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60대 여성 환자분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한달전쯤..갑작스런 복통과 간기능의 상승으로 담도결석을 의심하여 CT를 찍어봤고 예상대로 담도에 담석은 있었지만 그 보다도 우연히 발견된 신장의 종양...아무래도 신장암이 의심되는 소견이었습니다. 당연히 3차 의료기관으로 가셔서 정밀검사와 수술적 치료를 권해 드렸지요.

그렇지만 그 분은 저를 신뢰하고 오랜 기간 진료를 받으셨던 분임에도 불구하고, 수술은 생각도 않는다며 그냥 휑하니 집으로 가셨더랬습니다. 같이 오신 남편분도 떨떠름한 표정으로 뒤따라 나가실 수 밖에 없었지요. 나가시는 남편분에게 다시 한 번 설명을 드리고 꼭 환자분을 설득하고 다시 오시라는 부탁을 드렸는데, 한 달동안이나 아무런 소식이 없어 전화를 드린 것입니다.

집으로 전화를 하니 환자분은 집에 안 계시고 남편분이 전화를 받으셨습니다. 환자분은 어디 놀러가셨다고 합니다.

"지금 놀러다니실 때가 아니래두요?"

라고 채근하며 어떻게 되었느냐고 여쭤봤더니

"본인이 안 간다는데 뭘...."

'어이구! 답답해라.'

자제분은 아시냐니까 자제분에게도 말씀을 안 하셨다고 하십니다. 다시 한번 제발 자제분과 같이 환자분을 설득해서 꼭 병원에 다시 나오시고 대학병원에 가시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종양의 크기는 3cm 정도. 수술하시면 완치될 가능성도 많은 암인데 왜 그렇게 고집불통이신지 모르겠습니다.

 

또 다른 환자분입니다. 얼마전 60대 여성분의 대장내시경검사를 하다가 용종을 한 개 뗐습니다. 1.2cm 정도의 크기. 그렇지만 암으로 이환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형태였습니다. 조직검사 결과를 보니 아니나 다를까. 선종에서 암으로 이환된 경우였습니다. 다행한 것은 점막에만 국한된 암이고 떼어낸 곳도 깨끗해서 완치된 것으로 판정해도 되는 경우이지요.

결과를 남편분과 같이 보러 오셨는데, 저는 기분이 좋아서 (우연히 발견된 암이고 용종제거술로 완치되었으니 행운이지요.) "이러저러 해서 아주 운이 좋은 경우입니다. 그래도 암은 암이니 CT로 마저 확인해 보고 몇가지 검사를 더 해 보겠습니다. "라고 했습니다.

이윽고 혈액검사와  CT검사 결과를 보러 오시는 날 이 두 분의 표정이 심상치를 않습니다? 그러더니 다른 검사도 괜찮다는 말을 듣자마자 울음을 터뜨리십니다.

"아니, 왜 그러세요? 결과가 다 좋은데? 운이 좋은 경우래두요?"

참, 당혹스럽더군요. 결국 이 분은 자제분이 미리 예약을 해 놨다는 모 병원의 암 전문의 P  박사님께 자료를 다 갖고 가셨습니다.

며칠 전 저에게 다시 오신 그 분은 P박사님에게 다녀왔는데 검사하고 용종을 제거해 준 선생님에게 잘 치료해줘서 고맙다고 꼭 인사하고 저에게 정기적으로 검사 잘 받고 다니라는 얘기를 듣고 오셨다더군요.

이 두 분에게서 환자가 암을 대하는 극단적인 태도를 볼 수 있습니다. 암이라고 해서 두려워하는 것은 두 분 다 마찬가지이지만 한 분은 애써 무시하고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하고 있고, 또 한 분은 너무 과도한 공포심을 보이고 계신 것이지요.

사실 암의 원인은 잘 모르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바이러스에 의해 생기는 암으로 밝혀진 몇몇 암은 그 바이러스의 예방백신으로 막을 수 있다지만 전체 암 주에는 아주 극소수일 뿐이며 유전적인 원인, 환경적인 원인이 복잡하게 얽혀져 생기는 것이 대부분으로 모든 암을 근원적으로 예방한다는 것은 아직은 요원한 일이지요.

따라서 현재로서는 가능하면 조기에 발견해서 조기에 치료를 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그리고 조기에만 발견하면 대부분의 암은 치료 성과도 매우 좋은 편이구요. 뭐든지 극단적인 반응은 자신과 주위사람들을 해치는 일이 될 겁니다. 정기적 검사와 적극적인 치료, 그리고 긍정적인 태도가 우리가 암을 이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임을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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