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블로그에 댓글을 남겨주시는 분들의 (한방 및 음양오행, 기, 기공초능력을 믿는 분들) 댓글들을 읽다보니, 저(한정호)는 한민족이나 중국한족들의 문화전통은 아주 싫어하는 사람으로 매도를 하시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저는 김치 없이 라면을 못 먹지만, 단무지도 좋아하고, 카레도 좋아하며, 샐러드도 좋아합니다. 아이들 생일에 수수팥떡과 시루떡을 해주기도 하지만, 생크림케익도 사줍니다. 삼겹살에 소주 한잔 또는 국민주(소맥)을 훨씬 좋아하지만, 아이들이 먹는 돈까스 한 점 뺏어 먹기도 좋아합니다. 스시를 좋아하고, 참치 회를 아주 아주 좋아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입에 익은 담북장(청국장이 표준어인가요?)를 너무 좋아하죠. 아직도 함께 사시는 어머니가 아파트에서 어렵게 띄운 청국장이 제일 맛있지만, 시골에 사시는 어머니 친구 분들이 가끔 가져다주시는 담북장도 아주 좋아합니다.
 
60년대에 고무신을 신고 다닌 세대가 아니지만, 대학 때 풍물패를 오랫동안 하였고, 객기로 고무신을 신고 시내버스를 타고 학교를 종종 다녔으며, 자전거를 질질 끌고 고무신을 신고도 다녔죠. 특히나 비가 오는 날이면 운동화가 젖으면 골치 아파서 맨발에 슬리퍼나 고무신을 신고 학교를 다녔습니다. 이건 객기가 아니라 생활의 지혜였죠. 운동화 하나 젖으면 신고 다닌 여분의 신발은 없었으니까요.
 
남원에 전수를 가면 보름씩 산에 있는 패가에 들어가서 장작을 하고 불을 때워 생활하기도 하고, 비싼 한복은 입을 돈이 없어 공연할 때만 싸구려 평민복(?)을 선배들에게 물려받아 입었죠. 이럴 때는 맨발이 제일 좋아요. 맨발로 많이 생활하다보면 적응 됩니다....
 
요즘 가끔 대학교정을 자전거 타고 지나가다보면 멀리서 쇠(꽹가리)소리가 들리더군요. 꽤 오랫동안 대학연합풍물패 강사를 하기도 했어요. 마당극 공연도 5번 했고, 2~3번은 대본도 쓰고 연출도 했었죠. 지금도 웬만한 타령이나 설장구 치라고 하면 몇 년 안한 학생들보다는 잘할 거예요.
 
자, 제가 김치와 청국장을 좋아한다고 스테이크와 빠다를 좋아하는 어느 한국인을 무시해도 될까요? 이건 폭력이에요. 마찬가지로 제가 미국에서 쌈장을 먹는데 미국인이 무시를 하면 폭력이오 횡포죠. 개인 취향의 문제를 민족적이거나 국가적인 문제로 치환시키는 것은 치졸한 국수주의, 전체주의의 횡보일 뿐이에요.
 
문학작품, 무협지나 공상과학소설, 추리소설 등을 좋아하는 것은 개인의 취향이에요. 추리소설 좋아한다고 연쇄살인범으로 몰면 곤란하지요? 연예소설 좋아한다고 연예박사가 아니에요. 그렇게 치면...... 수백 권의 만화책에서 허구한 날 허우적거리며, 며칠 전 꿈에도 요츠바가 나와서 '아저씨, 그네 밀어줘요.'하는 소리를 듣는 저는.... ^^;
 
저는 정말 모시적삼 입고 진료하고 싶어요. 저는 모든 인류, 우리 조상들의 힘으로 일구어내고 발전시켜온 과학과 의학이라는 엄밀한 도구를 이용하는 직업인이지만, 저는 한민족이라는 지역적이며 혈연적인 유대를 중요시하기도 하고, 껍데기에 구애되지 않고 편한 것이 좋거든요.
 
그렇다고 하여, 민족이나 혈연, 지연 때문에 팔이 안으로 굽어 정신적, 과학적 비리를 저질러서는 안 되지요. 동양이나 조선, 한족이나 한민족이란 틀에 얽매여, 엄밀하게 증명된 수많은 사실과 증거들을 무시하고, 한방과 음양오행을 배우면 기를 느끼고 조절하는 초능력자가 된다는 거짓에 눈감을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저는 전쟁이 나서 외적이 우리 땅을 침범하고 우리 부모형제를 도륙한다며, 제 목숨을 걸고 소총이라고 들고 전장에 나설 거예요. 그렇지만, 과거의 믿음에 얽매여 예전에 사용하던 조총이나 활, 신기전을 들고 나가지는 않을 거예요. 우리 해군의 이지스함에 이순신장군의 영정을 모시고, 거북선의 형상을 얹힌 구축함을 타고 싸우고 싶고, 병사들을 응원하고 치료할거예요. 신기전의 마크를 한 F24를 몰고 출격하는 공군에게 경례를 할 것이며, 강감찬장군의 깃발과 자랑스런 고구려의 상징, 땅을 수호하는 토행의 상징을 단 흑표전차에게 박수를 보낼 거예요.
 
또한 정말 현대의약품이 떨어져서 산에 나는 약초를 응급으로 사용하게 되더라도, 음양오행과 기라는 종교적 믿음에 따르는 한방의 약 배합이 아니라, 우리 조상들의 경험과 현대 생물학과 화학의 발견으로 집대성된 여러 식물/약초도감을 보고, 적절한 약초를 찾아 우리 군인들을 치료할거에요. 제 머리에 허준을 세긴 두건을 쓰고, 개량 한복을 입고 진료를 한다고 해도, 저는 상관없어요. 허준은 당대의 과학수준을 생각했을 때는 정말 노력을 많이 한 과학자/의학자예요. 허준이 지금 이 땅에 타임머신을 타고 온다면, 어떤 의학과 과학을 배울 것이라고 상상하세요?
 
정말 기독교적인 믿음이 유럽을 계속 지배를 했더라면 어땠을 까요? 정말 유교적인 믿음이 조선을 아직도 지배했더라면 어떠했을까요? 정말 중국적이며 조선적인 음양오행과 기라는 중국과 조선을 지배한 과학사상이 아직도 우리를 지배한다면 어떠했을까요?
 
정말 조상을 섬기는 것이 무엇인지, 또는 정말 민족적인 것이 무엇이며 전통을 아끼고 이어나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 내과의사가 보는 의료와 사회



추신 : 오행에 따라서 5음계를 사용하지 않고 배은망덕한 '서양의 7음계'를 사용하면 민족의 반역자이며, 5음계로만 만든 음악이 유교의 예법에 맞으며, 인간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을까요? 어머... 아리랑을 야구장에서 현대악기와 전기가 통하는 마이크로 부른 임재범은 민족음악의 반역자???
 
하물며 문학과 음악, 예술도 국경과 민족을 초월해온 것이 인류의 역사인데, 사실을 다루는 과학에 민족과 국경이 있다며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는 자들이야말로 민족을 팔아 거짓으로 연명하는 자들 아닌가요?
 
그런 의미에서 역사교육을 강화해야한다에 한 표!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