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꽃피는 춘삼월이군요. 어제는 서울 낮기온이 15도에 육박했다고 합니다. 3월은 새학기가 시작 된다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새학기는 비단 학교에만 있는것은 아닙니다. 병원도 2월 말부터 새내기 의사들이 일을하기 시작하는 '새학기'가 시작됩니다.

3월 대학병원에는 일이 익숙하지 않은 새내기 의사들 때문 정신이 없습니다. 이렇게 새학기가 시작 될 무렵에 병원에 가면 오히려 병을 얻을수도 있을까요? 관련해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었습니다.


새학기에 병원가면 병 얻어온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시행 된 연구입니다. (Rate of undesirable events at beginning of academic year: retrospective cohort
study : 2009;339:b3974 ) 마취를 받은 19,000여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1년 중 언제 의료사고가 집중적으로 일어났는지를 연구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이 연구결과 새학기가 시작될 무렵에 의료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1.4배 정도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새학기가 시작되면서 급격히 증가하는 의료사고는 1달정도 지나고 나면서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고 4개월이 지나면 다시 원래 수준(?)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여기서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런 경향이 트레이닝 연수와 상관없이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즉 인턴이든 레지던트이든 새학기 무렵에 가장 사고를 많이 치는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지어는 병원내에서 해당과 과장님 말고는 무서운게 없다는 레지던트 4년차의 경우도 연초에 실수를 하거나 사고를 칠 확률이 제일 높다는 결과를 보여줬습니다.


훌륭한 의사가 되기 위해 거쳐야하는 과정


이렇게 새학기에 의료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이유로는

1. 일이 손에 익지 않았다
2.  팀워크가 아직 정비되지 않았다
3. 서로간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라는 것이 연구자들의 견해였습니다.
 

새학기에 대학병원 응급실은 아비규환(?)

이제 2월 마지막주이니 의사 면허증에 잉크도 마르지 않은 새내기 인턴 선생님들이 병원에 배치되어 일을 시작했을 겁니다.

병원내에서 인턴선생님들이 가장 의사처럼(?) 일을 하는 곳이 바로 '응급실'입니다. 초 응급인 환자를 제외하고는 인턴선생님들이 제일먼저 환자를 만나고 진찰을 하고 진단명 잡아서 필요한 검사를 시행하고 해당과에 연락을 하는 '의사다운' 역할을 하는 곳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새학기의 대학병원의 응급실은 거의 혼돈에 빠지게 됩니다. 아무리 학생때 실제 환자를 만나고 실습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현실에서 환자를 대하면 버벅거릴 수 밖에 없습니다.

응급실 침대에 누워서 의사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환자들은 쌓여만 가지, 일이 손에 익지 않으니 인턴 선생님들은 환자 한명 붙잡고 세월아 내월아 하고있지, 연락받고 내려온 윗년차 레지던트는 인턴선생님들의 만행(?)에 분노하며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지, 참고 참던 환자 보호자는 도대체 언제 의사를 만날 수 있는 것이냐며 응급실 스테이션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지....

이곳이 병원 응급실인지 시장바닥인지 구분이 안가는 곳이 바로 '꽃피는 춘삼월 새학기의 병원 응급실' 입니다. 그러다보니 황당한 실수도 많고 그만큼 환자와 보호자의 불만도 많은것이 바로 새학기입니다.


훌륭한 의사가 되기 위해 거쳐야하는 과정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3월의 병원에서는 더 많은 교육과 상호 감시가 벌어집니다. 새로 일하는 의사들도 바짝  긴장하고 환자를 보게 되지요. 그래도 사사로운 실수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잘 훈련된 의사로 거듭나게 됩니다. 환자나 보호자 분들은 새학기에 벌어지는 자그마한 실수는 조금 너그럽게 이해해 주셨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이번 연구 결과를 국내 상황과 같을 것이라고 이야기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아마 우리 나라는 더 나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저도 그동안 크고 작은 많은 실수를 저지르면서 의사생활을 해왔고 또 해나갈 거 같습니다. 제가 저지른 실수 때문에 크고 작은 고통을 당했을 환자분들에게 죄송한 마음과 또 너그럽게 이해해주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그래서 환자는 의사의 영원한 스승이라고 하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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