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고혈압이 의심되는대도 그냥 집으로 가신 환자분이 오늘 오셨다.
오늘도 220/120mmHg, 증상은 없다.

나는
외래지연을 각오하고 환자분 손을 꼭 잡고 부탁드렸다.
약 먹었는데도 전혀 조절되지 않으니 입원하시자고.

왜 입원하자고 하는지,
지금 왜 입원해서 혈압을 떨어뜨려야하는지,
유방암은 재발했지만 그냥 포기한다고 끝나는 병이 아니라는 사실을...
환자는 점점 눈시울이 벌게 온다.

"돈 많이 드나요?"

"심장 초음파는 보험이 안 되니까 한 20만원 들 거예요. 그거 빼고 나머지는 다 보험이 되는 검사랑 보험이 되는 약만 쓸게요."

"그럼 다인실로 입원하게 해주세요."

"제가 최대한 원무과에 알아보고 부탁할게요."


이런 대화 과정은 사실 이렇게 클리어 하지 않고 지지부진 좀 시간이 지났다.

나는 오늘 외래가 1시간 넘게 지연되어 그 이후로 환자들에게 계속 미안하다고 사과해야 했다.

외래 간호사가 원무과에 부탁하고
나도 부탁했지만
결국 오늘 내일 다인실은 없다.

요즘 입원환자도 다인실 전실이 잘 안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환자분께 하루만 2인실로 입원하셨다가 전실하자고 겨우 설득하였다.
근데 입원했는데 전실 안 되면 어떻게 하지? 안되면 원무과에 뇌물을 써야지 뭐...

환자를 힘들게 했던 건 재발도 재발이지만, 앞으로 들어갈 돈 문제가 큰 걱정이었다.
지금 집안 형편도 안 좋아서 자기도 나가서 일하고 있는데
허리가 아파서 일을 할 수 없게 되어 검사를 하러 우리병원에 오신 거고...

지난 번 PET-CT 등의 검사로 50만 원 정도 썼는데, 그만큼 돈이 또 들어가면 어떻게 하냐고... 돈이 없다고...
내가 할 말이 있겠는가...
가지고 오신 슬라이드 검사를 해서

ER PR HER2에 따라 임상연구가 가능하면 임상연구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건다.
다국적 임상연구 중에서는 약, 검사 등 많은 과정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연구들이 있어 환자들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들이 있으니까...

나는 평소 암환자 진료비 5%는 선심성 공약이며 암환자 진료에 큰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차라리 본인 부담률을 20%로 하고,
더 많은 신약과 좋은 약들이 보험으로 환자들에게 적절하게 제공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싼 약, 싼 검사를 더 싸게 5%로 할인하면 뭐하겠는가.
생존율을 다소나마 많이 향상시키는 것으로 입증된 신약들이 보험으로 더 많이 제공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도 그 5%도 힘들어하는 환자들이 있다.
내일 원무과에 찾아가봐야겠다. 부탁 좀 드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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