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최종회 시청률이 30.1%를 돌파했다. 이 드라마의 최종 시청률은 tvN <우리들의 블루스> 종방 시청률 14.6%의 두 배를 훌쩍 넘겼다. <우리들의 블루스> 또한 가슴 찡한 인생사를 TV 화면 가득 채워 시청자들에게 ‘인생 드라마’로 남았다는 찬사가 쏟아졌던 드라마였다.

아무튼 시청률만 놓고 봐도 <재벌집 막내아들>은 자타공인 2022년 최고의 명품 드라마였다. 이 드라마에서 창업주 진양철 회장역을 맡은 배우 이성민의 카리스마 연기는 단연 돋보였다. “내를 죽일라카는 기 누구라꼬? 내 무습다. 와 내를 죽일라카는 기가” 하는 ‘섬망’ 연기는 섬뜩하기까지 했다. 중대한 주주총회를 앞두고 진 회장에게 나타난 섬망 증상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손에 땀을 쥐었다.

카리스마 넘치는 회장님이었던 진 회장은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하고 나타난 섬망 증상으로 점차 무너졌다. 진 회장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지금이 언제인지, 마주 선 상대가 누구인지를 잊은 채 환각을 보고, 소리쳤다. 환각 속 존재가 자신을 해친다는 공포와 피해망상 증세를 보였다.

섬망은 급성으로 나타나는 뇌의 전반적인 기능장애를 말한다. 섬망이 있으면 주의력이나 의식 저하가 급성으로 나타난다. 병원에서 섬망 증상이 있는 환자들은 헛소리를 하면서 수액 줄을 뽑고, 튜브를 빼고 침상에서 소리 지르는 과잉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증상은 변동이 심해 괜찮다가 안 좋았다가를 하루에도 여러 번 반복한다.

섬망을 일으키는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고열과 전해질 불균형, 약물 부작용, 수술 후유증 등 전신 기능을 악화시키는 모든 상황이 섬망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교통사고 외상으로 뇌에 출혈이 있거나 뇌진탕도 섬망을 일으킬 수 있다.

신체 컨디션이 많이 떨어져 있는 암 환자는 마약성 진통제와 항암제 약물 복용의 복합요인으로 섬망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알코올중독인 경우 술을 끊고 대략 3~7일 사이 금단으로 섬망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섬망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은 병원에 많다. 수술하고 회복을 위해 중환자실에 있는 환자들에게 많이 목격된다. 예전 섬망을 ‘중환자실 정신증’(ICU psychosis)으로 부른 이유다. 섬망은 행동이 과하게 나타나는 과활동성과 이에 비해 딴소리하고, 초점을 못 맞추고 처지는 저활동성, 이 둘이 함께 나타나는 혼재성 등 세 가지 행동 유형으로 구분한다.

병원에 입원한 가족이 섬망 증상으로 이상행동을 하면 보호자들은 당황하고 놀라기 마련이다. 섬망이 곧바로 치매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고, 가족력과 연결되지는 않을지 두려워하기도 한다.

전문의들은 섬망 증상을 보이는 환자의 가족들은 환자에게 현재 날짜와 장소‧시간을 수시로 알려주면서 기억하도록 하면 보다 빠른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산 교수는 <나는의사다 1015회 :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보는 진양철 회장의 섬망 연기> 편에 출연, “섬망은 며칠 내 짧게 여러 번 반복하고, 치매와는 다르게 오래 가지 않는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보호자들에게 일시적 혼란 증상으로 설명하면서 안심하도록 한다”며 “하지만, 섬망이 지속적으로 반복된다면 추후 호전이 되고 인지평가를 받아 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