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간의 기능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우선 간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사람의 몸에서 해독을 담당하는 장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옛말에 먹은 음식의 양이 부족함을 나타내는 뜻으로 “간에 기별도 안 간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 간은 직접 소화를 담당하지는 않습니다. 음식이 지나가는 길에 간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지요.

 


이처럼 간이 직접 소화를 담당하지 않는다면 음식물 소화에 있어서 간이 어떤 기능을 할까요?


간이 하는 일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대사조절, 혈액조절, 쓸개즙 생성입니다. 여기서 쓸개즙 생성이 간의 소화기능에 해당합니다. 쓸개즙은 물, 전해질, 빌리루빈, 콜레스테롤, 담즙산염(쓸개즙염)이라는 지질 성분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쓸개즙의 수분과 전해질은 작은창자에서 산성의 미즙을 희석하고 중화시킵니다. 쓸개즙염은 콜레스테롤에서 합성된 물질로 지방의 소화와 흡수에 중요한 기능을 합니다. 간의 소화기능 중 가장 중요한 것을 이야기하자면 한마디로 지방을 소화하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간에서 쓸개즙이 생성된다고 하니 쓸개즙은 쓸개에서 생성되는 거 아니었나 의아하실 텐데요, 쓸개즙은 쓸개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해부학적으로 간 바로 옆에 쓸개가 위치해 있는데 쓸개는 담낭이라고도 하지요. 간과 쓸개는 모두 관을 통해 작은창자로 연결되는데 이 관을 담관이라고 합니다. 간과 쓸개에서 나오는 길은 담관 위쪽에서 함께 만나서 작은창자로 연결되고, 여기에 들어 있는 용액이 쓸개즙입니다.


과거에 의학적 지식이 부족할 때 이 용액이 쓸개에서 만들어지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사실이 알려져서 혼란이 생긴 겁니다. 참고로 곰 쓸개즙이 몸에 좋다는 이야기가 오래 전부터 전해오고 있는데 앞서 이야기한 대로 간에서 창자로 연결되는 길 속에 들어있는 용액을 가리킵니다. 영양학적으로는 건강에 좋은 이유를 전혀 찾을 수 없으며, 곰에 존재하는 미생물이나 기생충이 인체에 감염될 수 있으므로 곰 쓸개즙을 끓이지도 않고 마시는 일은 절대로 금하셔야 할 일입니다.





다시 간의 지방 소화기능으로 돌아오면, 지방이 반드시 물에 녹지 않는 것은 아니고 어떤 구조를 하고 있는가에 따라서 물에 녹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안 녹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음식을 통해 섭취된 지방은 대부분 물에 녹지 않는데 결과적으로 입에서 창자까지 전해 내려가는 동안에 부서지기는 해도 완전히 용해되지는 않습니다. 음식물이 기계적으로 부서지다 보면 다양한 종류의 지방성분이 혼합되어 있는 커다란 지방방울이 만들어집니다. 이러한 방울은 물에 잘 녹지 않으므로 이자에서 리파아제가 분비되더라도 지방방울 표면에만 접촉할 수 있을 뿐 내부로 들어가지 못하므로 지방을 제대로 소화할 수가 없습니다.


쓸개즙염은 과학적으로 유화라고 하는 기능을 통해 커다란 지방방울을 아주 작은 지방방울로 쪼개는 기능을 합니다. 큰 지방방울이 작게 쪼개지면 표면적인 넓어지게 되어 리파아제가 지방과 만날 기회가 많아지므로 소화가 쉬워집니다. 또한 쓸개즙염 자체가 지질과 지질분해효소의 상호작용을 촉진시켜 주기도 합니다.

 

쓸개즙이 간에서 생성된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그렇다면 쓸개는 쓸개즙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지 또 어떤 기능을 하는지 궁금하실 텐데요.

텔레비전 광고에서 간이 등장할 때 가끔씩은 간 옆에 붙어 있는 서양배 모양의 쓸개가 보일 때도 있습니다. 쓸개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쓸개즙을 저장하는 일입니다. 쓸개즙은 하루에 1L 정도가 생성됩니다. 이것이 일정하게 창자로 흘러 내려오는 게 아니라 쓸개에 저장되었다가 콜레시스토키닌(cholecystokinin)이라는 창자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 음식물이 들어온 후에 분비되어야 쓸개가 신호를 받아 샘창자로 쓸개즙을 분비하게 됩니다
.

쓸개는 쓸개즙의 조성을 변화시키기도 합니다. 쓸개즙염의 농도가 너무 높아지게 되면 쓸개즙에 침전물이 생성되는데 이를 쓸개돌 또는 담석이라 합니다. 담석은 통증을 유발하므로 초음파나 수술 등으로 치료를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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