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창원 쓰리빌리언 대표

현재까지 알려진 인간 질병의 종류는 몇개나 될까? 독일 정부의 집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3만여종, 세계보건기구(WHO)가 관리하는 국제표준 질병코드 분류 최신 버전인 ICD-11에 따르면 5만5,000여종의 질병이 존재한다.

질병을 나누는 기준은 질병에 대한 이해가 정교해 지면서 좀 더 엄밀한 기준에 따라 질병 종류가 분화한다. 예를 들어 당뇨병은 그 발병 기전에 따라 제1형 당뇨병과 제2형 당뇨병으로 구분된다. 따라서 어떤 기준을 가진 분류 체계에 따르냐에 따라 질병의 개수는 독일 정부 기준의 3만종이라고 이야기 할 수도 있고, 세계보건기구 ICD-11기준의 5만5,000종이라고 이야기 할 수도 있고, 그 사이 어디 쯤이라고 이야기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중 희귀질환 개수는 몇개나 될까?

독일 정부의 질병기준에 따르면 3만여개 질병 중 7,000여개가 희귀질환으로 정의가 된다. WHO 기준 5만5,000개 질병 중엔 5,400개의 희귀질병이 존재한다. 인간 질병의 개수도 정의하기에 따라 다양한 만큼, 희귀질환의 개수도 어떤 기준을 따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런 혼란을 해소하고자 희귀질환 질병 정보를 통합해, 올바른 희귀질환 질병 현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시도들이 있어왔는데, 최근 미국의 비영리 희귀질환단체인 RARE-X에서 다양한 글로벌 희귀질환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통합하여 희귀질환 질병의 명확한 개수를 추정해 공개했다.

RARE-X는 Orphanet, OMIM, GARD, HPO, Drugbank, FDA ODD, GTRx 등 7개의 주요 희귀질환 질병, 유전자 및 치료제 데이터베이스를 통합해 희귀질환 개수를 밝혀내었다. RARE-X가 계산해 낸 희귀질병의 개수는 총 1만867개로 기존에 흔히 희귀질환 개수로 이야기 되던 7,000개를 훌쩍 넘어선 수치였다. 전체 1만여종의 희귀질환 중 87%에 해당하는 9,454개 질병이 유전적 요인에 의해 발병하는 유전질병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 80%에 해당하는 8,640개의 희귀질환은 진단될 수 있는 유전질병으로 판정되었다.

유전질환 87%와 진단 가능 유전질환 80%의 차이인 7%에 해당하는 814개의 유전질병은 유전적 요인으로 발병하지만, 질병의 요인이 되는 유전자와 질병의 상관관계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거나 질병의 병리적, 임상적 양상 자체가 아직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상태라 유전자 검사를 통해서도 질병의 진단이 어려운 상태에 있는 질병에 해당한다. 이런 질병들은 추후 유전자와 질병의 상관관계, 임상적인 질병의 정의가 명확히 정의되게 되면 유전자 진단으로 진단될 수 있는 희귀질병의 범위 내로 들어오게 된다.

1만개가 넘는 희귀질환이 존재하지만, 아직도 희귀질환은 꾸준히 새롭게 발굴되고 있다. 매년 평균적으로 250~300여개의 희귀질환이 새롭게 발굴되고 있어, 4~5년에 1,000여개 속도로 희귀질환 숫자는 늘어나고 있다.

인간 유전자는 2만여개 존재하는데, 희귀질환 유발 유전자로 밝혀진 유전자는 6,000~7,000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1만종 이상의 유전자의 이상이 현재는 알지 못하는 미지의 희귀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추후 밝혀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단순히 유전자와 질병 숫자의 비율로 보자면, 앞으로도 유전적인 요인으로 인한 희귀질환만 하더라도 1만개 이상이 추가로 발굴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진단은 알려진 질환에 대해서만 가능하다. 아직 진단되지 못하고 진단방랑을 거듭하고 있는 희귀질환 환자들은 아직 정의되지 않은 희귀질병을 가지고 있는 환자일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하는 것이다. 이 환자들이 빠르게 진단받고 치료를 받기 위해선, 여전히 희귀질환 기초 연구를 통해 아직 밝혀지지 않은 희귀질환을 빠르게 발굴해 내야 한다.

최근 글로벌 유전진단 학계에서는 UDN( Undiagnosed Disease Network; 미진단 질병 연구 네트워크) 등을 중심으로 진단되지 못한 채 남겨진 환자들의 질병 연구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진단 환자들의 유전체 데이터와 임상 정보들을 모으면 원인 유전자와 질병의 발굴 속도를 높일 수 있고, 결과적으로 환자들이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 있다.

아직 끝나지 않는 희귀질환 발굴 속도를 높이기 위해선, 미진단 희귀질환 환자에 대한 유전자 검사가 활발히 수행되어, 환자들의 임상 정보와 유전체 정보가 연구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유전자 검사 보험적용 등)이 갖추어질 필요가 있다.

쓰리빌리언 금창원 대표
쓰리빌리언 금창원 대표

쓰리빌리언은 인공지능 유전변이 해석 기술을 기반으로 희귀질환 유전자검사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현재 50개 이상의 국가에 인공지능 기반 희귀질환 유전자 진단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금창원 대표가 지난 2016년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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