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한 환자가 퇴원을 하고 난 뒤 외래에 찾아왔습니다. 입퇴원확인서에 씌여있는 병명 때문에 말이지요. "우울증"으로 적혀 있는 병명 때문에 입원한 비용을 보험회사에서 받지 못 한다고 그 병명을 빼 달라고 합니다.

저한테 오랫동안 다녔던 환자이고 보호자인 따님과 함께 오셨는데, 환자도 보호자도 병명에 "우울증"이라고 쓴 것에 대해서는 그 이유를 충분히 알고 이해를 한답니다. 그렇지만 "보험회사에서 정신과 문제로 입원을 하면 비용을 주지 않는다"고 해서 저에게 그 병명을 빼 달라고 온 것입니다.

정색을 하고 거부했습니다.

"진단명을 바꿀 수는 없다"

"그 것은 보험회사와 당신들의 문제이지 병원이나 의사의 잘 못은 아니지 않느냐.."

라고 하면서 말이지요.

그런데, 거의 울상으로 매달리는 환자와 보호자를 차마 더 이상 내치기는 어렵더군요.

"이런 식으로 하시면 곤란하다. 진단서는 절대로 고칠 수도 없고 환자의 편의를 위해 진단명을 고치는 것은 보험사기나 마찬가지다."

라는 설명을 구구절절히 늘어놓으면서 마지 못해 "우울증"이라는 진단명을 빼 드렸습니다. 그렇지만...참 마음이 씁쓸하더군요. 원칙을 지키자니 환자와의 라뽀는 완전히 깨질 것 같고 마냥 원하는 대로 해 주자니 자존심도 상하고 찜찜하고..

출처 : Joins 기사중


며칠 전에도 또 비슷한 한 일이 있었습니다. 역시 우울증으로 입원하셨던 환자 분인데, 퇴원하시면서 입원확인서를 떼 달라고 하셨습니다. 이번에는 환자분이 미리 챠트를 보고 "우울증"이라는 말이 있더라면서 사전에 빼달라고 하더군요.

열변을 토했습니다. 그 동안 입원해 계시면서 제가 누누히 말하지 않았느냐고, 우울증이라서 더 이상 내과에서의 입원이 필요없고 정신과를 꼭 찾아가시라고 하지 않았느냐고요.

휴 ~~그러면 뭐 합니까. 본인은 우울증으로 입원한 게 아니라 못 먹어서 기운이 없어서 입원을 한 것이라고 바득바득 우기십니다. 한참 이야기를 하면서 마냥 우기는 것이 안 통하니까 이제는 이번 한번만 봐 달라고 하십니다.

마찬가지로...결국 "이건 보험사기죄도 될 수 있다" "의사 면허증 날릴 수 있다.."라고 하면서 다시는 이런 식으로 입원하고 이런 식으로 부탁하지 말라고 다짐을 받고서 결국 "기능성위장관질환"만 써서 보냈습니다.

의사가 환자의 병명을 소신대로 쓰지 못 하는 이런 경우가 도대체 누구 때문일까요? 보험회사 때문일까요? 보험모집인들 때문일까요? 그런 약관이나 법규를 모르는 환자들 때문일까요? 아니면 그냥 제가 까칠한 것일까요?

제 의학적 판단과 소신을 지키지 못한 것 같아 한숨만 나옵니다.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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