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비 레시피에 비해
설사 레시피는 간단하고 다소 초라하다.
의학적으로는 설사 레시피가 더 중요하다.
설사를 많이 하면 탈수가 오고 금방 몸의 균형이 깨지기 때문이다.

항암제로 인한 설사는
변이 묽게 여러 번 나오는 수준이 아니라
수도꼭지를 틀면 쫙 하고 물이 펌프질하듯이
쫙쫙 나오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하루에 10번 이상이다.
환자가 말하기를, 처음에 물 설사가 쫙쫙 나오다가 나중에는 물만 나온다고 말한다.

일부 항암제는 개발 이후 효과는 좋은데 설사가 심해서 그 임상연구에 참여했던 환자 중 65세 이상의 노인이 4명 탈수로 사망하여 약 승인이 취소된 경우도 있을 정도이다.
또 최근에 개발되어 나오는 여러 먹는 항암제 겸 표적치료제들이 설사가 심하다.

의사가 말하는 심한 설사라 함은
하루 6회 초과 하는 설사이다. 4-6회면 grade 1, 6회 이상이면 grade 2, 6회 이상이면서 바이탈 싸인에 영향을 줄 정도의 위험한 설사가 grade 3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하루 2-3회 했다 하면 설사로 안친다. 환자는 1-2번만 해도 설사가 심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환자가 설사 때문에 힘들었다고 하면
하루에 몇 회, 그러한 증상이 며칠 지속되었는지를 숫자로 물어보는 게 좋다.

일단 설사가 시작되면 48시간 이내에 그 증상을 완전히 컨트롤해야 한다.
48시간 이내에 컨트롤이 안 되면 병원에 와서 주사로 설사를 멈추고 수액을 맞아야 한다.

일단 로페라마이드나 아리스텔과 같은 지사제를 넉넉히 보유하고 있다가
설사가 시작되면 일단 2알을 한꺼번에 먹고 4시간 간격으로 먹는다. 24시간 이내에 4시간 간격으로 먹다가 증상이 좋아지면 설사가 멈춘 후에도 2-3회 더 먹고 지사제 복용을 멈춘다.

24시간이 지나도 6회 이상의 설사 빈도가 감소하지 않으면 2시간 간격으로 먹는다. 역시 2시간 간격으로 먹다가 설사를 멈추면 멈춘 후에도 2-3회 더 먹는다. (교과서에는 설사가 멈춘 후 12시간까지 약을 같은 방식으로 먹으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현실성이 좀 없고, 과다하게 먹으면 삽시간에 변비로 변할 수가 있어 난 2-3회만 더 먹으라고 한다)

대개의 항암제로 인한 설사는 이렇게 자가 약 복용을 통해
48시간 이내로 증상을 조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육만 잘 되면 환자들이 알아서 잘 먹는다.
때론 내가 말씀드린 것과 다른 방법으로 드시긴 하지만, 그래도 자기 몸 상태를 잘 살펴서 잘 맞춰 드시는 것 같다.

48시간이 지나도 설사가 조절되지 않으면 험난하더라도 응급실에 오셔서 수액공금을 시작해야 한다. 물론 외래가 열려있으면 외래에서도 조치할 수 있다. 피검사를 해서 전해질 이상 등이 오지는 않았는지 확인하는 게 좋겠다.

난 변비가 심한 것에 비해 설사라는 걸 안 해봐서
환자의 아픔에 동참하기에 공감력이 좀 떨어진다.
그러나 의학적으로는 변비보다 설사가 더 무서운 것이다.
설사를 하다가 혈압이 떨어지기도 하고 손발이 오그라들며 저리기도 하다.
의사를 꼭 만나보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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