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전남대병원 혈액내과 정성훈 교수

화순전남대병원 혈액내과 정성훈 교수

다발골수종은 악성 형질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해 생기는 혈액암으로 용해성 뼈병변, 빈혈, 고칼슘혈증, 신부전 그리고 면역기능 저하로 인한 감염 등의 증상이 특징이다. 평균 진단 연령은 70세 전후로 국내에서도 인구 고령화로 인해 발생률과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프로테아좀 저해제, 면역조절제, 단클론항체와 같은 새로운 치료제의 개발로 다발골수종 환자의 생존기간은 크게 향상됐다. 최근에는 CAR-T, 이중항체(bispecific antibody) 치료와 같은 T세포를 이용한 면역치료제의 연구 개발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 결과에 따라서 다발골수종의 치료 패러다임에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조만간 완치가 가능한 혈액암이라고 설명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바람과 달리 현재 다발골수종 환자의 대부분은 반복적인 재발과 치료 불응을 경험하게 된다. 문제는 효과적인 약제가 개발돼 임상시험을 통해 그 효과가 입증된다고 하더라도, 국내 진료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는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특히 지난 2020년에는 대안이 없었던 다발골수종 환자의 5차 이상 치료에 '엑스포비오(성분명 셀리넥서)'라는 새로운 치료제가 식약처 허가를 받았지만, 현재까지도 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적절히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엑스포비오'는 핵수송 단백질인 XPO1을 선택적, 가역적으로 억제하는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로, 2상 임상 연구 완료 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속승인을 받았다.

허가 기반이 된 STORM 연구에 따르면, 엑스포비오는 이전에 세 가지 기전의 약물치료에 불응한 전체 환자에서 생존기간 중앙값 8.6개월을 나타냈으며, 최소 반응 또는 부분 반응 이상의 치료 반응을 보인 환자군에서는 15.6개월의 생존기간 중앙값을 보여줬다.

국내에서 4차 치료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 '다라투무맙(단클론항체)'에 불응한 환자들이 1.7~3개월의 생존기간 중앙값을 나타낸다는 연구 결과와 비교해 보면 이 같은 결과는 더욱 큰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다행히 지난 6월 14일 심평원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엑스포비오가 재발·불응성 다발골수종 환자의 4차 이상 치료에 급여기준이 설정됐다. 이번 결과가 진단부터 4차 치료까지 상당기간 어려운 치료를 잘 견디어 온 환자와 가족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게 돼 기쁘다.

다만 지금 이 순간에도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많은 환자들의 질병이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 하루 속히 보건당국의 검토와 제약사와의 협의가 다음 과정으로 이행돼 환자들의 희망이 현실화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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