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처방 중에는
건강보험에서 급여로 인정하지 않는 항암제를 처방할 경우
환자가 의사의 의학적 필요성에 대한 설명에 동의하여 비급여 처방을 원하여 투약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불법'이다.

'불법' 진료를 하면
첨에 환자가 동의해서 진료비를 다 냈다 하더라도
나중에 심평원에 의의제기를 해서 소송을 할 경우 다시 진료비를 환급해줘야 한다.

예를 들면
영양 상태가 나빠 혈액검사에서 알부민 수치가 매우 낮고
그로 인해 다리가 붓고 아파 환자가 힘들어 하면 알부민을 주는 게 도움이 되는데
알부민 급여 기준이 매우 타이트하기 때문에 그 급여기준에 맞지 않게 처방하면
나중에 환자가 소송을 제기할 경우 환자에게 알부민 값을 다 물어줘야 한다는 뜻이다.

알부민이 낮은 환자가 알부민을 맞으면 며칠 반짝 상태가 좋아진다.
기운도 나고 붓기도 빠지고.
그러나 알부민은 체내에서 생성되는 것이므로, 외부에서 인위적으로 줬다 하더라도 자기 몸에서 만들지 못하면 결국 다시 수치가 낮아지고 증상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급여 기준을 타이트하게 규정하는 것에 대해 난 동의할 수 있다.

알부민을 주기보다는
자기 힘으로 조금이라도 더 먹고 움직여서 신체 상태를 회복하도록 하는 게 장기적으로 더 낫다는 근거에 의거해서.
그러므로 비급여를 적용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부분 동의할 수 있다.
(여기서 환자마다 상태가 달라 급여기준에 없더라도 투여가 꼭 필요한 환자가 있는데 급여기준이 획일적이라는 반박은 하지 않겠다. 일단은 인정할 수 있는 기준이라고 받아들인다는 뜻)

첨에 유방암을 진단받은 환자 중에 4기는 아니지만 3기 중에서도 많이 진행된 환자
그중 HER2 수용체 강양성인 환자들은
수술 전 항암치료를 할 때 항암제와 허셉틴을 같이 쓰면 치료효과가 좋다.

그런 임상연구 결과도 있고, 개인 의사별로 제한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어차피 1년 쓸 거, 수술 전에 미리 쓰는 게 환자에게 이득이 더 많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 보험에서 허셉틴은 수술 후에만, 그리고 1cm 초과의 유방암에서만 보험급여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수술 전에는 보험이 안 된다.
보험이 안 되는데 4-6개월 정도 허셉틴을 쓰게 되면 1500만 원 정도 든다.

환자에게 상기의 상황을 설명하였다.
환자 나이가 젊고 일반 항암제보다는 허셉틴을 같이 쓰는 것이 도움이 더 될 수 있을 거라는 신념으로 비급여 설명을 하였으며
환자는 이에 동의하여 치료를 하였다.

그리고 수술을 해 보니 암세포가 하나도 없는, 우리가 꿈에도 그리는 '병리학적 완전관해(pCR)'가 온 것이다. 치료한 의사로서 정말 좋은 결과이며 올레를 외친다.

환자는 이렇게 좋은 성적을 거두고
민원을 제기하였다.
그리고 본인이 낸 1500만원을 병원으로부터 모두 환급받으셨다.
병원만 손해 보았다.
그리고 유방암 추적관찰은 다른 병원을 다니며 하고 있다.
어찌 얄밉지 아니한가.

절대 수술 전에는 허셉틴을 쓰지 않아야 한다.

(수술 전 허셉틴 사용에 대한 사전신청을 유방암 분과에서 준비 중이다. 유방암 분과의 사전신청이 받아들여지면 그게 급여로 인정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최소한 불법은 아니게 된다. 그러면 환자가 이렇게 홀라당 전액을 환급받아가는 상황은 없을 것이다. 이런 사전신청서를 작성하고 서류를 준비하고 심평원에 제출하고.... 일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진료, 연구, 교육! 어림없다. 사전신청서 내고, 심평원 삭감 오면 소견서 쓰고, 또 거기에 민간보험회사에서 요구하는 소견서 쓰고... 왜 민간보험회사까지 바쁜 나를 못살게 구는지 모르겠다. 의사들이 이런 일을 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소요하고 있는지 환자들은 모를 것이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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