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중심이 무너지다/500쪽/소우주/20,000원

엘린 색스는 자신의 초기 조현병 삽화를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당시에는 그게 무엇인지 알아채지 못했지만 말이다.

수업 중이던 어느 날, 저는 갑자기 일어나서 집까지 5킬로미터를 걷기 시작했어요. 집들이 저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았죠. ‘너는 특별해. 특별히 나빠.’ 어떤 존재가 제 머릿속에 생각을 집어넣는 것 같아서 혼란스럽고 무서웠어요.”

그러한 생각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자주 나타나며 불안감을 일으켰다. “제 생각으로 수십만 명을 죽였다는 망상에 자주 사로잡혔어요. 한 남자가 제 머리 위로 칼을 들고 서 있는 환각도 종종 겪었습니다.”

엘린은 현실과의 접촉을 잃게 만드는 만성 중증 뇌 질환인 조현병을 앓고 있다. 미국 내 조현병 환자는 약 280만 명에 달한다. 국내 환자는 50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조현병 증상에는 환각과 환청편집증 등이 있다. 이러한 증상은 매우 파괴적이다. 조현병 환자 대부분은 독립적인 삶을 영위하거나 배우자를 찾거나 안정적인 직업을 가질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을 의사에게서 듣곤 한다.

말을 하면 악이 퍼질 것 같아서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매우 조용히 지냈죠.” 엘린의 병은 점점 심해졌다. 수면 아래로 억눌러온 증상은 법학대학원에 다닐 때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깨어 있는 채로 악몽을 꾸는 것과 같습니다. 온갖 이상하고 기괴하고 무서운 일들이 일어나죠. 보통 악몽은 침대에서 일어나 눈을 뜨면 사라지지만, 정신병 삽화에서는 그런 행운이 없어요.” 그녀는 이렇게 설명했다.

엘린의 입에서 무섭고 위험한 말이 나오자 교수 중 한 명이 그녀를 응급실로 데려갔다. 그리고 그녀는 그곳에서 엄청난 일을 겪었다. “사람들이 달려들어 덮치듯 나를 붙잡더니 의자에서 높이 들어 올려 침대에 내동댕이쳤어요. 그러고는 두꺼운 가죽끈으로 내 양쪽 팔다리를 철제 침대에 묶어버렸습니다.” 그녀는 회상했다. “전 목이 터져라 비명을 질렀어요. 누군가 사람에게 그런 짓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엘린은 매일 몇 시간씩 강박된 채로 지냈다. 그 경험은 그녀에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럽고 끔찍하며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얼마 후 그녀는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 “황량하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야 한다는 선고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엘린은 학업을 그만두기를 거부했고, 대처할 방법을 찾아 나갔다.

엘린은 일에 집중할 때 미친 생각이 옆으로 물러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체계적이고 꽉 찬 일정은 그녀의 삽화 발생 빈도를 줄였다. “계획이나 목표, 체계가 없는 상태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은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에요.”

지지 네트워크도 중요했다. 진단 직후 엘린은 동료 법대생인 스티브 벤키와 친구가 됐다. 그는 엘린이 자신의 정신증적 사고에 겁을 먹고 있으며, 자신이 그녀의 곁에 있는 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로부터 40년여 년이 지난 지금도, 스티브는 엘린과 거의 매일 대화를 나눈다. 그녀는 정신병 삽화를 경험할 때 스티브에게 기댔고, 그는 그녀가 현실과 망상을 구별하도록 도와주었다.

엘린은 조현병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여러 방법을 찾았다. 하지만, 다른 많은 조현병 환자와 마찬가지로 약 복용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었다. 그녀는 반복해서 약을 끊으려고 시도했다.

엘린은 최소한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주변에 자신의 병에 대해 알리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는 이러한 비밀주의가 조현병과 관련된 낙인과 잘못된 신화를 만들어낸다고 느꼈다. 결국 2007년 자신의 경험과 투쟁에 관한 책을 출간했다.

이 책 마음의 중심이 무너지다는 곧 베스트셀러가 됐다. 엘린은 조현병을 둘러싼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 사람들을 교육하는 데 힘쓰고 있다. 2009년 엘린은 사람들이 자신의 병을 이해하도록 돕는 활동으로 맥아더 보조금을 받았다. 2012년에는 TED 강연을 하기도 했다. 현재 조회 수는 480만 회가 넘는다.

저자 엘린 색스(Elyn Saks)

엘린 색스는 밴더빌트대학교를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예일대학교 법학대학원에서 법학전문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굴드법학대학원 법학심리학정신의학, 행동과학 교수이자 색스 정신보건법정책윤리연구소 소장,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캠퍼스 의과대학의 정신의학과 겸임교수, 그리고 새로운 정신분석센터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학창 시절 조현병 진단을 받은 그녀는 자신의 회고록 마음의 중심이 무너지다에서 반복되는 입원, 약물치료, 사회적 낙인에도 불구하고 조현병에 정면으로 맞서 사투를 벌이며 우정과 사랑, 그리고 직업적 성취까지 이뤄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2009년 맥아더 재단에서 수여하는 천재 보조금을 받는 등 수많은 수상 경력이 있다. 이 기금을 사용해 법정신보건윤리의 교차점에서 관련 문제를 연구하는 싱크탱크인 색스 정신보건법정책윤리연구소를 설립했다. 색스는 법률과 정신 건강 분야에서 폭넓게 저술 활동을 벌이며 5권의 책과 50편 이상의 논문을 출간했다. 정신보건법형법아동법을 전문으로 하는 그녀는 최근 정신의학 연구의 윤리적 측면과 정신질환자들의 강제 치료에 관한 연구를 중점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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