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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나의 진료실 태도 점수는?


나의 진료실 태도 점수는 몇 점이나 될까?

일부 병원 서비스 평가 기관에서는 진료하는 의사의 모습을 비디오 카메라로 찍어서 의사의 진료시 태도를 평가를 해보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외부적인 평가나 점수 때문이 아니라 의사 스스로 자기의 진료시 매너나 환자를 대하는 태도를 객관적으로 관찰 수 있게 해주려는 취지에서 시행되고 있는 것 같다.

어떤 객관적인 평가도 제대로 된 정확한 기준을 제시할 수는 없겠지만 환자의 입장에서 진료하는 의사의 태도, 말투, 제스처 등을 관찰하게 함으로써 자신의 진료를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 기준이 꼭 다 맞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말이다.

그런 평가에는 몇가지 기준이 있는데
예를 들면 환자가 말하고 있는데 중간에 의사가 환자의 말을 끊지는 않는지,
적절한 추임새를 하며 환자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는지,
환자와 눈을 맞추어 가며 설명하고 있는지,
사진이나 검사결과에 대해 환자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명하고 있는지,
등등의 몇가지 핵심적인 기준들이 있을 것이다.

그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올 때 눈을 맞추고 인사하는 것 진료를 마치고 나갈 때 적절한 인사를 하는 것이라고 한다.

진료도 일종의 만남이니 시작과 끝이 있고, 또한 시작과 끝이 좋아야 전체적으로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설 때 환자를 바라보지 않고 혹은 환자를 아는 척 하지 않고 컴퓨터 모니터만 바라본다든지
검사 결과만 확인하고 있는 것은 전체 평가 중 점수가 많이 깎이는 요인이 된다고 한다.

사실 나도 그렇게 안한다. 알면서도 그렇게 안한다.
진료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 그 몇초를 아낀다는 명분을 내세워, 환자를 안 보고 컴퓨터를 쳐다보며 일하고 있다.
앞 환자가 나가고 나면 그 환자의 오더를 내느라 새로 들어온 환자를 쳐다볼 시간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지금 들어온 환자의 사진을 띄우고 의무기록을 띄우는 몇초 동안 환자에게 인사를 할 수 있는데도 인사하다가 몇 초가 소요되는 그 순간을 참지 못해서 환자를 안 쳐다보고 모니터만 바라본다.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는 비록 모니터만 쳐다보고 있을지라도 '죄송합니다. 앞 환자 처방을 내고 있는 중이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그렇게 양해를 구하기도 한다.
여전히 환자는 쳐다보지 않은 채 눈으로는 모니터를 손으로는 키보드를 두드리며 말만 그렇게 한다.
그런 말이라도 할려면 꽤 성의가 필요하다.

내 진료 패턴을 스스로 점검해 보니 나는 환자가 들어와도 아는 척을 하지 않고 열심히 전 환자 처방을 내거나 의무기록을 정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들어온 환자는 그렇게 앞 환자 처방을 내고 있는 나를 쳐다 보고 있다.
처방이 겨우 끝나면 나는 간호사에게 몇가지 지시를 내리고 뭔가를 요청한다. 지금 들어온 환자와는 상관없는 내용들이다.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지금 들어온 환자의 EMR을 클릭하여 오픈한다. 클릭하기 전 환자 명단에 오늘 이 환자가 외래에 온 이유가 몇줄로 간략하게 적혀 있다.

환자명단에 '종양평가'라고 쓰여진 환자는 사진을 찍고 온 상태이므로 EMR을 한번 띄운 후 다시 사진 화면을 다시 오픈해야 한다. 대개 전날 사진을 보고 들어오지만 환자가 가장 잘 알아볼 수 있는화면을 찾아야 한다.
지난 번 사진을 이랬는데요 이번에는 이렇습니다. 그렇게 설명할 수 있도록 모니터 화면을 양분하여 지난번과 이번 사진을 비교할 수 있게 사진을 배치하느라 계속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다.

물론 그렇게 모니터만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환자에게 시선을 옮길 때는 '죄송해요. 환자분은 쳐다보지도 않고 컴퓨터만 보고 있네요' 그렇게 사과를 하기는 하지만 그것도 힘들어 질 때면 난 사과도 하지 않고 본론으로 넘어간다. 환자들은 그런 나를 그냥 지켜보고 있다.

이해해 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속으로 기분 나쁜 분들도 많을 것 같다.

오늘도 여전히 모니터만 바라보며 들어온 환자에게 아는 척도 안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배 고프면 그런 말도 잘 안나오니 밥도 많이 먹고 외래를 봐야 한다. 졸리고 피곤하면 환자에게 말 걸고 싶지 않으니 외래 전날은 잠도 푹 자야 한다. 내가 아프거나 우울하면 환자를 볼 때 집중하기 어려우니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평소에 힘써야 한다. 환자에게 생기있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하려면 옷도 좀 갖춰입고 화장도 좀 하고 목소리도 갈라지지 않는게 좋다.

나는 과연 몇 점일까?

마음 만으로 다 되는 건 아니다.
심기일전하여 고득점을 노려보자.

이수현  socmed@bravomybrea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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