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례지만, 이런 환자를 몇 명이나 보셨습니까?
임상의사로서 경험이 얼마나 되시죠?
환자와 같은 케이스를 몇 명이나 치료해 보셨나요?
지금 내리신 결정이 정말 맞는다고 확신하십니까?

이런 질문을 받았다.
내 이름을 걸고 환자 진료를 시작한 건 4개월째.
그 전에 레지던트나 펠로우를 하면서 비슷한 환자를 많이 보고
그러한 간접적인 진료경험을 바탕으로 지금의 내가 만들어진 것이니
당장 지금 4개월의 실적과 경험만으로 지금의 나를 평가할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간접 경험이라 해도 그리 간접적이지만은 않았다.
선생님과 토론하여
몇 번의 논증과 반론 끝에 내 의견을 관철시키고
혹은 혼나면서, 깨지면서 배우고
비슷한 사례에 대한 문헌 고찰을 하고...
그것이 대학병원 트레이닝이니까.

그래도 나는 그에게 그런 사항들을 구구절절 설명하기 싫었다.
그냥 인정했다.

제가 경험이 아주 많다고 볼 수는 없지요.

그렇다고 그 앞에서
얼굴 붉히고 나를 못 믿겠으면, 혹은 나에게 진료받기 싫으면
다른 의사에게 가라고 맞장 뜨듯이 말하는 것은 더 우습다.
그러나 이런 질문을 면전에서 받으면 나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나는 알고 있다,
훌륭한 의학적/임상적 판단이라는 것은
단지 논문을 많이 읽고, 혹은 많이 쓰고
공부를 많이 하는 등
그런 책상 앞에서 축적된 것 이상의
환자를 보면서 체득한 경험과 다양한 노하우,
풍부한 연륜을 바탕으로 한 예술적인 판단이 필요한 분야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부정하고 싶지만
젊은 교수들이 교과서적인 지식에 근거하여 치료하고
혹은 새로운 이론을 과감하게 도입하기도 하지만
그러한 판단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나도 그런 신참내기 교수 혹은 신참내기 종양내과 의사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이런 질문을 하는 보호자를 너무 당돌하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나를 채찍질하는 울림으로 기억해야겠다.
내가 최선을 다하더라도 아직 나에게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최선을 다한 시간만큼 앞으로 변화될 미래의 내 모습이 결정되겠지....

(그래도 그렇지, 이런 식으로 질문하는 건 너무 하지 않은가....도를 닦자. 실력을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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