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창원 쓰리빌리언 대표

희귀질환 환자 유전진단을 위해 필요한 가장 중요한 정보를 하나만 꼽으라고 하면 무엇일까?

유전자와 질병의 상관관계, 유전자의 기능, 유전자 기능을 결정하는 중요 위치정보, 유전변이들의 발견 빈도 등 유전진단을 위해서 필요한 정보는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정보 하나만 꼽으라면 그건 바로 과거에 진단된 환자의 확진을 결정한 병원성 유전변이 정보가 될 것이다.

진단하려는 환자의 유전체 해독을 통해 기존 확진 된 환자의 질병을 유발한 원인 유전 변이와 동일한 유전 변이가 발견되었다면, 이는 기존 환자가 가진 질병과 동일한 질병으로 진단될 수 있는 강력한 근거가 된다.

병원성 변이 정보가 많아진다는 것은 곧, 더 많은 유전 변이를 해석할 수 있는 근거가 확보됨을 이야기 하고, 이는 더 많은 희귀질환 환자들이 정확한 진단을 받을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최근 유전체 해독 기술의 혁신으로 많은 환자들의 유전체 정보가 읽혀지고그에 비례해 빠르게 병원성 변이 정보가 축적되고 있다. 그러나 희귀질환을 충분한 수준으로 진단할 수 있을 만큼의 병원성 유전 변이 정보가 쌓여 있다고 볼 순 없다.

얼마나 더 많은 변이 정보가 필요할까? 인간 게놈은 30억개 DNA로 구성되어 있고 각 위치의 DNA가 다른 종류의 DNA로 바뀌는 SNV의 숫자만 계산해 보더라도 90억개에 달한다. DNA가 사라지고 중복되고 여러 개의 DNA가 동시에 변하는 등 다양한 종류의 유전 변이를 모두 고려하면 사실 상 인간 유전체에서 나올 수 있는 변이의 종류는 무한대에 가깝다. 그런데 현재 글로벌에서 가장 대규모의 유전변이 정보가 모여 있는 데이터베이스 ClinVar 에는 154만여개의 변이가 등록되어 있다. SNV 종류 숫자 90억개와만 비교해 보더라도 현재 인류가 알고 있는 유전 변이의 병원성 정보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 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글로벌 임상 유전학 커뮤니티는 Clinvar 와 같은 공공 DB를 설립하고, 유전자 검사를 통해 확보된 환자의 유전 변이 병원성 정보를 함께 모아 나가고 있다. 내가 진단한 환자의 유전 변이 정보를 공유하면, 글로벌 전역에서 공유된 유전 변이와 같은 변이를 가진 희귀환자들이 진단 받을 수 있게 된다. 희귀질환 환자의 진단을 위해 서로가 내 것을 내어 놓을 때, 모두가 함께 혜택을 받게 되고, 희귀질환 환자 진단율이 높아진다.

병원들 뿐 아니라 글로벌 주요 유전자 진단 기업들도 이러한 유전 변이 정보 공유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숫자로 보면 기업들이 가장 많은 유전변이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데, 미국의 Invitae 100만건, GeneDx31만건, Color health7만여건 등 상위 8개 기업이 Clinvar 유전변이 72%를 보고하고 있다. 국내에선 총 23개 기관이 3,533개 변이를 Clinvar에 보고 했는데, 마찬가지로 기업인 쓰리빌리언 한 곳이 3,074건으로 국내 보고 변이 전체의 87%를 차지하고 있다.

자산이라고도 할 수 있는 병원성 유전변이 정보를 진단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결국 핵심적으로 어느 하나의 기관이 유전질병 진단을 위해 필요 충분한 숫자의 유전변이 정보를 확보할 수 없다는 한계를 인식하고, 모두 함께 정보를 모아 나갈 때 한명의 환자에게 라도 더 정확한 진단을 제공할 수 있다는 진단 기업으로서의 사명과 책임을 다하기 위함에 있다.

글로벌 각국 정부 또한 막대한 자금을 들여 대규모 유전체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많은 환자 유전 변이 정보를 확보하고 공공 목적의 활용으로 공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현재 국가바이오 빅데이터 시범사업을 통해 희귀질환 환자 15,000명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여기서 발굴되는 병원성유전 변이 정보들은 공공 목적으로 공개되어 활용될 예정에 있다.

정부, 기업, 학계가 힘을 모아 대규모로 쌓은 유전 변이 정보는 직접적인 환자 진단을 근거 데이터로 활용이 되는데 그치지 않고, 병원성 예측을 위한 인공지능 모델의 학습 및 테스트 데이터로 활용이 되어, 해석 근거가 존재 하지 않는 유전 변이의 해석에도 활용이 될 수 있는 등, 다양한 형태로 희귀유전질병 진단 기술을 향상 시키는 자원으로 활용이 된다.

모두가 일정 부분 희생하고 서로 도움을 주고 받을 때, 전체 생태계는 더 크게 번성할 수 있다.

글로벌 정부, 기업, 학계의 유전 변이 정보 공개 협력은 희귀 유전 질병 환자의 진단과 치료를 위한 공공의 선을 우선시 했기에 가능했다. 공공의 선을 위해 희생 한 것 같아 보였던 유전 변이 정보 공개 기업들은 반대로 시장의 신뢰도 향상과 성장으로 보상을 받고 있다. 앞으로도 희귀 유전 질병 진단과 치료를 위해 정부, 학계, 기업의 데이터 공유가 활발하게 전개되며 선순환을 그리며 성장하는 생태계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금창원 대표
금창원 대표

쓰리빌리언은 인공지능 유전변이 해석 기술을 기반으로 희귀질환 유전자검사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현재 50개 이상의 국가에 인공지능 기반 희귀질환 유전자 진단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금창원 대표가 지난 2016년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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