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나는 피곤에 찌든 얼굴을 하고 사나보다.외래를 보러 온 환자들이 진료가 끝나면 병원 내 커피집에 가서 커피를 사서 외래방에 넣어주고 간다.커피를 선물한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지도 않고 가시는 경우도 많다. 아마도 내 몰골이 너무 피곤해 보이니 이거 마시고 정신 차리라는 뜻 혹은 졸지 말라고. 나이 사십이 넘으면 그 사람 인생이 얼굴에 반영된다고 했다.그래서 사십이 넘으면 얼굴에 책임을 지라는 말이 있다.진실된 마음이 중요하지
Physical Activity우리 말로 번역하면 '신체 활동' 정도.그래도 일반적으로는 '운동'이라고 지칭하는게 이해가 쉽다. 암을 예방하기 위해, 암으로 치료를 받았다면 다시는 재발되지 않게, 혹은 재발된 암이라도 고통없이 삶의 질을 유지한 채 일상생활을 잘 유지할 수 있게 하는입증된 치료법이 있는가?있다. 그것은 바로 운동이다. 항암제 하나를 개발하여 그 약의 치료적 효과를 입증하고 표준 치료로 도입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은 상상 이상이다.설령 효능을 입증했다 하더라도 기존 치료법의
내가 할 수 있는 것책상 위에 성모상을 그녀에게 갖다 주었다.그 성모상은 예전에 내가 치료하지도 않은 환자의 보호자에게 받은 선물이었다.인간이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지만그것만으로 다 되는 것은 아니니 신의 은총이 나에게 함께 하길 바란다는 기원을 적은 카드와 함께.엄마가 점점 나빠지고 임종 준비를 해야 하는 어려운 시기, 그녀는 나에게 메일로 여러가지 문제를 상의했었다.나는 본 적도 없는 환자에 대해 의학적인 부분을 코멘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미적지근한 대답. 안타깝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것 같다고오늘이 가장 좋은 날이라고 생각하고 엄마와 시간을
힘들게 징징거리며 항암치료를 받다가날 떠난 그들.'이제 잘 사세요. 다시는 날 만나는 일 없게요'그렇게 빠이빠이 하면서 그들과 헤어졌었는데 요즘 유방암 클리닉의 운영체계를 일시적으로 조절하고 있는 중이라2-3년전 그렇게 헤어졌던 환자들을 다시 만나게 된다. 유방암을 진단받고 치료를 마친 그들에게 지난 2-3년의 시간은 어떤 의미로 채워져 있을까? 불현듯 그들을 만나고 나면 뭔가 설명할 수 없는 감동과 에너지를 느끼게 된다.계속
사실 입원환자 회진은 오전 일찍 끝내야 한다.회진을 돌고 치료 방침을 결정해야 전공의가 내 지시대로 처방도 내고검사 결과도 확인하고여기 저기 돌아다니면서 푸쉬도 하고 - 회진 정리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가에 대해 무수히 고민하고 제도개선을 요구했던 시절도 있었다. 많이 좋아진 부분도 있고, 여전히 구래를 답습하고 있는 부분도 있다. 여하간 전공의는 회진 정리를 하고 오전에 바쁘게 뛰어다니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시스템에서라도. - 여기 저기 병동에서 날라오는 병동 콜도 해결하고예상치 못하게 상태가 나빠진 환자에게 달려가 봐야 하고그 와중에 밥도 좀 먹고당직서느라 못잔 잠을 의자에 앉은 채라도 선잠으로 보충을 해야 한다.그렇게 전공의가 일을 하려면내가 일찍 회진을 돌고 정리를 해줘야 한다.[capti
아마도 뱃속 암이 진행되면서복강 내 가장 큰 혈관인 대동맥을 누른것 같다.큰 혈관이 눌리니 혈류 흐름에 장애가 생기고그러면서 와동된 혈류 흐름 때문에 혈전이 생긴 것 같다.그렇게 생긴 동맥혈 혈전은 바로 뇌로 날아가 뇌경색을 일으켰다.혈관을 누르고 있는 종양 때문에 혈전의 생성 조건이 개선되지 않는다.그래서 반복적으로 뇌경색이 발생하였다.처음에는 말을 못하는 정도였는데반복적인 뇌경색 이벤트가 있은 후에는의식도 나빠졌다.경기도 한다.그녀 나이 이제 겨우 30대 중반이다.그렇게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다.자꾸 경기를 하니까 진정제를 쓰
항암 치료 하면서 혹은 치료를 마치고 경과관찰 중인 환자들이 가장 많이 묻는 말.선생님, 뭐 먹으면 몸에 좋아요?뭐 먹으면 안돼요?뭐 먹으면 재발을 막는데 도움이 되나요? 제발 먹는 거보다 운동하는 거에 집중하라고 그렇게 간절하게 말씀드리건만 ㅠㅠ 그래도 무엇을 먹을 것이냐는 우리 환자들의 영원한 화두이다. 식탁에 차려서 온 가족이 다 같이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드세요.같은 재료라도 액기스, 즙, 다린거 그렇게 먹지말고 원래 재료 그대로의 '음식'으로 드시는게 좋습니다. 남들 건강생활을 위해 애쓰는 만큼 같이 애쓰시면 되요. 난 암환자니까 특별히 어떻게 해야한다 그런 생각 마시구요. 인스턴트 음식이나 탄 음식 드시지 마시고, 신선한 야채, 과일 그런거 드시면 좋겠죠?항암치료 끝났으니까 이제 고기 열심
친구끼리도가족끼리도멀리서 보면 다정하게 대화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가까이 가보면 그들의 이야기는 대화가 아니라 서로 자기 얘기만 하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는 나대로 내 이야기를 쏟아 놓고상대방은 상대방 대로 자기 이야기를 쏟아 놓고 있다.사실 각자 독백을 하는 건데 같은 공간에 있을 뿐이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게 대화냐, 독백이냐?그렇게 말하고 웃는다.그렇게 웃을 관계라면 그나마 다행이다.진심을 다한 대화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이성적 준거에 의한 의사소통을 잘 하는 일 조차 생각보다 쉽지 않다.대화는
의사의 의료행위는 급여가 되는 항목과 비급여가 되는 항목이 정해져 있습니다.그렇게 정해져 있는 항목 이외의 어떤 처방이나 의료행위는 다 불법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환자가 심평원에 민원을 제출할 경우 해당 진료비를 환자에게 모두 다 환급해 주어야 합니다. 사안에 따라 벌금을 내는 경우도 있는것 같습니다.그런 항목을 '임의비급여'라고 합니다. 그래서 절대 임의비급여로 치료하거나 약을 쓰거나 검사하면 안됩니다.그건 불법이 되는 셈이니까요. (대표적인 사건으로 소아 백혈병 치료 중 사용한 백혈구 생성 촉진제를 임의비급여로 과다하게 사용했다며 민원을 제기한 서울성모병원 사건입니다. 그 사건을 보며 비슷한 환자군을 진료하는 의사로서 매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절대 소신대로 진료하지 말고 법대로 진료해야 겠구나 그런 생
지금 병이 계속 나빠지고 있는 난소암 환자.환자는 병원에서 2시간 거리에 산다.환자는 올 2월 이후로 항암치료를 받지 않고 있다. 2월까지 썼던 항암제는 나름으로 효과가 있어서 종양표지자 수치도 정상으로 유지되고- 난소암은 종양표지자가 질병의 활성도를 비교적 잘 반영하는 암이고 환자 병 상태와도 상관관계가 높은 편이라 좋은 마커가 된다 - 복통 등의 증상도 없었다.다만 항암제의 독성 자체가 환자를 너무 힘들게 했다.환자는 더 이상 치료를 하지 못하겠다고 항복 선언을 했다.환자는 아이가
환자들이 종양내과 의사들에게 듣고 싶은 말 Best 4 : 블로그에 올라온 환자의 댓글 분석 암 치료 중인 환자들은 담당 의사에게 어떤 말을 듣고 싶어할까요?2011년 3월부터 2013년 11월 현재까지 ‘한쪽가슴으로 사랑하기‘ (http://bravomybreast.com) 블로그에 올라온 환자들의 댓글을 분석함으로써, 의사에게 이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았다, 힘이 났다는 반응을 보인 표현을 모아봅니다. 이러한 분석은 객관적 빈도나 강도와 무관하며, 통계적인 의미는 부여할 수 없고, 순전히 저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선정된 것임을 밝힙니다. [caption id="" align="aligncenter" width="450" caption="Wikipedia image - Mammograms showing a
나보다 두살 젊은 자궁경부암 환자.폐전이가 있다. 그런데 아주 조금 있다.그래서 아무 증상이 없다.폐전이가 발견된 후 항암치료를 했는데 효과가 없고 오히려 약간 크기가 더 커졌다. 많이 커진건 아니고 3mm 가 5 mm 가 된 그 정도다. 그런 점들이 몇개 안된다. 그 상태에서 내 외래를 처음 방문하였다.
지난 목요일이 수능이었다.환자의 고3 큰아들이 이번에 수능을 본다. 엄마는 아들이 대학가는 걸 꼭 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때까지 아이들에게 엄마가 많이 아프다는 걸 별로 알리고 싶지 않았다. 큰 아들이 엄마걱정, 집안걱정 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서 수능 잘 보고 대학에 합격하는 걸 보고 싶어했다. 그래서 끝까지 최선을 다해 치료하겠다고 했다.나는 최선을 다한다는게 무조건 항암치료를 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몇 번 얘기했지만 환자와 남편은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환자의 전신상태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기운이 없기는 했어도 그럭저럭 일상생활을 할
한명은 유방암한명은 난소암그들의 원래 주치의는 내가 아니었다.각기 다른 의사였다.그런데 어찌어찌 해서 지금은 내가 그들의 주치의가 되었다.그들은 서로 모르는 관계였는데 최근 요 몇달 새 요양원에서 만나 알게 되고 같은 병원에서 암 치료를 받는다는 이유로 친해진 것 같다.병원을 왔다갔다 하니 이런 저런 얘기를 하던 중에 내 얘기도 한 모양이다.뭐라고 했을까?최근에 나에게 치료를 받기시작한 환자는 첫 대면하던 날 이제 호르몬 치료는 별로 효과가 없는 것 같으니 항암치료를 해야할 것 같
난 그녀의 원래 주치의가 아니었다.원래 선생님의 형편 상 내가 항암치료 뒷 부분의 두세번 진료를 봐 드린 것이 전부이다.그래서 최초에 어떤 연유로 유방암을 진단받게 되었는지 치료 과정에서 어떤 점을 가장 힘들어했는지 그녀의 심리적, 신체적 과정을 잘 모른다. 환자가 병을 진단받은 최초의 순간부터 마지막까지를 함께 하는 인연은 그리 많지 않다.오히려 그렇지 않은 환자가 훨씬 많다. 그러므로 새로운 환자를 만나면 이 병의 의학적/질병의 과정에서 현재 이 사람이 어떤 위치에 처해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를 만나기 앞서서 어떤 치
오늘은 우리 병원 유방암 클리닉에서 유방암 진단 후 급성기 치료를 마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건강강좌를 개최한 날이다. 급성기 치료를 마치고 추적관찰 중인 그들을 어떻게 지칭할 것인가? '환자'라는 표현보다는 외국에서는 'Cancer Survivor', 우리말로 하면 '암 생존자'라고 번역되는데, 생존자라는 표현보다는 '암 경험자'가 더 낫지 않냐는 의견도 있다. 이들은 몸도 마음도 힘들었던 유방암 치료를 일단 끝낸 분들이다. 다른 암에 비해 항암치료를 하는 환자들도 많고 항암치료 기간도 길며, 수술도 하고 방사선 치료도 하고, 1년
항암치료를 받으러 외래에 오면 환자는 일단 피 검사부터 합니다. 그날 피검사 결과에 따라 항암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몸상태인지 아닌지 확인해야 하니까요.피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한 시간 이상 외래 대기실에서 기다립니다.자기가 예약한 시간이 넘어도 앞 환자들 진료에 밀려 내 진료 시간은 지연되기 일수 입니다. 그 전에 CT라도 찍었다 치면 그 결과를 기다리는 마음에 초조함이 더해집니다.숨도 제대로 못 쉬고 잔뜩 긴장해서 1분 1초가 영겁처럼 느껴집니다.그렇게 애타는 마음으로 두어시간 진료를 기다리다가 겨우 주치의를 만나게 됩니다.그렇게 들어간 진료실, 의사는 내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고 컴퓨터 화면만 바라보고 있습니다.내 인사에 답을 하는 둥 마는 둥 의사는 화면만 뚫어져라 쳐다봅니다. 그게 저의 모습입니다
외래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 대기실 풍경은 생각보다 다이나믹하다. 아직 내가 암환자라는 걸 받아들일 수 없어서, 받아들이기 싫어서, 아직 세상을 똑바로 응시할 자신이 없어서, 아무하고도 말 안하고 조용히 대기하다가 나만 만나서 진료받고 돌아가는 환자도 있고 몇년 치료받으면서 겪을거 다겪고 마음고생도 다 하고 그래서 힘들어 하는 후배 환자들을 만나면 이것저것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환자도 있고 치료 주기가 맞아서 자주 만나다보니 비슷한 형편과 비슷한 치료를 받는 환자들끼리 친해져서 병원이 아닌 곳에서도 만나고 서로 연락도 하며 지내는 환자 그룹도 있다. 그렇게 친해진 환자들은 누가 열나서 입원하면 문병도 가고 좋다는 거 있으면 나눠 먹고누가 우울해 하면 같이 만나서 수다도 떨어주며 동맹관계를 유지한다.
지난 10월 10일, 보건복지부는 말기암환자 전문 의료서비스 정착을 위한 ‘호스피스완화의료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였다.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완화의료팀 (Palliative Care Team, PCT) 제도를 도입한다.의료기관이 일정 요건의 완화의료팀을 등록, 운영할 수 있도록 법제화한다.(완화의료팀이란 호스피스 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을 운영하지 않는 병원-우리병원처럼-에서 말기암환자를 위한 호스피스 및 완화의료 서비스를 하기 위해 해당
외래 진료시간에 환자들이 하는 가장 흔한 질문이‘뭘 먹으면 좋을까요?’가 아닐까 싶다.환자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암 치료 과정.치료방침이야 의사가 정하는 것이니 환자인 자신은 그저 의사가 시키는대로 따를 수 밖에 없는 수동적인 입장. 그러므로 환자가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으로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몸에 좋은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그러나 어떤 특정 음식, 건강보조식품을 먹는 것만으로는 암 예방과 치료에 특별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무엇을 먹을것인가’의 문제는 ‘어떻게 살 것인가’와 관련이 되어 있다.일상적인 식생활을 ‘건강식단’으로 바꾸는 것은 근본적인 삶의 철학을 바꿀 것을 요구하는 일이다. 온 가족이 함께 먹는 식단을 건강식단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