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남자 환자는 수개월 전부터 고열과 피부에 반점이 생겨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가, 11월초 서울대병원에서 희귀한 종류의 악성림프종으로 확진되었다. 불행하게도 이미 간장을 침범한 4기였다.

1차 항암제 투여후 잠시 호전되다가 곧 악화되었고, 다른 종류의 항암제로 2차 요법을 하였으나 반응하지 않았고, 방사선과 함께 새로운 항암제로 구성된 3차 요법을 시작하였다. 환자는 호전되지 않고 황달이 점점 심해졌으며, 면역기능이 저하되어 폐렴까지 발생하여 거동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다.

항암제에도 반응하지 않고 악화되자 부모는 조혈모세포이식을 해달라고 요구하였다. 조혈모세포이식은 악성림프종에서는 항암치료에 반응후 재발방지 목적으로 효과가 입증되어 있으나 항암제에 반응하지 않는 상태에서는 도움을 주지 못하고, 또 간기능이 저하된 상태라 시행할 수도 없다고 설명하였으나 잘 수긍하지 못하였다.

폐렴이 악화되어 항생제투약에도 불구하고 패혈증으로 상태는 점점 나빠졌다. 임종이 임박했음을 알리고, 호스피스 상담을 추천했으나 부모는 받아들이지 못하였다. 임종기 상태에서는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와 같은 연명의료행위는 환자에게 고통만 가중시킨다는 점을 설명하자 아버지는 이를 받아들이고 받지 않겠다고 동의하였으나, 어머니는 명확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았다. 진단받은지 6개월만인 다음해 5월중순에 사망하였다.

사망후 2주가 지난 시점에 대학총장실에 민원이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다. A4용지 6페이지에 빽빽이 적혀 있는 내용을 요약하면, 담당교수가 최선을 다하지 않아 환자가 사망했으니, 처벌해 달라는 탄원서였다. 작성자는 환자가 다니던 고등학교의 3학년 담임선생님이었다. 끝까지 어린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어머니가 담임선생님께 하소연한 내용을 민원으로 보낸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 탄원서 속에는 “----의학적인 이유로 치유될 수 없는 운명이었다 할지라도, 서울대병원의 의사는 마지막 순간까지 생명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환자를 격려하며 치료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의사, 환자가 먼저 ‘의사 선생님 이제 저를 보내 주십시오’라고 해도 조금만 더 참아보라고 말하는 의사, 저는 그런 의사가 서울대병원의 의사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나라 모든 의사가 포기할 지라도 말입니다--”라고 항암제 투약을 계속하지 않은 점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암환자는 임종 1달전에 30%에서 항암제 투약을 받고 있는 반면, 미국은 10% 수준이고, 국제적으로는 5%이하를 우수한 의료기관으로 평가하는 지표로 잡고 있다. 왜냐하면, 항암제는 효과와 부작용의 양면성을 가진 약으로, 임종 1달전에는 환자에게 이득을 주기 보다는 부작용으로 해악을 끼칠 위험이 현저히 높기 때문이다.

어린 아들을 사별한 어머니의 마음은 십분 이해가 되나, 효과는 없고 부작용으로 환자에게 고통만 가중시킬 것이 분명한 항암제투약을 계속 했어야 했던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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