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병원 에비슨 심포지엄이 있는 날이다.
Personalized medicine : individualized strategy for diagnosis and treatment

때가 때이니 만큼 화두가 되고 있는 Genomic study 와 관련된 논의가 많다.

세포주(cell line)나 동물 실험결과로 유추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환자 조직을 얻어 sequencing 을 하면
그 사람의 유전자 변이를 다이렉트하게 알 수 있고 그 중 가장 핵심적인 유전자 변이가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타겟으로 하는 약이 있다면 그 약으로 환자를 치료함으로써 개별화된 치료전략이 가능할 것이라는 점에서 Genomics 는 진정 맞춤형 의료의 동반자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서너달 동안, 유전체 연구에 대해 반감도 많고 비판/비난하고 싶은 마음도 많았다.
Nature, Cell, Science 에 저명한 학자들이 쓴 페이퍼를 읽었다. 내용도 모르면서 무식하게 비판하면 안될 것 같아서 공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작년 올해 사이 이쪽 논문이 급증하고 리뷰논문도 많이 나왔다. Voglestein 같은 cancer biologist 도 Science에 리뷰 논문을 발표하였고 지난 5월 20일자 JCO도 유전체 연구와 관련된 특집호를 발행하였다.
JCO 같이 임상종양학 저널에 유전체 연구 특집호가 실렸다는 것은 실재 환자를 보는 진료실에 유전체 연구가 조만간 진입할 것을 예상할 수 있게 해준다.

나같은 병아리 의사가 나도 한번 해보겠다고 덤빌 경우 일단 sequencing 에 돈이 너무 많이 들고 (genome은 1명당 최소 천만원, exome은 1명당 최소 3백만원, 분석비 따로) genome sequencing 을 통해 나온 유전자 검사 결과를 제대로 처리할 줄 아는 bioinformatics 의 발전이 아직까지 걸음마 단계 (embryonic stage) -이건 내가 하는 말이 아니라, Dana Faber Institute 에서 유전체 연구의 떠오르는 샛별 Levi Garraway 가 JCO 논문에 표현한 그대로의 말이다- 에 머물러 있는 단계라 그 결과를 제대로 도출해 내기까지의 과정이 안정적이지 않다.

또한 검사를 할 조직이 제대로 보관되어 있지 않다면 앞으로 조직검사를 해서 샘플을 모아야 할 판국이다. 조직을 갖고 있는 기관이 갑이 되는 것이다. Tissue bank를 갖추고 있는 연구기관이 독식할 수 있다. tissue bank가 없으면 을이 되어 찌질한 연구를 하면서 버텨야 한다. 지금부터 조직을 모아서 나중에 분석할 수 있는 그날이 올때까지.

나는 잘 정리된 거장들의 리뷰 논문들을 읽으며 섣불리 이 분야에 덤비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방법론적으로 그 유용성을 충분히 이해하되, 어떤 연구에서 genomic study가 그 의미를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테마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는 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다.

 또한 이것은 능력있는 개별 연구자의 몫이 아니라 큰 기관, 혹은 거점별로 genomic sequencing을 전담하는 기관, New drug library의 구축, 이를 바탕으로 유전자 검사 결과를 적용하여 신약을 이용한 임상연구를 할 수 있는 거점 연구 단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 능력있는 연구자 한명이 아무리 연구비를 많이 따도 의미있는 현실 데이터를 만들기 어렵다. 연구자들도, 병원도, 자본도 협력하여 시스템을 구축해야 지금의 투자를 무용지물화 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이런 연구는 규모가 조금만 작아져도 제대로 하기 어렵다.
혼자 알아서 하라고 놔두면 돈만 말아먹는 사업이 되기 쉽다.

 나는 임상의사이기 때문에 이러한 과학기술이 발전이 병원과 환자라는 임상 세팅에 어떻게 적용되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Genomics는 그 자체 중요한 연구영역일 수도 있지만, 그 의미는 반드시 임상연구를 통해 구체화되는 것이 필요한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Mutation만을 detection 하는 genomics 가 그 자체의 한계를 갖는것 아닐까?
그럴 수 있다. amplification 이나 copy number variation 의 문제는 어떻게 다룰 것인가?
cancer 가 되는 과정에는 반드시 oncogenic pathway 만 작용하는 것일까?
수많은 passenger mutation 이 어떤 조건에서 driver mutation 이 되는가?
driver mutation 이 없다면 치료약제 개발은 불가능한 것인가?
이 정도의 질문은 내 머리에서 나오는게 아니라, 리뷰 페이퍼에 다 소개되고 있는 내용들이다.

다 읽어보면 대안은  epigenetics, functional genomics, tumor immunology 등을 접목하는 것이고,
꽤 끌릴만한 이슈들을 연구 주제로 제안하고 있다. genomic study 이후 새롭게 뜨는 영역이다.
이런 걸로 연구계획서를 써서 돈을 좀 따야 겠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물론 이 분야를 조금 더 공부해 봤더니 ㅋㅋ 이런 분야를 제대로 연구하려면 역시 돈이 문제다. 엄청나게 돈이 많이 든다. 이제 뭐든지 Big lab, Big data가 갑이다.)

그리고 어쩌면 genomic study는 그동안 유지되어 온 과학과 의학의 틀을 넘어선 혁신적인 방법론이고, 새로운 지평을 여는 분야가 되며 의학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공부를 잘 해볼 생각이다.

그러나 난 중간에 나와 호스피스 회의를 하러 간다. 잘 죽기 위해 마지막까지 몸부림치는 환자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지 토론한다.

오늘 내 환자가 가장 답답하고 힘든 것은 숨쉬기 답답하다는 증상이었다. 호스피스 팀에서 방문하여 이것저것 간호하고 점검해 주다가 환자 입안을 닦아 주었다. 입안 저 깊은 곳에 백태가 많이 끼어 숨쉬는 것이 불편했던 것이다.

미국에 사시는 한 호스피스 후원자가 1년에 몇박스씩 우리나라에는 없는 -정확히 말하면, 수가를  책정할 수 없어 비용처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병원이 이런 물품을 사서 쓰는게 손해가 되므로 병원에서 구입하지 않는- 오랄케어스틱을 호스피스 팀으로 보내주고 계신다. 스틱에 붙어있는 스폰지는 평범한 스폼지가 아니라 박하맛이 난다. 그걸로 오랄케어를 하고 나면 환자들이 입안이 매우 개운하고 숨쉬는 것이 훨씬 좋다고 하신다.

그렇게 입 한번 잘 닦아주는 것만으로도 환자가 몇 시간 편안해 한다. 그녀는 오늘밤 내일 사이에 돌아가실 것이다. 그녀를 위해 우리는 보호자에게 오랄케어 스틱을 몇개 드렸다. 도움이 될만한 뭔가를 해야 하니까.

현실의 간극은 그렇다.
Genomics 과 Hospice
 첨단과학과 supportive care
그것을 양손에 들고 어쩔 줄 몰라하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는게
오늘의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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