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특구를 지향하고 있는 강남지역을 지나다 보면 역세권을 중심으로 빌딩마다 많은 병의원들이 들어차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성형외과, 피부과, 척추와 관절을 전문 진료과목으로 표방하는 병원들만 눈에 들어올 뿐 내과로 성업중인 곳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이유는 내과 의원이 강남에서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의료계를 주름잡으시던 유명 내과 의사들도 강남에서 개원하신 분들의 성적표가 썩 좋지 않은 것만 봐도 강남은 내과 의사들에게 결코 쉬운 땅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강남에서 내과가 성공하기 힘든 몇가지 이유를 생각해 본다.  

첫째는 내과 환자들이 갖는 기존 병원에 대한 충성도이다. 특히 만성 질환을 치료 받고 있는 환자들은 섣불리 주치의를 바꾸기를 꺼려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시설을 잘해 놓아도 시설보다 먼저 원장과의 유대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강남의 상대적으로 높은 임대료다. 강북의 2배 이상의 임대료를 지불해야하는 것도 내과가 들어가기 어려운 요인이된다.

삼정KPMG 가 서울시와 경기도의 시,군,구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역별로 재산 규모와 의료비 지출액간의 상관관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강남 3구에서도 평균치를 약간 상회하는 정도의 의료비를 지출하고 있으며 지방세 납부액 하위 3개 시,군 지역도 평균 수준의 의료비를 지출하고 있다.

물론 미용 성형 분야나 고가의 비급여 진료는 소득의 수준에 영향을 받겠지만 일반 진료는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적어도 일반 진료에 관해서는 강남이라고 의료비를 더 지출할 것이라고 기대하는것은 계산 착오다.

셋째는 굴지의 대형 종합병원들이 즐비한 관계로 옹색하게 느껴지는 내과의원보다는 차대기 편한 큰 병원을 선호하는 강남 지역의 정서적 특성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강남에서 벤츠타고 오신 아주머니나 경동시장에서 힘겹게 일하며 병원문을 들어오시는 동네 아주머니나 똑같이 3000 원 내외의 진료비를 받는 현실 속에서 굳이 임대료 비싼 강남을 고집하는 내과 의사가 있다면 강남 주민을 위한 남다른 투철한 봉사적 사명감이 있다고 해야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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