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다니던 강서미즈메디 병원에서의 마지막 외래를 봤습니다. 에약되어 있는 15명 가량의 환자와 굳이 꼭 봐야하겠다는 기존의 환자 몇 분을 보고 외래를 마쳤군요.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거의 9년 가까이 다녔던 병원이었고 아주 가까운 곳에 곧 개원을 해서 그런지 월요일에는 다시 출근을 해야만 할 것 같기도 하구요. 그렇지만 마지막 외래를 마치고 입었던 가운을 접어두고 명찰을 떼어 반납을 하는 순간에는 짧게나마 헤어짐을 느꼈습니다.

2000년 가을, 개원을 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직장을 알아볼 것인가의 갈림길에서 이 병원을 산택하게 되었고 그 선택에는 저를 여기로 이끌어분 몇 분의 선배님이 계셨더랬습니다. 처음에는 이 분들의 얼굴을 봐서라도 4,5년은 다녀야겠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일을 하다보니 소화기내과가 없던 병원에서 소화기내과가 정착이 되고 조금씩 발전을 하는 것에 보람을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없던 소화기내과를 키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감사하겠도 병원 이사장님도 적극적으로 밀어주셨습니다. 그 덕분에 지금은 지역에서 꽤 이름있는, 그리고 인정받는 소화기내과가 되었다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9년을 이 병원에 있으면서 이룩한 작은 성공입니다. 퇴직전 마지막 3년동안은 병원의 행정분야의 보직도 맡아 일을 하기도 했는데, 임기를 다 못 마치고 끝내게 되었다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돌이켜보면 제 인생에서 가장 보람있었던 나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산다는 것이, 그리고 그 일을 주위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테니까요. 40대의 대부분을 보낸 이 병원에서의 시간이 제 인생의 황금기였다고 생각하면 좀 오버일까요? 앞으로의 10년, 20년은 더 보람있는 시기가 되었으면 하는 욕심도 생기는 터라 지난 9년이 인생의 황금기라고 단정짓는 것은 무리인 것 같기도 합니다.

이번에 병원을 사직하면서 개인 병원을 준비하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제가 주위의 많은 분들에게 과분하게 사람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모든 분들이 그렇게 저를 걱정해 주시고 도와주시려고 애쓰시는 모습에서 정말 감동을 받았습니다. 제가 그럴 자격이 있나 싶을 정도로 말이죠.

오늘이 지나 병원 출근을 하지 않게 되면 사직했다는 것을 정말 실감을 할 듯 싶습니다. 시간에 맞춰 출근을 할 곳이 없으니까요. 한달동안 열심히 준비해서 완벽한 개원의로서 환자분들을 맞겠습니다. 운동도 좀 하고 건강도 챙기고 말입니다.

그동안 저와 같이 일을 했던 모든 직원 분들 그리고 이사장님 이하 많은 선생님들, 부장님들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비록 이제 병원에서 같이 일을 하지는 못 하겠지만 미즈메디병원과 동료 선생님들 그리고 직원여러분을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병원의 발전을 빌면서 가까이에서 지켜보겠습니다.

그럼 이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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