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신종플루 때문에 당직을 서다가 소변이 마려워서 쉬~ 를 하는 순간. 허거걱!! 이게 뭐야. 시뻘건 오줌이...ㅠ.ㅠ 한동안 제 눈을 의심했더랬습니다. 이게 뭐지? 육안적 혈뇨! 말로만 듣던 gross hematuria.

순간 제 머릿 속에는 몇가지 배제해야할 질환들이 스쳐 지나갔고...가만있자. 그동안 한번도 허리가 아픈 적도 없고 소변 볼 때 불편했던 것도 없고..딱 한달전 검진에서도 소변검사에 이상이 없었는데? 음음...맞아. 한달전 검진 때 초음파검사에서 신장결석이 발견되기는 했는데...혼자서 허리를 두들겨봤습니다. 아프지 않은데? 이 때 아는 게 병이라고 가장 먼저 떠 오른 생각. 이거...방광암 아냐?

일요일에도 소변을 자세히 봤습니다. 색깔이 좀 엷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짙게 나오는 소변...아직 혈뇨가 지속되고 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월요일...오전 내시경검사를 끝마치고 검사를 해 봤습니다. 쿠마딘과 아스피린을 먹고 있기 때문에 (3년전 뇌경색이 왔고 심장판막에도 이상이 있어..) 출혈성경향이 심하게 나타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그런데 혈액검사는 정상이더군요. 소변검사에서는 예상대로 적혈구가 대량으로 보인다고 하고...ㅠ.ㅠ

비뇨기과 선생과 의논을 하려했지만 마침 그 날 있었던 과장회의에는 비뇨기과 과장이 안 나오고 말이죠. 혼자서 이것저것 찾아봤습니다. 아무래도 방광경검사가 필요하겠지? 그거 무지 아픈 검사라는 데 말이지...월요일까지 지속되는 혈뇨때문에 마음도 싱숭생숭...그런데 소아과 과장님이 그러시더군요. "나도 똑같은 경험 해 봤는데 말이야, 요로결석이 방광으로 나오는 곳에 걸리면 그렇게 출혈이 많더라구? 하나도 아프지 않고 말이야..." 긴가민가 의심스럽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안심도 되고...일단은 하루 이틀 기다려보고 안되면 아무래도 방광경검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 저녁....퇴근 후 소변을 보는 데 어라? 웬일로 소변이 깨끗합니다? 이제 좀 나아가는구나...하고 안심을 하는 순간 하얀색 변기안에 조그맣고 까만 물체가 보입니다. 어? 돌이 나왔나? 그냥 물을 내릴 늑대별이 아니지요...^^ 나무젓가락을 찾아서 그 까만 물체를 찔러보고 눌러보고...그 까만물체는 대부분이 핏덩어리였고 가운데는 1mm도 안 되는 딱딱한 부분이 있더군요. 역시...결석이었던 것이었습니다. 내 참...요만한 것이 이렇게 사람을 놀래키다니 말이죠..


이후 소변을 더 봤는데 역시 깨끗한 소변....아, 기분도 깔끔합니다..^^ 그나저나 그래도 신장에 있는 결석의 아주 일부분이 떨어져 나온 결과이니 앞으로도 이런 일이나 아니면 심한 통증이 올 가능성도 있으니 아주 깔끔한 것은 아니네요. 물이나 많이 먹고 중간에 걸리지나 않게 조심해야겠군요. 쩝...

뇌경색에 역류성식도염에 이어 이제 신장결석까지...(환자들에게 자주 쓰던 말처럼) 국산 50년 가까이 쓰니 고장나는 곳이 많기는 하네요...^^; 환자 심정을 더 잘 알고 진료 잘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되겠지요...? 역시 건강이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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