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재발이 의심되는 48세 여자환자.
보호자 없이 환자 혼자 와서,
입원하시라고 해놓고도 어째 찜찜하더니
오늘 남편이 왔다.
나의 계획을 듣고 싶어서 왔다고 한다. 환자가 병원에 입원하는 걸 큰 스트레스로 생각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입원을 안 하거나 짧게 했으면 좋겠다고...

이들은 인도인들.
부인은 2003년에 이탈리아에서 유방암 수술을 했는데 그때 항암치료 6번 하고 고생 많이 했다 한다.
그리고 그때 항암제 부작용으로 심장기능이 확 떨어져 우리병원 심장내과를 다니던 중에 - 상당히 오래 다니셨다 - 한쪽 팔이 자꾸 부어 혈전증을 의심하여 CT를 찍었는데, 증상과는 상관없이 흉강 내 재발이 의심되는 림프절이 관찰되어 종양내과 진료를 보시게 되었다.

우리병원을 꽤 오래 다니셨지만,
종양내과 치료관련 기록은 거의 없으시다. 이걸 다 보호자에게 물어봐서 알아내야 했다.
우리병원 치료는 심장관련 치료가 주를 이룬다.
환자는 심장내과 중환자실도 여러 번 가시고, 고생도 많이 하셨다.
8년간 나라가 바뀌거나 병원이 바뀌는 경우는 있어도
꾸준히 유방암 추적관찰 검사를 해 오셨다고 하는데 계속 괜찮다가
이번에 우연히 재발을 시사하는 병변이 발견된 것이다.

환자는 심장수축기능이 30%정도 밖에 안 되고 전체적인 기능이 저하되어 일상생활에도 지장이 많다. 흉강 내 림프절 조직검사를 감당하기에 전신마취 혹은 기관지 내시경을 잘 받으실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재발을 확인하고, ER PR HER2 수용체 상태도 모르기 때문에 환자의 조직이 꼭 필요하다.

사실 지금은 항암치료를 할 컨디션은 못된다. ER PR이 발현되면, 호르몬 치료를 하면 좋을 것 같다.
연세가 많지는 않으신데, 지금의 심장조건으로는 항암치료를 견디기 어려울 것 같다.
환자 상태 때문에 고민이 많아 환자 및 보호자와 함께 상의할 게 많았는데
환자하고만 이야기를 계속 해봤자 소용이 없을 것 같고,
겁에 잔뜩 질린 큰 눈동자를 보니 나도 겁이 나고 해서 - 에고 이걸 어떻게 달래야 하나, 어떻게 안심시켜야 하나- 입원하자고 하였다.

이런 나의 심정과 지난 사연에 대해 남편에게 설명하였다.
남편도 잘 알겠다고 하였다.
조직검사를 왜 꼭 해야 하냐고, 위험한데 꼭 해야 하냐고 해서
재발을 이미지가 아닌 조직으로 직접 확정하는 것도 필요하고
치료 약제를 정하는데도 항암제가 아닌 다른 옵션이 가능할 것 같아 필요하겠다고 설명하였다.
검사일정, 소요시간, 위험성 등에 대해 설명 드렸고
모레 입원하시기로 했다.

월요일 외래
바쁘고
시간 지연되면 안 되고
보호자는 납득시켜야 하는 와중에
영어로 이런 사항을 다 진행시켰다. 나의 후진 영어로.
단어와 문법은 다 따로 놀고 주어술어 엉망진창인데
보호자는 다 알아먹은 것 같다.
신경써줘서 고맙다고 한다.
궁하면 통하나보다.

그리고 환자는 환자, 의사는 의사. 의사는 말이 어눌해도 의사인가보다.
휴 모레 입원하신다니 English common expression 좀 외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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