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써니에서
써니 멤버의 우두머리 격인 하춘화는
약 2개월 정도의 시간이 남은 암환자로 등장한다.
앞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그녀를 위해
친구들이 소식이 끊긴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 '써니' 멤버들을 찾는 것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말로 쓰니 스토리 소재는 좀 진부한 것 같지만
직접 영화를 보고 나면
써니는
우리의 1980년대를 너무나 잘 재현해서
그동안 잊고 지냈던 가까운 우리의 과거와 약간은 촌스러운 그때를 회상하면서 웃음 지을 수 있는
감동과 웃음을 동시에 선사해 주는 것에 그 맛이 있다. 가슴 아픈 이야기, 그러면서도 웃긴 이야기, 그런 소재들이 잘 버무려져 있다.

춘화는 말기에 암으로 인한 통증이 이따금씩 찾아와서인지 병원에 입원해 있다.
그렇지만 그녀는
써니 멤버로 활약했던 20년 전 솜씨를 발휘해서
친구의 딸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서클멤버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응징하기 위해 공원으로 출동한다. 명품 가방에 달린 왕자물쇠 가방으로 한대 내려치고 경찰서 신세를 진다. 아주 통쾌하다. 교과서적인 답을 제시하지 않고 같이 싸움으로 맛서는 것!

춘화는 결국 죽었고
장례식장에 그동안 찾지 못했던 써니의 마지막 멤버가 나타나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이들은 춘화의 영정 사진 앞에서
고등학교 시절 보니엠의 써니 노래에 맞추어 춤 공연을 준비했다가 미처 공연하지 못했던 그 춤.
바로 그 공연을 아줌마가 되어 펼쳐 보인다.
각각 삶의 굴곡을 가지고 힘겹게 살아가지만
먼저 간 친구 춘화를 위해 이들은 써니를 외치며 그룹 댄스를 추는데,,, 아름답다...
춘화는 이들에게 유언장을 통해 미리 준비한 선물을 주고 갔다.

영화는 다소의 판타지가 있어서 어색함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영화인데, 그 정도 판타지면 어떠하리.
춘화가
살아있는 친구들이 새로운 삶을, 의미 있는 삶을, 신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선물을 준 것.
내가 정말 기다리던, 현실에서 이룰 수 없을 것만 같은 선물을 주고 떠났다.
내 마음에 꼭 들었다.
죽은 이는 내 곁에 없는 것 같지만
살아있는 우리 삶에 살아있는 것. 녹아있는 것.
그것을 받아들인다면 죽음이 아주 슬프지만은 않을 것 같다.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