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션트 스토리]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김미영 대표
새학년마다 1형당뇨 매뉴얼 준비…"담임 따라 희비 엇갈려"
오르내리는 혈당 탓 수업이나 시험 시간에 음식 섭취 필요
1형당뇨 환아에게는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가 '의료기기'
"근거리 배정 신청 자격에 1형당뇨 의무적으로 포함해야"

개학 시즌인 3월이면 유독 긴장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있다. 제1형 당뇨병을 앓고 있는 학생과 그 부모들이다.

1형 당뇨병 환자 중에는 소아청소년들이 많다.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내분비과 김호성 교수와 강남세브란스 소아청소년과 채현욱 교수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활용해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인구 10만명 당 32.85명이었던 15세 미만 1형당뇨 환자는 2017년 41.03명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이 기간 발생한 15세 미만 1형당뇨 환자는 총 2만9,013명이다.

사진=게티이미지 제공
사진=게티이미지 제공

하지만 학교에는 이들을 위한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 1형당뇨에 대한 인식도 낮은 터라 새학년에 올라가면 부모들이 바빠진다. 아이들이 학교에서도 1형당뇨를 잘 관리하려면 담임교사와 보건교사, 더 나아가 학교의 도움이 필요하다.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는 탓에 어떤 담임교사를 만나는지에 따라 아이의 학교 생활이 천차만별 달라진다고 한다.

1형당뇨병환우회 커뮤니티도 매년 3월만 되면 분주해진다. 부모들은 담임교사를 위해 1형당뇨에 대한 설명부터 다양한 대처 요령 등이 담긴 매뉴얼을 정리한다. 심지어 반 아이들 전체에게 나눠줄 유인물을 만들거나 주치의 서명과 함께 긴급 시 글루카곤(Glucagon)을 주사해달라는 요청서를 받아두는 이들도 있다.

이렇게 준비해도 담임교사가 ‘학기 초라 바쁘다’거나, ‘아이를 책임질 수 없다’고 거절하면 소용 없다. 1형당뇨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마다 부모들은 힘이 빠진다.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김미영 대표는 학교에서 1형당뇨 환아만 특별 취급을 받을 수 없다는 현실을 이해한다고 했다. 그는 1형당뇨를 앓고 있는 중학교 2학년생 아들을 둔 엄마이기도 하다.

하지만 환아들이 평범한 학교생활을 누리려면 ‘절대적 평등’이 아닌 ‘상대적 평등’ 차원에서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학교 관계자들이 1형당뇨뿐 아니라 아픈 아이들에 대해 논의하고 신경 써 준다면 홀로 학교 생활을 견디고 있는 아이들의 힘듦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김미영 대표는 청년의사와 가진 인터뷰에서 1형당뇨 환아가 학교에 안심하고 등교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김미영 대표 제공
사진=김미영 대표 제공

새 학기마다 희비 엇갈리는 1형당뇨 환아들

1형당뇨를 앓는 자녀를 둔 부모들은 아이가 집을 떠나는 순간부터 안심할 수 없다. 계속 오르내리는 혈당 수치 때문이다. 혈당이 계속 떨어지면 저혈당 쇼크로 위급 상황이 올 수 있기에 수업 중에라도 사탕이나 음료수를 섭취해야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교사나 주변 친구들의 눈치를 보게 된다. 남에게는 수업시간에 군것질하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 친구들이 아이를 향해 왜 혼자만 간식을 먹냐고 따지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아이 상태를 이해하는 담임교사를 만나는 게 중요하다. 학교에 1형당뇨 환아를 지원해야 할 의무가 없는 만큼 담임교사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수업시간에도 혈당 수치가 악화돼 음료수나 사탕을 먹거나 인슐린 주사를 놔야 하는 경우도 있다”며 “낯선 환경에서 아이가 잘 하려면 미리 담임교사에게 알려야 하지만 학기 전에는 번호조차도 알 수 없다”고 토로했다.

김 대표는 “학기 첫날 아이가 수업을 마치면 바로 담임교사의 이름을 알아내서 학교에 사정을 설명한다”며 “담임교사의 성향에 따라 새 학기에 희비가 엇갈린다. 이해해주는 교사가 있는가 하면 아이를 통해 보낸 자료를 돌려보내며 ‘엄마가 챙겨달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아 부모 중에 교사들도 있는데 , 그들조차도 학교 체계 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한다"며 "예전에는 몰랐지만 자녀가 1형당뇨를 진단받고나니 학교 환경이 환아에게 매우 불합리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도 한다”고 말했다.

시험시간도 등교거리도 걱정인 1형 당뇨 환아들

혈당 관리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고학년 학생에게도 고충은 있다. 중학교에서는 수업 시작 전 스마트폰을 학교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혈당 수치를 확인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예외적으로 수업 중에도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 1형당뇨환우회는 혹시 모를 경우에 대비해 스마트워치와 연속혈당측정기가 연동되는 방안을 마련해 공유했다. 1형당뇨 환아들에겐 스마트폰·스마트워치가 의료기기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평소에는 스마트폰을 소지해도 괜찮지만 시험기간에는 컨닝 등의 우려로 어려운 경우도 있다. 시도교육청마다 허용 스마트기기에 대한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환우회는 시험시간에 1형당뇨 환아가 스마트폰을 소지하거나 시험감독에게 맡겨 실시간으로 혈당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김 대표는 “스마트폰도 병을 관리하는 의료기기다. 하지만 시험기간 스마트기기 소지에 대한 조항이 시도교육청마다 달라 소지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며 “혈당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다른 아이들과 동등한 조건에서 시험을 볼 수 없다.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경기도에서 관련 담당자들과 1형당뇨 아이들이 시험 시간에 스마트폰을 소지하거나 혹은 시험감독에게 맡길 수 있는 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런 부분까지 조례로 넣어야 할 만큼 학교 현장에서도 1형당뇨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집에서 학교까지 등교하는 거리도 문제가 된다. 학교에 구비해둔 약이나 저혈당식이 떨어졌을 때 집에 있는 상비약이라도 쓰려면 최대한 거리가 가까워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건강 등의 이유로 원거리 통학이 어려운 학생을 배려하기 위해 집에서 가까운 학교에 우선 배치하는 ‘근거리 배정’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법적 기준이 없어 1형당뇨가 신청 자격에서 제외되는 지역도 있다.

김 대표는 “만약 학교에 약이 없으면 집에 있는 상비약이라도 먹어야 하기 때문에 집과 학교 간 거리가 짧을수록 좋다”며 “학생 과밀 지역에선 먼 학교에 배정되는 경우도 있다. 먼 길을 등교하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에 근거리 배정 신청 자격에 1형당뇨를 의무적으로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보건교사 너무 바빠, 학교 내 의료 인력 충원 필요"

김 대표는 학교 내 보건교사 외에 간호사 등 의료 지원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학교에는 간호사 자격증을 소지한 보건교사가 늘 상주하지만 건강 관리 외에도 처리해야 할 행정 업무가 많아 보조인력이 필요하다는 것.

김 대표는 “학교에서 아이들이 의지할 수 있는 사람 중 하나가 보건교사다. 의학적 지식이 있기 때문에 환아들을 대변해줄 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행정 업무나 수업 등으로 보건실에 상주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김 대표는 “때문에 학내 의료지원인력을 충원해야 한다”며 “저학년생은 인슐린자동주입기를 부착해도 바늘이 막히거나 주입기를 고정한 접착 테이프가 떨어지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의료지원인력이 충원되면 학교 안에서 신속한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에서 보건교사가 인슐린 주사를 놓을 수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현재는 법적 허용 기준이 명확치 않아 인슐린 투여를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는 게 환우회 측 주장이다.

지난 2018년 개정된 학교보건법 제15조의2에 따르면 저혈당 쇼크 등으로 생명이 위급한 경우 보건교사가 투약행위 등 응급처치를 제공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보건교사가 위급 상황 시 글루카곤과 에피네프린을 투여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의료법 제27조의 무면허 의료행위 금지 항목의 예외로 규정됐다.

하지만 법 해석에 대한 차이로 보건교사와 환우회 간 의견이 갈리고 있다. 보건교사들은 보건교사의 인슐린 투여를 의료법 위반으로 여기는 반면 인슐린 투여도 가능하다는 게 환우회의 주장이다.

김 대표는 “보건교사들은 학교보건법 허용 약물에 인슐린이 명시돼 있지 않아 불법이라고 우려한다. 하지만 인슐린을 투여하는 게 불법이라는 말도 없기 때문에 법 해석에 따라 가능하다고 본다”며 “의사의 지도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글루카곤·에피네프린 투여는 이미 가능하지 않은가”라고 했다.

이어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없는 형편이거나 의료기기를 고정하는 테이프에 알러지가 있는 저학년생은 인슐린 주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부모들이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를 따라다녀야 한다”며 “때문에 보건교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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