 검사기록을 복사해 오시라고는 했습니다만 복사를 해 오지 않으신 분들도 꽤 있으니 말입니다. 또한...제가 원래 병원에서 검사하고 처방하던 스타일대로 한 것에 대해 어쩌면 심평원에서는 낯설게 느낄 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존의 개원의의 스타일과는 확연히 다를 수 있으니까요. 뭐.....일단 청구를 하고 결과를 기다려봐야겠습니다. (속으로는 일전불사를 외치고 있습니다만...^^;)

한달동안 약 600여명의 환자를 봤으니 하루 평균 25명 정도이군요. 개원 첫 달 치고 많은 편인지 적은 편인지...아니면 그저 보통 수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그 중 60% 이상은 저를 이미 알고 계시던 환자분들이나 그 가족 분들이었으니 연고지가 아닌 전혀 낯선 곳에서 개원을 했다면 어땠을까...하는 짐작은 할 수가 있습니다. 아마도 하루 10명도 못 보는 나날이었을 것 같군요. 물론 시간이 많이 지나면 점차 늘어날 수 있겠지만 그 때까지 버틸 수가 있을런지요. 개원을 해서 성공하기가 어렵다는 주위의 이야기들이 실감나는 때였습니다. 그나마 저 같은 경우는 행운이라 생각됩니다.

그래도...환자 수에 비해 내시경검사는 많은 편입니다. 위내시경검사도 50여건을 넘었고 대장내시경검사도 12건 정도를 했으니 말입니다. (물론 제 욕심에는 한달에 200건 + 40건 정도는 하고 싶지만...^^) 점차 더 늘 것이라고 기대합니다..이제 어느정도 워밍업이 끝났으니 6월부터는 좀 더 열심히 일할 수 있을 겁니다. (오늘, 건물 임대료와 관리비, 전기세를 내 보니 열심히 안 할래야 안 할 수 없다는.....^^;;)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