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를 가진 노인이 우울증에 빠질 가능성이 정상 노인에 비해 절반가량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중앙대광명병원 가정의학과 오윤환 교수
중앙대광명병원 가정의학과 오윤환 교수

중앙대광명병원 가정의학과 오윤환 교수 연구팀(제주대병원 이비인후과 서지영 교수, 서울대 김혜준 연구원, 차의과대학 정석송 교수)이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활용해 25만4466명 노인 인구의 건강검진 결과를 16년간(2003-2019) 추적 관찰해 청각 장애 발생 여부와 우울증 발병률의 연관성을 조사한 결과 청각 장애가 발생한 노인은 우울증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우울증은 타질병의 임상적 위험 요인으로 ‘청각 장애와 노인 우울증 간의 연관성’은 과거 여러 연구에서 그 가능성이 다루어진 바 있으나 연구대상자 수가 적거나 관찰 기간이 짧거나 다른 우울증 연관요소들이 고려되지 않아 일관되지 않은 결과가 도출되는 등 제한점이 있었다.

연구팀은 16년에 걸친 대규모 종단 연구 결과 청각 장애가 발생한 노인의 경우 청각 장애가 발생하지 않았던 노인에 비해 우울증을 경험할 가능성이 50% 가까이 더 높은 것을(HR, 1.48; 95% CI, 1.36–1.62; p <0.001) 확인했다.

또한 청각장애와 우울증의 관계는 연령, 성별, 가계소득, 체질량지수, 흔한 만성질환 등 다양한 인구통계학적 요인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중 특히 65세 미만인 경우 65세 이상인 경우보다 청각장애가 발생한 경우 우울증의 발생 위험도가 더 높았다.

또한 고혈압과 당뇨병이 없는 사람들의 경우 청각장애가 발생하는 경우 우울증이 발생할 위험도가 더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오윤환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는 새로운 청력 장애의 발생과 우울증 발생의 다면적 발생 위험 요인과의 연관성을 고려해 연구를 진행했다는 점이 특이점”이라며 “단순히 연령의 증가로 인해 그 유병률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65세 미만의 청력장애 신규 발생자에서 두드러진 우울증 발생 위험도 증가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정석송 교수는 “기존 연구 중 청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전두엽의 수축과 위축이 가속화되는 소견을 보이는 연구가 있었는데, 이러한 점은 청각 장애와 우울증 발생의 기전을 설명하는 잠재적인 신경학적 변성 기전을 시사할 수 있다”며 “장기간의 변화 과정을 거칠수록 더 두드러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혜준 연구원은 “청각 장애와 우울증 간의 역인과 관계에 대해서 충분한 고려가 필요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세심한 평가가 요구되며 사회적 고립이나 경제적, 사회적 스트레스로 인한 불안, 우울과 같은 문제가 청각 장애의 증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어느 정도의 고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지영 교수는 “의료진이 노인 기능을 위한 일상적인 평가의 일부로 청력 평가의 중요성이 인식될 필요성이 있다”며 “이러한 연결고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후속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청각 장애의 조기 발견‧치료가 우울증의 발병을 예방하고 노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이번 논문은 국제의학저널인 Laryngoscop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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