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과의 약가협상 기한 임박에도 감감무소식
화이자 정부 평가금액에 부담 느낀다는 소식도

3세대 ALK 억제제 '로비큐아(성분명 롤라티닙)'의 1차 약제로서의 급여 확대가 쉽게 풀리지 않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후속 약제로서 로비큐아가 가진 뚜렷한 한계와 정부가 제안한 평가금액 수용에 부담을 느낀 한국화이자제약이 약가협상에서 전략적 선택을 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협상 기한이 막바지에 다른 로비큐아가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고예고한 '암환자에게 처방·투여하는 약제에 따른 공고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협상 결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로비큐아는 지난 1월 11일 진행된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조건부'로 통과하고, 건보공단과 약가협상에 돌입한 바 있다. 정부가 제시한 평가금액 이하를 수용한다는 조건 하에 이뤄진 일이다.

하지만 한국화이자제약이 정부가 제시한 이 평가금액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미 1차 약제로 사용되고 있는 로슈 '알레센자(성분명 알렉티닙)'와 다케다 '알룬브릭(성분명 브리가티닙)'의 치료비용을 감안하면, 정부가 제시한 로비큐아의 약가 인하 수준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

현재 보험약가로 추정할 수 있는 알레센자의 1일 권장용량 치료비는 12만5,000원 수준이며, 알룬브릭의 경우에는 10만원 정도다. 반면 현행 2차 약제로서 로비큐아의 1일 치료비용은 15만8,000원 수준.

더욱이 한국화이자제약이 정부가 제시한 로비큐아의 약가 인하를 수용해 1차 약제에 포함된다고 해도, 현재 상황에서 의료진이 1차 치료에 로비큐아를 선택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차 치료에 로비큐아를 사용할 경우 치료 실패 시 남아있는 치료옵션은 화학요법밖에 없기 때문이다. 후속 치료제의 부재는 뒤늦게 개발된 로비큐아가 가진 가장 큰 제한점이다.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은 표적 치료제 개발로 인해 4기로 진단 받았다 할지라도 수년에 걸친 장기 치료가 가능하다. 따라서 의료진은 환자의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도 최대한 장기간 생존기간을 늘리는 것을 치료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1차 약물에 포진된 알레센자와 알룬브릭은 1세대 '잴코리(성분명 크리조티닙)'에 비해 치료 내성 극복은 물론이고 중추신경계 치료 효과까지 입증하며 세대교체를 완벽히 마쳤다. 해당 2세대 약물들로 치료 실패한 환자들은 2차 치료에 로비큐아를 사용해 표적치료를 유지할 수 있다.

이 같은 환경에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후속 치료 옵션이 없는 로비큐아를 먼저 선택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다만 중추신경계 치료 효과가 탁월한 로비큐아의 특성상 진단시 이미 뇌전이가 상당히 진행된 환자라면 로비큐아를 우선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또한 2세대 약제인 알레센자가 최근 수술이 가능한 초기 폐암 환자에서 '수술후 보조요법'으로 쓰임새가 확대되고 있어, 해당 치료에 실패하고 질환이 진행된 진행성 혹은 전이성 환자에서 1차 치료에 로비큐아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게 현재까지의 중론.

다만 아직 국내에서는 알레센자를 수술후 보조요법으로 사용할 수 없다. 한국로슈는 알레센자의 적응증 확대를 올해 연말 정도로 예상하고 있어, 사실상 1차 치료에서 로비큐아의 급여 확대는 시급하지 않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화이자제약이 1차 치료 경쟁에 뛰어들기 위해 먼저 나서서 무리한 약가인하를 감수할 필요가 있겠냐는 주장들이 나오며, 이번 약가협상에서 전략적 우회를 선택한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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