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영국에서 급속히 번진 신종플루에 대한 공포로 일부 영국 학부모 사이에 신종플루에 걸린 친구를 초대해 파티를 벌이는 '신종플루 파티'가 유행하고 있다는 소식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아직 독성이 강하지 않은 신종플루에 미리 걸리면 좋은 점이 있을까?
 

신종플루에 약하게 걸려 신종플루 바이러스에 면역력이 생기는 것은 맞는 이야기다. 예방접종이 같은 원리이기 때문이다. 이는 경험적으로 다른 바이러스 질환인 수두, 홍역 등에서 봐도 알 수 있다. 한번 걸린 사람은 평생 안 걸리기 때문이다.
 

또 다른 근거로는 1918년 스페인 플루가 대유행하였을 때에도 1차 유행시기보다 2차 유행시기에 1차 감염지역의 사망률이 낮았다. 실제 학계에서도 이에 대한 원인을 1차 유행 감염된 사람들에게 생긴 면역력으로 풀이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지식에는 조금 큰 맹점이 있다. 수두, 홍역과 같은 바이러스는 DNA 바이러스지만, 플루(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기 때문이다. 쉬우 예로 설명하자면, DNA보다 불안정한 RNA로 이루어지고, 증식하는 RNA 바이러스는 그만큼 변이(mutation)이 자주 일어난다. 휘기 쉬운 대나무가 바람에 모양이 쉽게 바뀌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DNA 바이러스인 수두, 홍역은 한번 감염된 사람에게 오랫 동안 면역력이 유지되지만, 끊임 없이 모양을 바꾸는 플루는 항상 '신종플루'이므로, 같은 유전형(예:H1N1)이라고 해도 다음에 다시 걸리는 것이다. 평년의 플루에 초겨울에 감염된 사람이 몇달뒤에 다시 같은 플루에 감염되는 경우가 20%나 되는 것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처음에 감염되었을 때보다는 부분적으로 생긴 면역력으로 덜 심하게 앓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여기까지의 근거를 보고 판단한다면, '플루 파티'로 인하여 독성이 약한 플루를 일찍 앓고 지나간 사람은 추후에 생길 지도 모르는 강한 독성의 플루를 이겨낼 확률이 조금 높을 것 같다. 하지만 여기에 맹점이 2가지 있다.


첫째, 이러한 행동이 신종플루의 확산을 막기 위한 보건당국의 노력을 허사로 만드는 것이다. 면역력이 좋은 사람들은 '플루 파티' 덕에 면역력이 더 생기겠지만, 면연력이 약한 노약자들에게도 의도하지 않은 감염을 유발시킬 것이기 때문에 지역사회 감염을 증폭시키고, 선량한 피해자가 증가될 것이다. 다른 말로 말하면, '아주 이기적인 행동'인 것이다.

둘째, 플루 파티를 하는 그룹 내에서 독성이 강한 플루를 만들어낼 확률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어느 파티 그룹이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파티가 될 지 모른다는 것이다.
 

영국의 유명 그룹 '비틀즈'의 노래 중, 'Let it be!'가 있다.
Let it be~~~! 아시다시피 우리말로 '냅둬유~~'

 
지금같은 플루의 전세계적 대유행기, 즉 자연재해 상황에서는 혼자 살려고 발버둥치는 것도, 설래발 치는 것도 별 의미가 없다. 달래 공포영화의 잔머리 굴리는 조연들이 일찍 죽는 것이 아니란 생각도 든다. 약간의 확률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기보다는 그냥 냅두고(Let it be), 상식 차원에서 개인위생에 만전을 기하고,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편집자 주 : 미국 질병관리본부 (CDC)에서도 Swine flu party(플루 파티)에 대해 위험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Source : 'Swine flu party' a bad idea: US health 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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