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조병식 교수, 고령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 대상 연구
‘신약 베네토클락스+데시타빈’ 반응률 70%·중앙생존기간 13.4개월
병합요법 뒤 약 30% 조혈모세포이식…이식 후 1년 생존율 80% 달해
"신체능력 저하로 항암·조혈모세포이식 표준치료 어려울 때 도움돼"

노인에게 다발하는 '급성골수성백혈병'이 최근 인구 고령화로 증가세인 가운데, 최신 표적치료제 베네토클락스와 항암제 데시타빈 병합요법의 효과가 국내 의료진에 의해 처음으로 확인됐다. 이는 항암과 조혈모세포이식 표준치료가 어려운 노인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된다. 

서울성모병원은 혈액병원 혈액내과 조병식 교수·곽대훈 임상강사 연구팀이 2013~2021년 항암제 데시타빈 단독요법과 데시타빈과 신약 베네토클락스(venetoclax) 병합요법으로 치료받은 65세 이상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 304명을 대상으로 두 치료 그룹의 치료 효과를 비교한 결과를 9일 발표했다. 

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급성골수성백혈병은 평균 발병 연령이 65~67세로 노인에서 호발하는 노인성 백혈병으로, 발병률이 계속 증가되고 있다. 고령 환자는 전신 체력이 떨어져 젊은 환자들이 받는 표준 항암치료나 조혈모세포이식에 부적합한 경우가 많아 치료 선택지가 적었고, 이로 인해 중앙 생존기간이 10개월 미만으로 매우 불량한 예후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 항암제 메틸화 억제제(hypomethylating agent)와 B-cell lymphoma-2단백(BCL-2) 표적한 치료제 베네토클락스 병합치료법이 도입되면서 치료 옵션이 확장됐다. 앞서 베네토클락스 3상 임상시험에서 보인 메틸화 억제제 단독 치료 대비 뛰어난 효과를 바탕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20년 표준항암요법이 불가능한 노인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에게 메틸화 억제제(아자시티딘·데시타빈)와 베네토클락스의 병합요법을 1차 치료요법으로 승인한 바 있다.

미국 등 해외에서 진행된 임상시험은 메틸화 억제제 중 아자시티딘과 베네토클락스를 병합한 환자들만을 대상으로 아자시티딘 단독요법 그룹과 비교해 그 성적을 확인했다. 국내에서 많이 사용되는 메틸화 억제제인 데시타빈과 베네토클락스 병합요법에 대해서는 데시타빈 단독 치료에 대해 어떤 치료 효과가 나타는지에 대한 보고가 없었다.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연구팀은 데시타빈과 베네토클락스 병합요법의 성적을 데시타빈 단독치료와 비교했다.

연구 결과, 데시타빈과 베네토클락스 병합요법의 효과가 데시타빈 단독요법보다 우월했다. 데시타빈 단독요법 그룹의 중앙생존기간은 8.3개월인 반면 데시타빈과 베네토클락스 병합치료 그룹의 중앙생존기간은 13.4개월이었다. 형태학적으로 백혈병 세포가 검출되지 않는 수준 이상의 반응률은 데시타빈과 베네토클락스 병합요법 그룹에서 70.3%에 달해 데시타빈 단독요법(24.3%)보다 훨씬 뛰어난 효과를 보였다. 

또한, 데시타빈과 베네토클락스 병합요법을 받은 환자의 약 30%가 성공적으로 백혈병 세포를 제거한 뒤 동종 조혈모세포이식으로 이어질 수 있었고, 이식 후 1년 이상 생존률이 80%에 달해 데시타빈과 베네토클락스 병합요법이 노인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 완치의 길을 열 수 있음을 보여줬다.

곽대훈 임상강사는 "이 연구는 데시타빈과 베네토클락스 병합요법의 효과를 데시타빈 단독요법과 직접 비교한 최초의 연구라는데 의의가 있다"며 "데시타빈과 베네토클락스 병합치료는 데시타빈 단독치료대비 뛰어난 치료 효과를 보였으며, 이는 아자시티딘과 베네토클락스 병합치료와 비견할만 하고, 또한 환자의 급성 골수성 백혈병 세부 타입, 유전자 돌연변이의 상관 없이 데시타빈과 베네토클락스 병합요법의 효과가 아자시티딘과 베네토클락스 병합요법과 비슷함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조병식 교수는 "연구의 또다른 중요한 점은 실제 환자들에서 메틸화 억제제와 베네토클락스의 병합 요법을 통해 성공적으로 조혈모세포 이식까지 유도함으로써 노인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에서 치료의 새로운 지평이 열렸음을 확인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노인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에게 최고의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네이처 출판 그룹의 국제학술지인 'Blood cancer journal'에 작년 12월호에 게재됐다. 또 포항공대 생물학 연구정보센터(BRIC)에서 소개하는 '한국을 빛내는 사람들'에도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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